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리뱅이와 흙 뽀리뱅이가 꽃을 피웠다. 공원 잔디밭 경계석 이음매 틈에서 꽃대 서너 줄기를 쑥 뽑아 올리고 노랗게 꽃을 피웠다. 고향 마을에서는 밥보재기라고 불리는 나물이다. 이른 봄 부드럽고 습기가 촉촉한 흙에서 밥보자기만큼이나 널찍하게 땅을 차지한다. 그런데 잔디밭 경계석 이음매나 경계석과 보도블록 틈에서 나와 꽃대를 세우고 노랗게 야들야들한 꽃을 피웠다. 아파트 축대로 쌓은 거대한 자연석 위에서도 여린 꽃을 피웠다. 울퉁불퉁한 바위에 바람으로 날려 쌓인 흙에 뿌리를 내리고 아기 손바닥만 한 밥보재기를 펼치고 꽃대를 세웠다. 한 숟가락도 안 되는 흙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꽃을 피운 그놈의 생태가 신기하고 기특하다. 악착같은 뽀리뱅이도 기특하지만 흙은 더 위대하다. 바위 위에 쌓인 한줌도 안 되는 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