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개 못된 것은 들에 가서 짖는다'라는 말이 있다. 개가 집은 지키지 않고 들에 가서 짖는다는 말이다. 곧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소홀히 하고, 아무 소용도 없는 데 가서 되지 못하게 잘난 체 하며 떠드는 행동을 비판하는 말이다. 사람들이 하찮게 생각하는 개도 제가 짖어야 할 자리가 있다는 말이다.
김선생님이라는 분이 있었다. 평소에 물처럼 맑게 사시는 분이라 재물과는 인연이 없었다. 다행이 도시 변두리에 터가 좀 넓은 구옥이 있어 당신이 사시는 본채를 중앙에 두고 빙 둘러 판자를 엮어 부엌과 방을 들이고 당신처럼 가난하고 맑게 사는 사람들에게 헐값으로 세를 놓아 생계도 돕고 그들에게 도움도 주면서 살았다.
세든 사람들의 직업이 다양하고,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 기억력이 모자란 개는 밤새워 짖어야 했다. 신세대 경리 아가씨가 들어오는 6시에는 카랑카랑하게 짖다가, 3교대하고 가래떡처럼 늘어져 돌아오는 공단의 처녀 근로자가 들어오는 11 시쯤에는 이 친구의 목에도 가래가 끓기 시작한다. 그렇게 밤새워 짖다가 주인의 가슴을 뻐근하게 하는 것은 동이 훤히 터 올 무렵 밤샘 근무를 하고 해장국에 반주로 소주 한 잔 걸친 택시 기사가 돌아올 때쯤이다. "컹컹"하고 맑고 카랑카랑하게 끊어지기는커녕, "웡 웡"하고 쉰 목소리조차도 내지 못하고, "으워어어엉, 으워어어엉"하면서 쉰 목소리에 가래를 끓이며 고독하고 처절한 노인네 울음소리를 낸다.
세상에는 오뉴월에 늘어지는 개팔자같은 복을 1년 내내 누리는 개도 많다. 감기만 들어도 링거를 꽂는 사람보다 팔자 좋은 개도 있다. 그러나 가난한 청백리를 주인으로 만나 그 주인의 편안한 안식을 위하여 밤새도록 밤을 쫓다가 새벽녘에는 처절하게 변한 개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딱한 개도 있다.
개에게 밤은 내몰아 쫓아야 할 어두운 현실이다.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불의의 객'을 향하여 죽을힘을 다하여 밤을 쫓는 '소리'를 내는 개만이 '들에 나가 짖는 못된 개'가 아닌 집에서 짖는 '개다운 개'가 아닌가 한다. 이런 개소리만이 불의에 무심하게 살아온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윤동주님은 시 '또 다른 고향'에서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라고 무기력한 우리를 질타하고 있다.
언론 규제의 시시비비가 무성한 요즈음, 어둠 앞에 자신 있게 나서서 '집에서 짖는 개'처럼 비록 쉰 목소리로라도 밤을 쫓는 용기를 지닌 '개소리'가 절실하다.
(1999. 11. 1. 충청일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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