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창작 수필/사랑의 방(가족) 21

벌초냐 도토리냐

오늘은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벌초를 했다. 지난여름 긴 장마에 개망초가 두어 자씩 자라고 억새도 숲을 이루어 제절에 고라니 잠자리까지 생겼다. 유월에 해야 할 여름 벌초를 비 때문에 미루다 팔월초순에나 할 수 있었다. 개망초를 다 뽑아내고 억새를 베어냈다. 잔디만 남긴 다음 예초기로 예쁘게 다듬어 놓으니 비로소 마음이 편했다. 봄에는 봉분에 이끼가 생겨 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서 뿌리 썩은 잔디가 누렇게 스러졌다. 부근에서 떼를 떠다가 이었는데도 아직도 내 엉성한 속안머리처럼 허여멀겋다. 늦은 가을 다시 한 번 떼를 파다 이어야겠다. 혹시 아나. 그러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 속안머리를 까맣게 채워주실지. 허허, 그 소망이 가소롭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늦잠 자고 있을 아들을 불러 운전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