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여름 1 1. - 프롤로오그 (장연 대학찰옥수수) - 정선에 가고 싶었다. 정선에 가면 산과 물이 변함없이 남아 있을 것 같았다. 또 예스러운 우리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산은 여전히 푸르고 강물은 여전히 쉼 없이 하얀 자갈을 굴리며 흐를 것 같았다. 사람들이 사는 집은 예전 그대로 흙과 돌로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8.10
개소리 더위에 찌든 아파트에서 새벽에 개가 짖어댄다. 응석받이 어린애가 울듯이 찡찡댄다. 정말 요즘 흔히 말하는 개소리다. 아파트 너른 거실에서 종횡으로 다니다가 제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그렇게 짖어대는가 보다. 원래 마당에서 살아야 할 놈이 방으로 들어와 아기만큼 귀염을 받으..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4.08.01
여름날의 補閑 어제가 초복이었어요. 무고한 닭의 모가지만 비틀게 아니라, 이런 얘기도 補가 될 것 같아요. 아니 몸에 補는 못 될지라도 마음에 補라도 좀 될까 해서요. 補身은 못되어도 補心은 된단 말이지요. 해도 될까요? 아이참, 해도 될까요? 그냥 해버려? 할까 말까? 하기야 수필은 ‘나만이 가지..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4.07.21
딸꾹질 없는 떡먹기 ‘떡줄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에는 몇 가지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다. 남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미리부터 제 몫을 챙기려 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뜻 외에도, 떡을 귀한 음식으로 생각하면서도 나눌 사람과는 쉽게 나누어 먹었을 것이라는 점과, 아무리 맛있는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7.18
꽃피는 날에 생각나는 떡 이른 봄 밭두렁 산기슭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조팝나무 하얀 무더기를 보면, 아이들 백일에 정성으로 올리는 흰무리가 눈에 선하다. 조팝나무 꽃만큼 눈부시게 하얀 꽃도 없고 또 그만큼 청순한 향을 내품는 꽃도 없다. 조팝나무꽃이 그렇게 소박하면서도 풍요롭지만, 새순이 돋고 하얗게 꽃을 피울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7.14
지금도 거기에 갈 수만 있다면 지금도 거기에 갈 수만 있다면, 거기 가서 살 수만 있다면, 밤잠을 설치고 새벽밥 뜨는 둥 마는 둥 뽀얀 안개를 헤치고 그곳으로 달려갈 것이다. 나는 등산 배낭에 코펠과 버너를 넣고, 아내는 노란 쌍꺼풀에 윤이 반짝반짝 나는 멸치 고추장 볶음을 부산하게 준비할 것이다. 나는 나의 무쏘에 되도록 .. 느림보 창작 수필/서리와 햇살(교단) 2004.07.08
구황식으로 먹던 도토리묵 오늘은 도토리묵 이야기나 해야겠다. 세상이 변해서 이만큼 호화롭게 살게 되면 별 요상한 걸 먹고살게 될 줄 알았었는데, 요즘은 건강식이니 웰빙이니 하는 것들이 사실은 옛날 굶던 시대에는 배고파서 할 수 없이 먹던 음식이었다. 곧 옛날에 끼니를 에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던 메밀국수, 메밀묵..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6.22
‘목련꽃 지는 법’ 그 후 서재에서 내려다보이는 이웃 아파트의 정원에 목련은 또 피었다 진다. 어느날 갑자기 피어난 것 같은 목련은 어느날 갑자기 그 지순한 잎을 떨구었다. 이제는 이파리들이 참새 주둥이만큼 돋았다. 꽃을 지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목련의 발돋움이 저녁노을 속에 찬란하다. 이쯤해서 그만 하직하고 .. 느림보 창작 수필/물밥(삶과 죽음) 2004.04.20
원시의 香 -쑥국- 아침상에 쑥향이 그윽하다. 내 계절의 미각의 감별사인 아내가 오늘은 쑥국을 끓였다. 쑥국은 어린 쑥으로 끓여야 하기 때문에 끓일 수 있는 기간이 이른 봄날의 2,3일 정도 밖에 안 되어 때를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러니 식탁에서 쑥향을 맡으며 내심 감사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흔..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4.19
진채(陣菜)로 먹는 다래순 정월 대보름날(상원:上元)에는 나물을 많이 먹는데, 이 때 먹는 나물을 진채(陣菜)라 한다. 진채로는 호박고지, 무고지, 외고지, 가지나물 같은 고지 종류 외에도, 여러 가지 나물들을 한데 섞어 말린 묵나물이 있다. 묵나물은 ‘오래 묵혀두고 먹는다.’는 의미인데, 산나물을 뜯을 때, 취나물, 곰취, 개..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