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떫은맛 우려내기

박용래의 시 로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질투다. 한겨울 눈 속에서나 쓰는 하얀 벙거지를 쓰고 사진 속에서 씽긋 웃고 있는 그가 감을 얼마나 알고 있단 말인가? ‘여름 한낮/ 비름 잎에/ 꽂힌 땡볕이/ 이웃 마을/ 돌담 위/ 연시(軟柿)로 익다’는 식의 시의(詩意)의 전개가 자연은 인생의 한 뿌리라는 오묘한 이치를 소화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또 어린 날을 온통 고욤나무와 감나무 숲에서 함께 자란 알량한 나의 자존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창 너머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어린 날 날마다 보아도 가슴 울리던 고향집 감나무를 그렸다. 내 기억의 따뜻한 언덕에 서있는 감나무는 지금쯤 다른 나무보다 먼저 상순까지 낙엽을 끝내고 발갛게 익은 감만 소복하게 매달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감나무에서 발갛게 익어가는 ..

하나의 잎새에 머문 우주 - 나의 수필 쓰기-

1. 수필 바로 보기 수필은 무엇인가? 누구는 수필을 서정이라 하고, 누구는 수필을 교술이라 한다. 또 누구는 수필의 서정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수필은 반드시 서사적이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흔히 수필은 형식이 없으므로 자유스럽게 쓰면 된다고 한다. 붓이 가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

자귀나무 그루터기엔 새움이 돋고

아파트 앞 주차장 베어낸 자귀나무 그루터기에서 새로 움이 돋았다. 장마가 계속되는 요즈음, 잎이 무성한 자귀나무는 다른 나무보다 더 많은 이슬을 안고 있다. 차를 세우고 내릴 때, 내 차의 커다란 문에 걸려 휘어졌다가 문이 닫히는 순간, 함북 머금었던 이슬을 내 바지자락에 힘껏 뿌리는 심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