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설날에는 설날 특집 까치설날에는 내일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까치설날이다. 설날이 되면 임진생인 나는 생애 두 번째 계사년을 맞으니 두 살배기가 되는 셈이다. 이번 까치설날에는 두 살배기 아기 같은 정갈한 마음으로 만두를 빚어야겠다. 딸, 며느리, 아들과 둘러 앉아 지난해의 과오와 새해의 ..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13.01.22
한가위와 총각선생 한가위와 총각 선생 이방주 창문이 환하게 밝았다. 이제 일어나서 집 앞 우물에 나가서 쌀을 씻어야 한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가위 명절 아침인데 벽지학교 총각선생인 내 모습이 너무나 청승맞아 보일 것 같았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한다. '엊저녁에 씻어 놓을 걸, 아니 밥을 ..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12.09.04
살아있는 한국호랑이 담임선생님이 오시지 않는 날은 옆 반 담임이자 남자인 홍선생님이 오셔서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반은 3년간 계속 여선생님이 담임인데다가 꿀맛 같은 이야기 때문에 홍선생님을 기다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홍선생님의 이야기 중 아직도 기억에 살아있는 것은 ‘호랑이와 곶감’이..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10.01.05
손맛 서동규의 녹자 정호다완(사진, 박재규) 녹자의 명인 한 분으로부터 선물 받은 정호 다완에 차를 따른다. 오른손으로 굽도리를 받쳐 든다. 굽도리에 유약이 뭉쳐 오톨도톨하다. 중지로 가만히 다완의 아래를 더듬는다. 굽도리 아래 한가운데 도도록한 부분이 만져진다. 묘한 감촉이 전해진다. 굽도리 유..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09.07.31
마음을 바로 가리키는 직지 강당에서 기념식이 끝나자 아이들은 모두 의자를 가지고 느티나무 아래로 모였다. 기념식이 거행되는 동안 이미 준비를 끝낸 일일명예교사 임인호씨는 가마에 불을 지피며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의 체험 학습은 중요무형문화재 101호 금속활자장 전수조교이자 학부모이신 임인호씨를 일일 ..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07.05.27
산수유 산수유 퇴근하고 저녁 5시에 이화령에 올라갔다. 이화령 옛날 고갯길은 1시간이면 땀을 내기에 족하다. 어둑어둑해지는 것 같아서 등산용 랜턴을 목에 걸고 갔다. 오르막길에서 은티마을의 입구가 마주보이는 곳에서 대개 되돌아오곤 했었다. 전에는 내가 정한 반환점까지 40분이 걸렸는데 오늘 25분 ..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06.12.15
지붕 위의 갈대 토종 갈대(사진은 '들꽃누리집"에서 http://delta001.com.ne.kr/) 지붕 위에 갈대가 꼿꼿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라더니 잔바람 정도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복도에서 유리창을 열면 바로 손을 뻗어 뽑아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지의 칼날 같은 이파리의 서슬에 손을 내놓지 못한다. “지붕 위..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06.09.22
불의 예술 창을 열기가 두렵다. 요 며칠 사이에 차가워진 아침 공기 때문이 아니다. 하늘빛 때문이다. 아파트 회벽 사이로 보이는 코발트 빛 하늘이 온몸을 빨아들일 듯하다. 창을 열다말고 진열장을 들여다본다. 지난 88년 단양을 떠날 때 방곡 도요의 명장 傍谷 서동규 선생으로부터 얻은 녹자(綠磁..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03.12.10
永生의 흙 도회를 조금만 떠나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흙집이다. 뿐만 아니라 흙집이 고상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것은 시멘트벽에 거죽만 황토를 바른 집을 봐도 알 수 있다. 또 그것을 보면 흙집이 도회인의 선망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도시 근교에 새로 지은 흙집은 옛날처럼 볏짚으로 지붕..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03.08.21
질마재에는 비가 내리고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빗방울이 차창에 듣는다. 골짜기마다 푸르름에 젖은 다락논에는 물이 흥건하고, 하늘에서 파란 솔잎이 비와 함께 쏟아져 꽂힌 듯 모가 땅내음을 맡고 생명을 뿌리를 퍼렇게 내리고 있다. 주변의 싱그러운 풍경이 여유 있어야 할 시골길 운전을 서툴게 한다. 질마재를 넘으며.. 느림보 창작 수필/불의 예술(멋) 2003.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