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창작 수필/서리와 햇살(교단) 34

이런 제자 -고개 너머 세상을 찾아간 의학 박사-

9월 15일 한가위 이튿날이다. 친구 연선생과 백화산 정상에 올랐다. 1060m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계는 이제 막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억새가 여기저기 바람에 날리며 어느덧 가을도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땀은 지독하게 흐른다. 멀리 문경 쪽을 바라보면서 한 20분을 보냈다. 아예 가방을 내려 놓았다..

사과 향기 속에서 책 읽는 엄마들

하늘이 종일 울상이더니 오후 들어 눈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눈송이가 온 하늘을 부옇게 흐려 놓는다. 그런가 싶더니 금방 산아 하얗다. 교정의 정원수에도 하얗게 눈꽃을 피웠다. 커피 한잔을 들고 유리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본다. 눈은 아직 그칠 생각이 없다. 이제 산인지 하늘..

연풍일기 -들밥 나누는 마음으로-

그림 같은 연풍중학교 2월 28일. 연풍 출근 첫날이다. 3월 2일 시업식에 앞서 새 조직의 첫 만남이다. 인문고에만 줄곧 근무해온 나는 중학교 근무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초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가슴이 떨렸다. 작고 아담한 연풍중학교는 아침햇살을 맞아 솜이불처럼 포근해 보였다. 교문 앞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