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같은 아내 올 가을에도 호박이 한 스무 덩이쯤 들어왔다. 농사를 짓는 아내의 초등학교 친구가 보내 온 것이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한두 덩이씩 넉넉한 마음으로 나누고도 열 덩이쯤 남았다. 아내는 또 누군가 나누어 줄 사람을 생각을 하면서 손가락을 꼽고 있었지만, 나는 이제 그만 거실에 두고 마음 보..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2.11.13
밥 맛 '밥맛이야.'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이 정말로 '밥맛'일 때, 부정적인 눈으로 흘겨보며 쓰는 말이다. 요즘같이 맘에 들지 않는 일을 '밥맛'인 것으로 보는 것만큼이나 약간 삐뚤어져 왜곡된 의미로 쓰이는 말인 '엽기적'인 일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나는 얼마나 '밥맛'인 사람일까 생각하니 정말 '밥맛'..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1.09.21
새우젓 금년에는 강경이나 광천에서 성황을 이룬다는 새우젓 축제에 꼭 한 번 가보려고 했다. 그러나 또 가지 못했다. 내가 게으르기도 하지만 다른 해에 비해 꼭 가야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축제 구경을 하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새우젓을 구하기 위해서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당분간은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1.05.13
아내의 김치 나는 검은 콩밥을 좋아한다. 검은콩을 눌린 누룽지나 그걸 따끈하게 끓인 누른밥은 나를 향수에 젖게 한다. 누른밥을 한 숟가락 넘치게 떠서 속살이 노랗게 익은 배추김치를 올려놓아 한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어머니 맛이 되살아온다. 어렸을 적 병약했던 내가 겨울 바람을 맞으면서 분수에 넘치게 .. 느림보 창작 수필/원초적 행복(맛) 200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