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 알다 “할아버지 박혁거세 왕은 알에서 태어났어요?” 글자를 깨우친 일곱 살짜리 손자의 물음이다. “그렇지. 박혁거세 뿐 아니라 김수로 왕도 주몽도 다 알에서 나온 분들이지.” 이렇게 어린 철학자는 앎의 길을 열어간다. 영화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 사환 김판수 역 배우 유해.. 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2019.01.29
만성 스트레스, 이 뭐꼬 아내가 한의원에 예약을 했으니 가보란다. 아픈 데도 없는데 여의사가 아주 예쁘다길래 내 수필집 <풀등의 뜬 그림자>에 사인까지 해서 들고 갔다. 책을 받아들고 과하게 좋아하는 여의사 얼굴에는 예쁜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바로 정감이 갔다. "만성 스트레스예요. .. 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2014.11.05
아직은 아직은 이른 새벽 체육공원에 갔다. 찬 바람에 눈이 날린다. 가을에 그렇게 불타던 산벚나무는 이미 잎을 다 떨구었다. 검푸른 소나무도 바늘잎에 서슬이 퍼렇다. 바람에 가랑눈이 풀풀 날리는데 연산홍 잎은 아직도 빨갛다. 아직 고운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나는 한 무더기 연산홍 앞에 .. 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2013.12.13
나무들의 지혜 나무들의 지혜 새벽에 구룡산 체육공원을 걸었다. 공원에서 내려오는 포장도로에는 어젯밤 비바람에 흩날린 낙엽이 울긋불긋 아직도 곱다. 나무들이 겨우살이를 위해 제살깎기를 한 것이다. 아픔을 견디고 제 살을 깎아내면서 시련을 준비하는 모습이 경이롭다. 잎을 떨군 나무들의 앙.. 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2013.12.03
유리구슬과 지구 지구는 지금도 돌고 있을까? 지구는 정말 둥글게 생겼을까? 나는 이런 의문을 품을 때가 많다. 과학자들의 귀납에 이렇게 의심을 품는다. 과학은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증명했다고 하지만, 그 증명들을 오감으로 감각할 수 없다. 엄청나게 큰 지구가 엄청나게 빠르게 돈다면, 엄청나게 큰.. 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2013.10.05
벗과 제자 有朋이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아 공자는 왜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오는 사람들을 제자라 하지 않고 벗이라 했을까? 저녁에 구룡산에 올랐다. 밤 공기가 상쾌하다. 세상은 어지러워도 산은 항상 청정하다. 산은 산이기 때문이다. 산을 부동산으로 보는 순간 청정을 잃는다. 산은 산.. 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2013.05.08
꽃인가 벌레인가 여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국어생활이란 과목이 있었다. 단위어, 호칭어, 지칭어, 우리말 로마자 표기법, 외국어 한글 표기법 같은 생활 속에서 국어 사용법을 가르치는 교과목이다. 막 단위어를 배우고 난 다음이다. 자율학습 지도를 위해서 저녁 식사를 하고 조금 늦게 학교에 들어.. 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2013.04.29
염불과 잿밥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성철스님의 법어이다. 이 무슨 말인가? 의문을 가져보는 것만도 의미 있는 일이다. 어깃장을 놓듯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산은 부동산이 아니라 그냥 산이고, 물은 수자원이 아니라 그냥 물이다. 맞다. 산과 물은 그냥 자연이다. 자연으로 생각하면 바로 보물이 .. 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2013.04.29
내가 쓰는 수필은 시로 출발하여 문학이 이루어졌다면 그 완성은 수필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초에 마음을 의지할 데 없었던 민중이 신에게 드리는 소망의 언어가 시문학이다. 시는 두려움과 욕망의 해소를 원하는 일방적인 소망의 말씀이란 말이다. 수필은 인간이 철학을 배운 이후에 잔바람에 물결.. 느림보 창작 수필/아포리즘 수필 201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