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장르, 여러 얼굴이방주의 『꿈꾸는 버마재비』(연암서가, 2025)를 읽고 珠蓮 강현자 수필집을 받으면 나는 먼저 작가의 말을 읽고 표제작을 읽은 다음 첫 작품을 읽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방주 작가의 아홉 번째 수필집 『꿈꾸는 버마재비』에는 「꿈꾸는 버마재비」가 없다. 느림보라고 흔히 알려진 이방주 작가는 자호를 노두(老蠹)라 칭하며 스스로를 낮추고 우주 질서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의식한다. 그는 古稀가 되어서도 꿈을 잃지 않고 버마재비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자신을 담금질한다. 버마재비는 작가의 가슴에 품은 또 다른 이방주의 이름이다.『꿈꾸는 버마재비』를 펼치면 첫 작품부터 강렬한 메시지가 훅 하고 다가온다. 비가 갠 날 아침, 작가는 우연히 만난 지렁이를 보고 위험한 환경에 처해있는 미물에게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