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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회 내륙문학상 심사평- 김정옥의 『빈칸을 채우는 시간』-

제 27회 내륙문학상 심사평 1. 심사 경위 일시 : 2026년 9월 22일 10시 30분장소 : 詩月書庫심사위원 : 이석우, 이방주, 하재영수상자 : 김정옥 수필가의 수필집 『빈칸을 채우는 시간』 제 27회 내륙문학상 심사 경위를 밝히고자 한다. 이것은 반세기를 넘어선 내륙문학회의 자존심이고 27회나 거듭되는 내륙문학상의 권위이고, 문학상 심사의 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였음을 회원은 물론 내륙문학회를 사랑하는 문인들에게 보고함으로써 변함없는 미래를 단단하게 하고자 하는 뜻이다.내륙문학상은 정관 별표 1 내륙문학상 운영 기준에 따라 내륙문학상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석우, 이방주 회원과 하재영 회장이 맡기로 하였다. 내륙문학회 임원회에서는 최근 발간된 회원들의 작품집 목록, 1회부터 26회까지 내..

사랑의 로고스, 그 근원을 찾아가는 길 - 是樺 이호윤의 <어느날, 문득 구름이> -

이호윤 수필집 발간에 붙여 사랑의 로고스, 그 근원을 찾아가는 길- 是樺 이호윤의 - 이방주(수필가, 문학평론가) ▣ 물에서 나와 길에 나서는 사유是樺 이호윤의 수필은 물에서 싹이 튼다. 물은 생성의 원리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은 괴어있지 않고 움직인다. 자기의 형태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형식에 따라 외양을 바꾸기도 한다. 물은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한다. 모든 생명은 물에서 나고 물로 돌아간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다. 그래서 이호윤은 물을 그냥 물이 아니라 ‘로고스의 물’이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Thales)도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했다. 존재와 현상의 근본 원리가 물이라는 말이다. 물은 생명을 낳고, 변화하며, 만물이 생성될 수 있게 하는 근원적 물질이다. 동양의 오..

율봉역에 뜬 달

율봉역에 뜬 달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열기가 조금 가신다. 이때를 기다려 율봉공원으로 간다. 백중이 머지않은 칠월 초여드레 달이 뜨렷다. 처서 가까운 저녁, 상현달을 보러 간다. 하얀 하늘을 흘깃흘깃 훔쳐보면서 은퇴 신부님들이 책을 읽고 계실 최양업관 앞을 지난다. 성모님은 하얀 아름으로 세상을 다 안아줄 품새이다. 아 저기 달이 떴다. 초등학교 교실 위에 하얀 달이 떴다. 서두르자. 율봉공원으로 가자. 조선시대 율봉역이 묻혀있는 잔디밭에서 하늘을 보자. 공원에 음악 소리가 경쾌하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저녁 에어로빅이 있는 모양이다. 강아지들도 덩달아 뛴다. 중인(衆人)은 춤을 추세요. 노두(老蠹)는 달을 볼게요. 사람들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지난다. 계단을 한칸 한칸 밟아 내려간다. 율봉역터 잔디..

오장환, 죽음의 미학에서 역사의 신화로

오장환, 죽음의 미학에서 역사의 신화로 오장환 시인의 고향 : 보은군 회인면 회인로5길 12이방주 ▣ 변화의 길, 회인을 찾아서오장환 시인(1918~1951), 그를 떠올리면 먼저 죽음과 폐허가 생각난다. 그의 시는 처음부터 혁명을노래한 것이 아니었다. 한때 그는 꽃보다 시체를, 생명보다 폐허를, 희망보다 절망을 더 아름답게 노래했던 시인이었다.그러나 그의 시에는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죽음의 미학에서 역사의 이념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시인이었다.오장환 시인을 만나러 회인으로 간다. 오늘은 ‘느림보 수필장작 교실’ 회원들이 동행한다. 나는 그분들에게 시를 알아야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시를 알려면 시문학사를 알아야 하고 시문학사를 알려면 오장환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회원들이 함께..

한글, 미래를 향한 문명의 글(원고)

한국수필 9월호 권두언 한글, 미래를 향한 문명의 글 이방주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디지털 혁명에 적응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 강국이 되었고 2010년대에는 세계 시장에 소설미디어와 게임을 보급하는 최강국이 되었다. 2020년대에 이르러 AI에 가장 빨리 적응한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가장 효율적인 문자인 한글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한글은 세종대왕의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한글을 생각할 때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과학적인 원리로 창제되었다든지 쓰기 쉽기 배우기 쉽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중심이 되는 한자문화권 안에 살면서 우리만의 글자를 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세종대왕 마음이다. 신분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도록 삶의 영역을 ..

사랑을 받아 적은 낮은 속삭임

수필집 발간에 붙여 사랑을 받아 적은 낮은 속삭임-김애중 수필집 《그저 내 말 들어준다면》-이방주(수필가, 문학평론가) 1. 사랑을 기록하는 언어 수필은 사랑을 기록하는 언어이다.김애중 수필가의 첫 수필집 《그저 내 말 들어준다면》을 읽으면서 섬광처럼 다가온 한 줄기 말씀이다. 수필은 인간의 문학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학양식과 차별성이 있다. 시나 소설이 원시종합예술에서 신을 기쁘게 해드리는 기원이나 서사시였다면 수필은 타자들에게 주는 위로의 말, 치유의 말, 아픔의 호소이다. 때때로 가르침과 깨우침의 말씀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의 문학이란 말에는 태생부터 시나 소설과 다르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수필의 언어는 지나치게 큰소리여도 효과가 없고, 분에 넘치게 강해도 공명이 없다. 수필의 언어는 그..

사람꽃 -목성균의 「소년병」을 읽고-

사람꽃-목성균의 「소년병」을 읽고- 강현자 유월이다. 지구촌 저편에서 들려오는 전쟁 소식, 한갓 뉴스로만 지나칠 수 없는 것은 한국 전쟁을 치른 우리 민족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듯해서다. 물론 나야 직접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우리는 한 편의 수필 속에서 그 참상에도 피어나는 안타까운 꽃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1950년, 때는 바야흐로 국군이 서울을 되찾고 북진하던 어느 가을의 일이다. 「소년병」의 작가 목성균은 그날의 하늘이 살얼음처럼 새파랬다고 했다. 아마도 전쟁 중이던 때의 긴장된 분위기를 말하려 했음이리라.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농촌의 들녘이지만 사람들은 늘 걱정과 불안으로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았을 것이다.작가와 할머니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인민군 패잔병은 차라리 경계할 수조차 없는..

능소화 피는 마을

능소화 피는 마을 능소화가 한창이다. 산책길인 반송 마을에 괜찮은 집이 있다.넓은 마당에 잔디가 좋다. 그런데 지금은 마당에 개망초가 하얗게 꽃을 피웠다. 대문이 굳게 닫혀있고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마당을 거닐던 노인은 어디서 거닐고 있을까.오후 산책길에 아내와 빈집 앞을 지난다. 이맘때면 담을 넘어 덩굴을 축축 늘어뜨리고 능소화가 피었다. 그런데 능소화가 덩굴만 있고 꽃은 없다. 봉오리도 없고 바닥에 낙화도 없다. 흩어진 흔적조차 없다. 능소화는 왜 봉오리도 맺지 못했을까.대문을 넘어 덩굴이 축축 늘어져 주황색 꽃을 피웠던 작년 이맘때를 생각해 본다. 세상에 어디 나만한 꽃이 있으랴. 그러면서 더 높은 하늘로 덩굴손을 내밀었다. 전설에서는 후궁인 소화가 임금을 기다리느라 대문 너머로 덩굴을 늘어뜨리고..

기억과 상상의 편집

수필미학 53호 권두언 기억과 상상의 편집- 수필은 어떻게 의미를 생성하는가 - 이방주 “수필은 일상의 철학적 해석이다.”최근에 시민들을 위한 수필 강좌에서 한 말이다. 수필문학에 대한 이런 저런 개념을 나열한 다음 이건 내 생각이라며 내놓아 보았다. 그런데 혼자서 수필쓰기를 공부했다는 한 분이 “뻥 뚫렸다.”라고 하며 좋아했다. 이 말은 수필의 개념을 정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논리적으로 ‘정의’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말이다. ‘수필’의 상위개념인 ‘산문문학’ 또는 ‘문학’ 같은 유개념이 없다. 유개념이 없으므로 유개념과 종개념을 구분하는 ‘종차’도 없다. ‘철학적 해석’이란 말은 꼭 수필에만 해당되는 말도 아니다. 또 외연이 너무 좁아서 모든 수필을 포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정의가 분명한데..

조선시대 여성의 삶과 사랑, 그리고 문학

조선시대 여성의 삶과 사랑, 그리고 문학 - 규범과 욕망의 두 목소리 - 이방주 1. 문학이 보여주는 조선 여성의 세계 2. 조선시대 여성의 삶과 사랑3. 조선시대 살림하는 남자들4. 조선의 사랑과 문학5. 사랑과 한국 현대 수필1. 문학이 보여주는 조선 여성의 세계 (1) 규범에 얽매인 삶 지아비 밧갈나 간 데 밥고리 이고 가 반상(飯床)을 들오데 눈섭의 마초이다. 친코도 고마오시니 손이시나 다라실가 -주세붕 오륜가 제 4수- 주세붕은 중종 38년인 1543년 풍기군수로 있을 때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 ‘백운동서원’(현재 소수서원)을 세운 학자이다. 주세붕이 오륜가를 지은 목적은 그 지방의 풍속과 문화가 어지러우니 백성들에게 오륜을 알기 쉽게 가르쳐 인륜을 바로잡고자 한 것이다. 6수로 이루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