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우리 정원에 어느새 녹음이 우거졌다.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이 작은 정원을 걷는 재미는 쏠쏠하다. “김치 주는 선생님!” 나의 사색에 끼어드는 아이들이다. 아직 내 이름도 전공도 모르는지 그렇게 부른다. 쌍꺼풀 없이 작고 예쁜 눈에는 열없어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건 무슨 나무예요?” “산딸..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8.06.01
추억의 고등어 입안에 군침이 돈다, 구내식당에서 추억의 향이 흘러나온다. 고향집 산모롱이가 아스라하게 보이는 듯하다. 오늘 점심 식단은 고등어무조림이란다. 구내식당 고등어무조림 맛은 일품이다. 팔백 명 분을 한꺼번에 졸여내기 때문이다. 가마솥보다 더 큰 솥에 손바닥 크기의 무 조각을 아무렇게나 쭉쭉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8.04.27
조화의 행복, 붕어찜 샘봉산 붕어찜 오늘 같이 눈이 내리고 추운 날이면 대청호 붕어찜이 그리워진다. 고춧가루로 붉게 화장한 월척들이 냄비 안에서 눈을 감고 고요히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견딜 수 없다. 어제부터 내리는 눈은 오늘도 그치지 않는다. 아파트 마당이 온통 빙판이다. 그래도 우리는 출발..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8.01.08
원초적 행복 퇴근길에 증평으로 접어드는 교차로를 내려서는데 전화가 온다. 친구 연 선생이다. 저녁을 먹으러 오란다. 나는 그냥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에 벌써 증평을 지나는 길이라니까 어머니께서 좋은 걸 해 놓으셨으니 얼른 오란다. 3일 만에 청주 집에 가는 나를 괴산으로 되돌릴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좋은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7.06.15
젓가락 하나 양식집에 갈 때마다 난처한 일이 있다. 밥 한 번 먹는데 사용하는 그 많은 도구들의 쓰임새를 갈 때마다 혼동하기 때문이다. 쓰임새뿐만 아니라 왼손으로 잡아야 할지 오른손으로 잡아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포크와 나이프를 오른손 왼손으로 번갈아 쥐면서 부산하고 어..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7.05.31
찰밥 같은 우정 남원을 떠난 차가 몇 시간 만인지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로 들어간다. 여기서 친구 이여사가 준비해온 찰밥을 먹는다고 한다. 친구의 따뜻한 인정으로 다시 한번 가슴을 덥힐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차는 포장된 광장을 둥그렇게 돌아 등나무로 꾸며 놓은 야외 휴게소 옆에 멈춰 선다. 우리..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7.05.27
정선의 여름 7 7. 에필로오그 (고향의 맛) 돌아오는 날 우리는 동강을 지나오기로 했다. 영춘에서 영월 하동면의 맛밭을 거쳐 옥동리 김삿갓 계곡 입구를 거쳐 녹전, 신동읍의 아리랑 학교, 남면의 민둥산 입구, 동면의 몰운대, 소금강, 화암약수, 화암동굴, 석공예단지를 들러 정선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 아침에 북평..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9.08
정선의 여름 6 6. 추억의 올챙이국수 올챙이국수는 예전에는 올챙이묵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었다. 만드는 과정이나 먹는 방법이 국수와 묵의 중간쯤 되기 때문에 묵과 국수로 불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모양이 올챙이를 닮았다는 데에는 모두 동감인 것 같다. 사실 만드는 과정을 보면 묵에 더 가깝다는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8.31
정선의 여름 5 5. 곤드레밥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시장 먹자골목을 배회하였다. 시장은 상인들이 전을 벌이느라 분주하게 오간다. 어느 깔끔하게 생긴 작은 음식점 앞에서 차림표를 기웃거리니 곤드레밥이라는 것이 있었다. 정선 음식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우리는 생소한 이 음식을 먹어 보기로 했다. 곤드..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8.15
정선의 여름 4 4. 수수부꾸미와 감자떡, 술빵 돌아오는 길에 동강의 절경을 보기로 한 우리는 간식거리를 몇 가지 더 사기로 했다. 아직도 푸른색을 벗지 못한 사과 몇 알과 강원도 옥수수를 사고 시장을 기웃거렸다. 시장에는 할머니들이 정선의 토산품임을 증명하는 명찰을 목에 걸고 고사리, 더덕, 황기, 산나물을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