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문학과 수필평론 97

회광回光하여 반조返照하는 사랑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56] 이방주이난영 수필 「박물관에 안긴 어머니」 ---『수필문학』 2025년 1,2월호 게재회광回光하여 반조返照하는 사랑이방주회광반조(回光返照)는 ‘희미한 빛이 반사되어 비춘다.’라는 의미이다. 대개 죽음을 앞두고 잠시 기력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회광반조 현상이라고 말한다. 불가에서는 삶의 끝자락에서 깨달음을 얻어 내면의 믿음이 깊어지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다. 그런데 효도는 일방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예로부터 부자자효 형우제공(父慈子孝 兄友弟恭)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가르쳤다. 가족구성원 간에도 사랑은 수평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부간의 사랑도 수평적이어야 시어머니께 진정한 마음을 담아 공경하고 효도를 다할 수 있을 것이..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 52] 김종희의 수필 「바닥, 그 깊은 언어」250304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52] 이방주 김종희 수필 「바닥, 그 깊은 언어」 ---『수필오디세이』 2024년 겨울호 게재언어, 사유를 이끄는 변환의 에너지이방주 언어는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이다. 원하지 않아도 마음은 언어라는거울에 비쳐진다. 말이 사유를 이끌고 사유가 말을 유도한다. 언어와 사유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성장한다. 언어로 인해 성품이 격을 갖추고 성품으로 언어가 품격을 지닌다. 언어로 과거를 고백하고 현재를 다짐하고 미래를 맹세한다. 언어가 세계를 인식하는 도구라는 말은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로 이해된다. 언어는 표현하고 이해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언어습관에 의해 사고가 변환하고 성장한다.김종희의 수필 「바닥, 그 깊은 언어」(『수필오디세이』 2024년 겨울호 게재)는 언어와 사유의 ..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48] 조헌의 수필 「눈물, 그 소중한 기능」250204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48] 이방주 조헌의 수필 「눈물, 그 소중한 기능」 ---『수필과비평』 2025년 1월호 게재눈물은 영혼의 언어 “사람들은 약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강했기 때문에 우는 것이다.”할리우드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배우 조니 댑(Johnny Depp)의 말이다. 배우는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기 때문에 눈물의 원인과 효과, 그리고 속성 또한 다양하게 연기해봤을 것이다. 슬픔뿐 아니라 기쁨, 분노, 행복, 감동 등 어떤 눈물을 두고 이런 말을 했는지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눈물은 감정을 강인하게 참아왔기에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다만 나의 영혼을 모두 알고 사랑하고 받아줄 수 있는 절대적인 대상 앞에서나 보이는 것이므로 영혼의 언어라고 규정할 수 있다. ..

그리움의 뿌리를 담아낸 서사

수필미학상 수상작품 리뷰그리움의 뿌리를 담아낸 서사 슬픔은 누구에게나 온다. 슬픔의 바탕에는 외로움이 있다. 외로움은 결국 무언가에 대한 기대에서 오는 그리움에서 온다. 사람을 기대하든,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기대하든, 사회에서 인정받기를 기대하든, 긴밀한 관계를 기대하든, 그 기대가 무너지거나 무너질 가능성이 보이면 외로움을 느끼고 외로움을 결국 두려움이 된다. 그것은 인간의 벗어날 수 없는 원초적인 슬픔이 아닐까 한다. 수상작 5편은 이러한 인간의 그리움에서 오는 외로움의 공포 그리고 그 슬픔을 다루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내가 보이면 울어라 (전성옥)전성옥님의 는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인간의 모습을 제재로 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두려움은 외로움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44] 김경순 수필 「이 빠진 귀신이면 족하지」(250107)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이방주 김경순 수필 「이 빠진 귀신이면 족하지」---『수필미학』 2024년 가을호(45) 게재어찌 해도 안 되고 어찌 할 수도 없는이방주‘하늘의 도는 운행하여 막히는 바가 없으므로 만물이 이루어진다.’장자(莊子) 천도(天道) 1장에 나오는 말이다. 하늘의 원리는 자연의 이치대로 순환하므로 어찌 해도 안 되고 어찌 할 수도 없다는 의미로 이해된다.김경순의 수필 「이 빠진 귀신이면 족하지」(『수필미학』 게재)는 ‘순환하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라’는 삶의 지혜를 깨우친다. 작가는 일상에서 바랭이, 쇠비름 같은 식물과 개미,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서 ‘삶에 대한 불타는 의지’를 발견한다. 그 순간 남편의 선천적으로 약한 치아가 생각난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랭이, 쇠비름에서, ..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전략적 상상으로 해석하고 문장의 신비로 형상화 (신금철 「소반다듬이」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신금철 수필 「소반다듬이」---『한국수필』 2024년 11월호(357) 게재전략적 상상으로 해석하고 문장의 신비로 형상화 수필 창작은 제재의 본성을 추구하여 삶의 지혜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독자도 함께 울리려면 치밀한 사유 전략이 필요하다. 수필은 자연, 인간, 사회현상 외에 체험의 기억도 제재가 된다. 창작 과정에서 수필 작가는 제재의 속성과 삶의 의미 관계에서 유사성, 동일성, 인접성을 찾아내어 그 유비적 관계를 찾아낸다. 상상을 통하여 삶의 보편성이나 우주적 원리로 확장하는 것이다.신금철의 (『한국수필』 11월호 게재)는 ‘소반다듬이’하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여 인간의 본성과 내면의 정서를 다듬어 삶의 진리를 보편화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작가는 깊어가는 가을..

제31회 충북수필문학상 심사평

제31회 충북수필문학상 심사평일상은 성찰의 거울이방주(수필가, 문학평론가)충북수필문학회가 수여하는 제31회 충북수필문학상은 변종호 수필가의 작품 와 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충북수필문학상은 충북수필문학회 회원 가운데 작품성과 문학 활동, 문학회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하여 수상자를 결정한다. 문학상은 작품성만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회원도 있지만, 대부분의 문학상은 문학 활동이나 문학 확산을 위한 기여도를 고려하여 시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어떤 문학 단체에서는 순수한 작품성만으로 따로 ‘작품상’을 마련하여 시상하기도 한다. 문학 활동은 창작 활동과 창작에 따른 작품집 발간, 문예지에 작품 발표 상황을 고려한다. 발표한 작품의 문학성이 평가의 중심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문..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소대(燒臺)는 죽음에 대한 원형상징의 공간]-백송자의 <소대>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이방주 백송자 수필 「소대(燒臺)」---『수필과비평』 2024년 7월호(273) 게재소대(燒臺)는 죽음에 대한 원형상징의 공간 이방주문학이 삶의 양상을 담는 그릇이라면, 그 그릇에는 필연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내재되기 마련이다. 삶의 방식에는 죽음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죽음에 대하여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집단무의식’이론을 체계화한 심리학자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의 다양한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유전적 암호가 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라고 했다. 어떤 사실에 대하여 논리 이전에 원초적인 심상이나 감정의 유형을 알게 모르게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문학 평론가들은 이를 원형적 사유라고 한다. 우리 민족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순환..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자연에서 찾은 생(生)의 시원(始原) (김정태 <감꽃 핀 자리>)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 이방주 김정태의 「감꽃 핀 자리」 ---『수필미학』 2024년 가을호(45) 게재 자연에서 찾은 생(生)의 시원(始原) 김정태 수필가의 〈감꽃 핀 자리〉(계간 《수필미학》 가을호 게재)를 읽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절절한 서사가 울렸고, ‘감꽃’이라는 상관물의 본질을 통찰하여 자아의 실존적인 문제를 담담하게 고백하는 구조화된 수필 쓰기에 감탄했고, 대상을 묘사하여 자신의 심상을 독자에게 재생시키는 수필적 언어와 형상화 기법에 놀랐다. 문학적 치유의 효과는 진정성 있는 성찰과 고백에 있다. 실체적 진실에 바탕을 둔 진정성 있는 언어가 울림이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작가는 창작과정에서, 독자는 수용과정에서 변환과 성장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김정태의 〈감꽃 핀 자..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체험의 재구성과 해석으로 미학적 변용(현정원)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26] 이방주 현정원 수필 「서사敍事에 대한 서사」 ---『수필과비평』 2024년 6월호(272) 게재체험의 재구성과 해석으로 미학적 변용이방주현대사회를 불행하게 한 요인 중에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고백할 용기를 상실한 것도 있다. 이야기는 삶의 체험이다. 삶의 체험은 고통이나 행복도 있고 삶의 문제를 해결한 지혜도 있다. 인간은 서로의 개별적인 체험을 공유하면서 아픔을 치유한다. 이야기에서 경험적 자아의 체험은 서술자의 교양과 가치관에 따라 재구성되고 재해석되어 미학적 변용을 가져옴으로써 상대의 공감을 불러온다. 수필작가는 한 사람이지만 수필적 자아는 현재 기록하고 있는 서술자와 과거의 체험 주체인 경험적 자아로 구분하여 생각해야 한다. 경험적 자아의 체험은 서술자가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