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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받아 적은 낮은 속삭임

수필집 발간에 붙여 사랑을 받아 적은 낮은 속삭임-김애중 수필집 《그저 내 말 들어준다면》-이방주(수필가, 문학평론가) 1. 사랑을 기록하는 언어 수필은 사랑을 기록하는 언어이다.김애중 수필가의 첫 수필집 《그저 내 말 들어준다면》을 읽으면서 섬광처럼 다가온 한 줄기 말씀이다. 수필은 인간의 문학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학양식과 차별성이 있다. 시나 소설이 원시종합예술에서 신을 기쁘게 해드리는 기원이나 서사시였다면 수필은 타자들에게 주는 위로의 말, 치유의 말, 아픔의 호소이다. 때때로 가르침과 깨우침의 말씀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의 문학이란 말에는 태생부터 시나 소설과 다르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수필의 언어는 지나치게 큰소리여도 효과가 없고, 분에 넘치게 강해도 공명이 없다. 수필의 언어는 그..

사람꽃 -목성균의 「소년병」을 읽고-

사람꽃-목성균의 「소년병」을 읽고- 강현자 유월이다. 지구촌 저편에서 들려오는 전쟁 소식, 한갓 뉴스로만 지나칠 수 없는 것은 한국 전쟁을 치른 우리 민족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듯해서다. 물론 나야 직접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우리는 한 편의 수필 속에서 그 참상에도 피어나는 안타까운 꽃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1950년, 때는 바야흐로 국군이 서울을 되찾고 북진하던 어느 가을의 일이다. 「소년병」의 작가 목성균은 그날의 하늘이 살얼음처럼 새파랬다고 했다. 아마도 전쟁 중이던 때의 긴장된 분위기를 말하려 했음이리라.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농촌의 들녘이지만 사람들은 늘 걱정과 불안으로 아침을 열고 저녁을 닫았을 것이다.작가와 할머니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인민군 패잔병은 차라리 경계할 수조차 없는..

능소화 피는 마을

능소화 피는 마을 능소화가 한창이다. 산책길인 반송 마을에 괜찮은 집이 있다.넓은 마당에 잔디가 좋다. 그런데 지금은 마당에 개망초가 하얗게 꽃을 피웠다. 대문이 굳게 닫혀있고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마당을 거닐던 노인은 어디서 거닐고 있을까.오후 산책길에 아내와 빈집 앞을 지난다. 이맘때면 담을 넘어 덩굴을 축축 늘어뜨리고 능소화가 피었다. 그런데 능소화가 덩굴만 있고 꽃은 없다. 봉오리도 없고 바닥에 낙화도 없다. 흩어진 흔적조차 없다. 능소화는 왜 봉오리도 맺지 못했을까.대문을 넘어 덩굴이 축축 늘어져 주황색 꽃을 피웠던 작년 이맘때를 생각해 본다. 세상에 어디 나만한 꽃이 있으랴. 그러면서 더 높은 하늘로 덩굴손을 내밀었다. 전설에서는 후궁인 소화가 임금을 기다리느라 대문 너머로 덩굴을 늘어뜨리고..

기억과 상상의 편집

수필미학 53호 권두언 기억과 상상의 편집- 수필은 어떻게 의미를 생성하는가 - 이방주 “수필은 일상의 철학적 해석이다.”최근에 시민들을 위한 수필 강좌에서 한 말이다. 수필문학에 대한 이런 저런 개념을 나열한 다음 이건 내 생각이라며 내놓아 보았다. 그런데 혼자서 수필쓰기를 공부했다는 한 분이 “뻥 뚫렸다.”라고 하며 좋아했다. 이 말은 수필의 개념을 정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논리적으로 ‘정의’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말이다. ‘수필’의 상위개념인 ‘산문문학’ 또는 ‘문학’ 같은 유개념이 없다. 유개념이 없으므로 유개념과 종개념을 구분하는 ‘종차’도 없다. ‘철학적 해석’이란 말은 꼭 수필에만 해당되는 말도 아니다. 또 외연이 너무 좁아서 모든 수필을 포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정의가 분명한데..

조선시대 여성의 삶과 사랑, 그리고 문학

조선시대 여성의 삶과 사랑, 그리고 문학 - 규범과 욕망의 두 목소리 - 이방주 1. 문학이 보여주는 조선 여성의 세계 2. 조선시대 여성의 삶과 사랑3. 조선시대 살림하는 남자들4. 조선의 사랑과 문학5. 사랑과 한국 현대 수필1. 문학이 보여주는 조선 여성의 세계 (1) 규범에 얽매인 삶 지아비 밧갈나 간 데 밥고리 이고 가 반상(飯床)을 들오데 눈섭의 마초이다. 친코도 고마오시니 손이시나 다라실가 -주세붕 오륜가 제 4수- 주세붕은 중종 38년인 1543년 풍기군수로 있을 때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 ‘백운동서원’(현재 소수서원)을 세운 학자이다. 주세붕이 오륜가를 지은 목적은 그 지방의 풍속과 문화가 어지러우니 백성들에게 오륜을 알기 쉽게 가르쳐 인륜을 바로잡고자 한 것이다. 6수로 이루어졌는데..

현대 문학평론의 선구자 팔봉(八峰) 김기진(金基鎭)

현대 문학평론의 선구자 팔봉(八峰) 김기진(金基鎭) 이방주 ● 현대문학의 주추를 놓다 팔봉 김기진(1903~1985)은 청주가 낳은 천재 문인이다. 팔봉이 없는 한국 현대문학사는 기초 없는 성곽이나 마찬가지이다. 팔봉의 평론은 시, 소설, 수필을 인식과 형상이라는 기본적 요건에서 한국문학을 현대적으로 진화시키는데 단단한 주추를 놓았다는 평가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용만 있고 형식을 무시하는 것은 마치 알맹이 없는 껍질을 숭배하거나, 뼈대만 있고 살이 없는 인간을 살아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참된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최고의 사상을 가장 완전한 예술적 형식 속에 녹여내야 한다.”(〈문예비평의 이정표〉 조선일보 1927년 1월) 이 말을 프롤레타리아문학의 형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할 ..

바람 알아보기

바람 알아보기 오후에 좌구산 바람소리길에 갔다. 좌구산 카페 혜윰에 주차하고 내봉천 마을로 가는 임도를 3,40분쯤 걷다가 되돌아와 명상의 구름다리를 건너 카페로 돌아오면 1시간 20분쯤 걸을 수 있다. 거기에 새소리가 있고 맑은 공기가 있고 활엽수에 부딪치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개 바람소리는 새소리에 묻혀 귀를 기울여야 들린다. 바람소리길에 바람소리는 없다고 말하지 말라. 바람소리는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다고 함부로 말해서는 큰일을 당한다. 오늘 명상의 구름다리를 건너본 사람은 안다. 바람소리만 있고 명상은 없다는 것을……. 아니 명상할 겨를도 없었다. 명상이 없는 명상의 구름다리 200미터 건너는 동안 바람에 날아가 떨어져 박살이 나서, 지방 신문에 나오고 전국 뉴스에 나오고, 더구나..

遠朋 方來

遠朋 方來 아침 산책을 나간다. 아파트 정원 연못 앞을 지난다. 얘들이 지난밤 어찌 지냈나. 문득 붕어가 궁금하다. 연못을 들여다본다.붕어들이 몰려온다. 발갛게 금붕어들이 몰려온다. 들여다보느라 내 그림자가 비치었나. 내 내음새가 스미었나. 내가 가진 밥이라도 보였나. 몰려든다. 마구 몰려온다. 갈대숲 그늘에 숨어 있던 아이들, 바위틈에서 남새를 뜯고 있던 아이들, 거꾸로 박힌 아파트 그림자 사이에서 꼬리잡기놀이를 하던 아이들, 멀리에서 놀던 아이들이 달려온다.꼬리를 흔들며 호들갑을 떨고, 입을 뻐끔뻐끔하며 소문을 내기도 하면서 숨 가쁘게 달려온다. 아주 멀리 저 건너 마을에서도 달려온다. 그늘진 다리 아래 어둠을 뚫고, 삐죽삐죽 올라온 돌 사이를 지나서 달려온다. 이 이이들 세계에도 인터넷이 있나. 단..

청주 당산 공원, 당산토성 탐방

청주 당산토성 탐방기일시 : 2026년 6월 2일 오전 9시부터 13시 30분함께 간 사람 : 느림보수필교실 회원 7 명(조정순, 안호남, 김인환, 이윤우, 엄미정, 김현주, 느림보 )탐방 코스 : 당산폭포-배수지터- 윷판바위- 당산토성 - 정상- 와우산토성- 청주향교- 당산 생각의 벙커- 오리골에서 점심- 커피 몇 주전 수필교실에서 김인환 수필가가 당산토성을 소재 한 수필을 발표하고 합평을 했다. 그런데 의외로 당산토성과 우암산 토성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이 많았다. 내가 당산토성의 개요를 설명하면서 청주읍성, 상당산성, 부모산성, 정북토성을 비롯한 청주 부근의 산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지 당산토성부터 탑방을 하자고 불같이 일어났다. 앎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했다. 청주의 역사를 알려면 청주읍성, ..

AI랑 놀기 (이방주 평론은?)

심심해서 제미나이에게 내 프로필 사진을 주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대답이 신기해서 자꾸 물어보니 더재미 있다. 질문 (사진을 보여 주면서) 문인 평론가 중에 이 사람이 누구인지 혹시 기억나세요? 제미나이 : 사진 속 명찰에 적힌 이름과 모습을 보니,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오신 이방주 평론가(수필가)님입니다.명찰 윗부분에 '문학평론가', 그리고 아래에 '이방주'라는 성함이 선명하게 보입니다.이방주 평론가님은 1953년 청주 출생으로, 1998년 문단에 데뷔하신 이후 날카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비평과 수필 작품을 통해 지역 문학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이끌어오신 분입니다. 특히 한국 현대 수필 문학의 문학적 가치를 규명하고, 단순한 신변잡기를 넘어선 '본질적인 수필 문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