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쫓는 개 우리 속담에 '개 못된 것은 들에 가서 짖는다'라는 말이 있다. 개가 집은 지키지 않고 들에 가서 짖는다는 말이다. 곧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소홀히 하고, 아무 소용도 없는 데 가서 되지 못하게 잘난 체 하며 떠드는 행동을 비판하는 말이다.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개도 제가 짖어야 할 자리가 ..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0.08.27
사탕줍기 아침 하늘이 아스라하게 높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 상큼한 기온이 피부에 닿는다. 이런 날은 초등학교 운동회를 열기에 딱 맞는 날이다. 검은색 팬츠와 하얀 러닝 셔츠를 입고, 파란색 띠를 두른 흰색 운동 모자를 쓰고, 서늘한 공기를 맞으며, 십리나 되는 길을 뛰어가던 일이 어제인 듯하다. 학교로..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0.08.27
선생님 우리 선생님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oo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도의 최고 벽지라는 oo초등학교에 발령을 받고 인사 드리러 갔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스물 둘 밖에 안된 노랑병아리인 제 손을 두 손으로 잡으시고, "이군, 인제 우리는 동지가 되었어." 하시면서 덥석 철부지 제자를 포옹.. 느림보 창작 수필/서리와 햇살(교단) 2000.07.26
점잖은 사람이 어린 시절의 시골 생활은 참으로 흥미진진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한 사람은 어린날의 꿈과 낭만을 맛보지 못했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리라. 시골에서 자랄 때 이야기를 하라면, 여름날 앞 냇물에서 물놀이 얘기, 겨울날 썰매, 연날리기 쥐불놀이, 콩때기, 밀때기 등 이루 말할 수 없.. 느림보 창작 수필/사랑의 방(가족) 2000.07.14
산에 가는 날 아침에 산에 가는 날 아침에 아내가 건네는 면 남방셔츠에 따뜻하게 사랑이 전해집니다. 구겨질 것이 뻔한 산행길인데도 남아있는 다림질 온기 때문에 정상에 올라 펼친 도시락 한가운데 드문드문 박힌 검은콩을 씹으면 고소하게 사랑이 전해집니다. 새곰새곰 익어가는 맛깔스런 김치 내음과 함께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0.06.15
일요일 아침에 산이 아름다운 것은 산을 보는 사람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산만을 고르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산은 아름답지 못한 사람도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도 아름답게 만듭니다. 일요일 새벽은 어제밤 내린 소나기로 보얗게 안개가 피어오르고 안개 ..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0.06.12
어떤 여고생 현영이는 우선 키가 크다. 학군단 교육 때 늘 '우측 선두 기준'을 외쳐야 했던 나랑 나란히 서면 아주 잘 어울리는 늘씬한 키에 또 얼굴이 유난히 희다.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는 비너스의 코처럼 오똑한 콧날이 그의 자존심을 대변하였다. 검고 숱 많은 머리를 어깨에 닿을 듯 말 뜻 늘어뜨리고 늘 학처.. 느림보 창작 수필/서리와 햇살(교단) 2000.06.06
天知 地知 我知 子知 당나라 중기에 이한(李澣)이라는 사람이 옛 사람의 언행을 가려 사언시(四言詩)로 적어 놓은 '몽구(蒙求)'라는 책이 있다. 어린이들의 교과서였던 이 책에는 요즘 세상의 어른들에게도 그저 지나칠 수 없는 시 해설을 위한 일화 한편을 소개하고 있다. 형주 땅에 왕밀(王密)이라는 수재가 있었는데, 당..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0.06.06
개는 날을 기다리는 시인 '비오는데 들에 가랴. 사립 닫고 소 먹여라./ 마이 매양이랴. 쟁기 연장 다스려라./ 쉬다가 개는 날 보아 사래 긴 밭 갈아라.' 고산 윤선도는 그의 시조 <하우요(夏雨謠)>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당시의 상황으로 '한가롭고 여유 있는 농촌 풍경'의 노래라거나, 장마 중에 가능한 일을 권하는 '교훈적인..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