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여름 3 3. 메밀의 신화 메밀은 메마르고 거친 땅도 마다하지 않는다. 추위에도 꽃을 피우고 까만 열매를 맺는다. 무서리가 내려 그 가늘고 연약한 붉은 대궁이 흐물흐물해져도 다만 한두 알갱이라도 열매를 맺고야마는 것이 메밀이다. 또 여름에 씨앗을 뿌리거나 가을에 파종을 하거나 불평하는 법이 없이 뿌..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8.12
정선의 여름 2 2. - 황기 족발 - 점심 겸 저녁으로 안내 전단에서 본 황기족발을 먹기로 했다. 아내가 한 번 가봤다는 유명한 동광 식당을 간신히 찾았다. 점심때도 저녁때도 아닌데 사람들이 방안에 가득하다. 그것만 봐도 그 맛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족발의 터벅터벅한 맛과 노리끼리한 냄새 때문에 별로 달가워..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8.11
정선의 여름 1 1. - 프롤로오그 (장연 대학찰옥수수) - 정선에 가고 싶었다. 정선에 가면 산과 물이 변함없이 남아 있을 것 같았다. 또 예스러운 우리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산은 여전히 푸르고 강물은 여전히 쉼 없이 하얀 자갈을 굴리며 흐를 것 같았다. 사람들이 사는 집은 예전 그대로 흙과 돌로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8.10
딸꾹질 없는 떡먹기 ‘떡줄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에는 몇 가지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다. 남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미리부터 제 몫을 챙기려 하는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뜻 외에도, 떡을 귀한 음식으로 생각하면서도 나눌 사람과는 쉽게 나누어 먹었을 것이라는 점과, 아무리 맛있는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7.18
꽃피는 날에 생각나는 떡 이른 봄 밭두렁 산기슭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조팝나무 하얀 무더기를 보면, 아이들 백일에 정성으로 올리는 흰무리가 눈에 선하다. 조팝나무 꽃만큼 눈부시게 하얀 꽃도 없고 또 그만큼 청순한 향을 내품는 꽃도 없다. 조팝나무꽃이 그렇게 소박하면서도 풍요롭지만, 새순이 돋고 하얗게 꽃을 피울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7.14
구황식으로 먹던 도토리묵 오늘은 도토리묵 이야기나 해야겠다. 세상이 변해서 이만큼 호화롭게 살게 되면 별 요상한 걸 먹고살게 될 줄 알았었는데, 요즘은 건강식이니 웰빙이니 하는 것들이 사실은 옛날 굶던 시대에는 배고파서 할 수 없이 먹던 음식이었다. 곧 옛날에 끼니를 에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던 메밀국수, 메밀묵..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6.22
원시의 香 -쑥국- 아침상에 쑥향이 그윽하다. 내 계절의 미각의 감별사인 아내가 오늘은 쑥국을 끓였다. 쑥국은 어린 쑥으로 끓여야 하기 때문에 끓일 수 있는 기간이 이른 봄날의 2,3일 정도 밖에 안 되어 때를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러니 식탁에서 쑥향을 맡으며 내심 감사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흔..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4.19
진채(陣菜)로 먹는 다래순 정월 대보름날(상원:上元)에는 나물을 많이 먹는데, 이 때 먹는 나물을 진채(陣菜)라 한다. 진채로는 호박고지, 무고지, 외고지, 가지나물 같은 고지 종류 외에도, 여러 가지 나물들을 한데 섞어 말린 묵나물이 있다. 묵나물은 ‘오래 묵혀두고 먹는다.’는 의미인데, 산나물을 뜯을 때, 취나물, 곰취, 개..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3.26
눈내리는 날의 김치찌개 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 봄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 것도 참 드문 일이다. 김치 냉장고에서 갓 꺼낸 김치맛이 신선하다. 이렇게 눈이 소복이 쌓인 날 아침에는 게으른 눈을 비비고 두어 걸음으로도 넉넉한 좁은 마당에 겨우 길을 내고, 눈을 파헤쳐 김치를 꺼내던 가련한 산골 총각 선생 시절이 생각난다...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3.20
마늘 이야기 언제부터인지 신문의 광고를 현란한 언어로 장식하는 것이 마늘 이야기이다. 광고라는 것은 가장 믿을 수 없는 인쇄물이라는 생각 때문에 꼼꼼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남성'에 관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요즈음 약이든 식품이든 '남성'에 관련되는 단어만큼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은 없..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