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창작 수필/서리와 햇살(교단) 34

바람의 기억

바람의 기억 그녀는 정말로 나타났다. 노란 프리지아를 한 아름 안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사라진 그녀가 바람을 타고 나타난 것이다. 내 가슴에도 엷은 바람이 인다. 나는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프리지아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우리말이 어눌하다. 독일로 건너간 지 27년이라고 한다. 삼도 접경 의풍마을 순덕이가 바람 타고 독일로 넘어가더니 심장내과 명의 순주가 되어 돌아왔다. 백두대간 베틀재 고갯마루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겨울밤에는 휘파람소리이다가 때로는 명도아기 울음소리를 냈다. 오월은 되어야 백두대간 베틀재에는 땅에 박힌 얼음이 빠진다. 얼음은 골바람이 되어 날망으로 기어오른다. 고갯마루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성황당이 있다. 널빤지로 지은 성황당 안에는 초라하지만 으스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