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수필창작 교실/등단 추천작품 25

22. 조정순 <손톱>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한국수필] 2024 3월호

심사평수필은 변환과 성장의 문학이방주조정순의 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한다. 수필 창작은 수행의 과정이라는 문학적 효과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수필 창작에 임하는 사람은 자신이 체험한 기억을 소환하여 현재의 삶을 비춰보는 거울로 삼는다. 이와 같은 사유의 과정에서는 대상이 된 체험에서 모순을 발견하고 현실적 삶에서 자아를 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설정하여 내면의 변환과 성장을 가져온다. 은 입원한 남편의 손톱을 깎아주다가 어머니의 손톱을 떠올리며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어머니의 희생적인 참사랑을 깨닫는 순간이다. 는 시어머니의 차별 대우에 대하여 항의했던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면서 아버지의 가르침인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의 참뜻을 깨닫는다. 두 작품 다 평범한 일상..

21. 서동근의 <아버지의 짐>, <할미꽃> (한국수필 2023. 12월호)

심사평>잔잔한 어조로 문학적 공명 이방주 서동근의 작품 과 을 당선작으로 한다. 두 작품은 조상으로부터 받은 가풍과 사랑을 존경으로 계승해야겠다는 다짐을 ‘짐’ ‘할미꽃’이라는 상관물에 실어 형상화한 작품이다. 수필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인식과 그것에 대한 형상의 수준이 작품성을 좌우한다. 인식은 독창적이어야 하고 형상은 개성 있는 문체여야 한다. 최근 들어 조상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남의 일이 된 듯하다. 작가는 에서 어린 시절에 체험한 ‘아버지의 짐’과 짐을 대신 짊어졌던 기억을 소환하여 아버지 삶을 이해하고 이제 그 짐을 대신하며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을 헤아리고 다짐한다. 에서는 이제 도시개발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난을 겪게 된 선영을 성묘하며 할미꽃에 담긴 전설과..

20. 민은숙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창>, <깊은 밤 숨은 그림 찾기> (한국수필 2023. 4월호(338호)

심사평박진감 있는 서사와 톡톡 튀는 비유민은숙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창>, 깊은 밤 숨은 그림 찾기>이방주민은숙님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창>, 깊은 밤 숨은 그림 찾기>를 이달의 당선작으로 뽑는다. 민은숙님의 두 편의 작품은 인간은 끊임없는 외로움의 존재이며 그 근원과 해결 과정을 통하여 자아의 존재 이유를 탐구하는 모습에 눈길이 갔다. 외로움은 인간의 근원적인 아픔일 수 있지만,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이 삶의 길이며 가치 실현의 길임을 이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품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창>은 타인의 외로움의 현상을 보면서 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발견한다. 그런 계기로 모든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탐구하게 된다. 또 깊은 밤 숨은 그림 찾기>는 주차해 놓은 차..

19. 송옥근의 < 귀가> 수필과비평 2022.11월호

송옥근 - 사랑으로 깨닫는 존재의 소중함 이방주 수필은 수행과 치유의 문학이다. 삶의 고통을 치유하면서 성장과 변환을 추구한다. 작가는 창작과정을 통해 삶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고, 독자는 작품을 읽고 감상하는 동안 자신의 아픔을 치유한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수행으로 인식한다. 송옥근의 를 당선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수필이 수행과 치유의 문학이라는 특성을 잘 보여준다. 작가는 주변의 사랑을 받으며 자기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 결과 몸은 아픔으로 고통 받지만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이것은 삶의 수행이다. 이러한 수행과정의 체험을 소환하여 작품으로 형상화하였다. 동양 철학에서는 사랑을 ‘어짊[仁]’으로 인식한다. 어짊이란 관계를 전제로 한 사랑이다. 작가의 체험에서 ‘간병인-재활병원 의사-남편’으..

18. 김애중 <입춘에 지는 잎/수필과 비평 2022년 5월(통권 247호)

심사평 김애중 - 김애중의 을 신인상 당선작으로 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죽음을 제재로 하여 삶의 세계를 열어가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죽음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변할 수 없는 인간의 고뇌이다. 한국문학에서도 고대로부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의 고통을 다루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고뇌는 공포와 사별의 슬픔에서 온다. 김애중의 에 드러난 고뇌도 사별에 대한 섭섭함이 슬픔으로, 슬픔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는 고뇌를 다루었다. 제재로 불러온 죽음에 대한 슬픔과 공포는 사별한 시매부의 덕과 인품과 함께 그가 죽음을 맞은 입춘이 아이러니한 배경이기에 더 크게 다가온다. ‘밝은 햇살’이 예사롭지 않고, ‘푸른 바람’이 섞인 봄빛 속이라 떠난 이에 대한 슬픔이 더 컸다. 슬픔은 곧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로 엄습한..

17. 진연화의 <커튼>, <카페는 진화하는 중>/한국수필2022년 2월

심사평 진연화의 , 이방주 진연화님의 , 을 당선작으로 한다. 진연화님의 작품에서 상관물을 통하여 사람살이의 면면을 사유하는 정제된 창작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작품 에서는 ‘커튼’이란 상관물을 통하여 교직에서 얼마 전 은퇴하여 인생 2막을 열게 된 자신을 성찰하면서 미래를 설계한다. 커튼의 본래적인 순기능은 ‘무엇인가를 보호하고 차단’하는 것이라는 물리적 사고에서 커튼 뒤에 숨어 있을 학생의 성장통을 교사로서의 자신이 할퀴고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았을까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커튼의 의미를 추상화한다, 아들의 방을 돌아보며 자신이 만들어 준 커튼을 열고 닫으며 단단해지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갔으며 꿈을 열어갔을 것이라 상상한다. 이런 상상은 궁극적으로 커튼의 원형성을 찾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누군가 펼쳐 놓..

16. 이호윤의 <뿌리> <그냥> 한국수필 2021년 11월호

심사평 이호윤의 이방주 이호윤의 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한다. 두 작품은 마음의 뿌리로부터 그냥으로 연결되는 삶의 세계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수필 창작에서 체험을 소환하여 현재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예술적 언어로 형상화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에서 소나무 뿌리를 보며 거기서 가정의 뿌리를 연상하고 다시 삶의 뿌리를 보게 된다.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지 못한 자신이 고향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든든한 남편을 만나 자신도 뿌리를 내리고 사랑의 빗물 받으면서도 영혼의 갈증에 목말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뿌리’에서 초연하게 되고 ‘그냥’ 이라는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작품 에서 인간사랑의 지혜가 ‘그냥’이란 말로 함축될 수 있음을 담담하게 술회하고 있다. 가르치는 아이들에게서 남편..

이인해의 <어항을 들여다 보며>수필과비평 2021년 11월호

심사평 에코페미니즘으로 인식하고 상상으로 형상화 이방주 이인해님의 를 당선작으로 한다. 문학은 자아와 세계의 갈등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한다. 수필은 삶의 세계에서 오는 ‘갈등 치유 과정’이라는 체험의 기억을 소환하여 작가 나름의 철학으로 해석하여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때 보다 인상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환된 기억을 현재의 시점에서 상상을 통하여 재구성한다. 이런 과정에서 작가와 독자는 공명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에게 두 개의 세계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어항 속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어항 밖이라는 일상의 세계이다. 처음에 두 세계는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곧 ‘어항 속의 세계가 인간 세계와 너무도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면서 자아..

15. 김은희의 <그녀의 고백> <산과 그에 대한 기억>(한국수필 2021년 7월호)

신인상 심사평 김은희의 이방주 김은희님의 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두 작품은 모두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의 삶을 제재로 삼았다. 수필은 치유의 문학이라고 한다. 수필 창작과정에서는 세계와 자아를 이해하는 통찰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긍정적 사고를 갖게 된다. 아울러 이러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독자는 영혼의 치유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은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가이드의 특별한 성격에 대해 처음은 반감을 가졌으나 애정으로 이해하면서 통찰하여 긍정적 시선이 된다. 결국 처음의 반감은 ‘열망이 있어 빛나는 그녀’로 결론을 내린다. 그녀의 삶의 고백을 들으면서 자신을 치유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은 산행에서 만난 구조대원인 ‘그’의 산처럼 큰마음에서 삶의 기쁨을 얻는다. 병렬로 구성한 몇 개의 등산 일화를 통해 아무..

유동진의 <위로의 시간> 수필과비평 2021년 6월호(236호)

위로의 시간 유동진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외길에 들어설 때가 있다. 예고 없이 닥치는 위기가 그런 것이다. 어느 날 일상이 무너지는 사태 앞에서 죽은 듯 웅크려야 할 때 무력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뒤따라온 통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혼자 일어설 수 없을 때는 일상이 암담했다. 오랜만에 딸네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다. 마루에 나오자 키 큰 건조대에 아기 기저귀며 손바닥만 한 옷가지들이 장날의 만국기처럼 널려있었다. 간밤에 밤새 울어댄 네 살배기 아기를 달래느라 진이 다 빠진 딸 부부는 해가 중천인데도 아직 주무신다. 손이나 덜어줄까 해서 바닥에 앉아 빨래를 갰다. 허리에서 괴상한 느낌이 울려온 것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였다. 삐끗한 신호가 경광등처럼 몸속에서 깜박거렸다. 허리를 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