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의 오만(傲慢) 빗줄기 사이로 학교앞 동산의 울창한 아카시아가 더욱 그 오만한 녹음을 자랑한다. 아카시아 숲은 작년 봄 새로 배수지를 건설하느라 파헤친 붉은 황토를 가려 주어 정말 다행이다. 산 위인데도 아카시아 나무 사이로 가끔 자동차가 보일 듯 말 듯 지나기도 하는 것이 신기하다. 지난봄에..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2.08.12
나 이제 일어나 가리 나는 게으른 탕자인가? 벚꽃이 휘날려 떨어지고 목련마저 '후드득-' 세상을 버릴 때까지, 나는 게으른 탕자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무렇게나 뒹굴며 보낸 시간에 대한 아쉬움으로 뼈아프게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면서도 늘 그 자리에 그렇게 주저앉아 있다. '이제 일어나야지', '이제 ..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2.07.17
탐욕의 계단 정말로 신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가? 삶은 신이 내린 은총인가? 시인 김남조는 이렇게 읊었다.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김남조의 ' 雪日'에서) 그렇다면, 현암사에 가야 한다. 바위에 매달린 듯한 고찰에 그 어려운 계단을 밟..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2.07.12
구병산 정력 샘물 구병산에 가보세요. 말만 들어도 화려하잖아요. ―아홉 폭 병풍을 두른 듯한 산―. 단번에 아홉 폭이나 되는 산수화가 떠오르잖아요? 조화옹이 여덟 폭을 둘러치다가 한 폭 더 욕심을 부려 본 모양이지요? 한 번 가 보세요. 정말로 산수화 속에 거니는 신선이나 도인이 된 기분이거든요. 유..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2.02.10
기차에서 만난 그녀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아내와 함께 있으면 우리는 조건 없이 우리이다. 아니 우리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가까운 우리이다. 우리는 함께 살기 때문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함께 생존한다는 것과 다르다. 한 집에 살면서 같이 자고 일어나 같이 밥 먹고, 같이 텔레비전을 보는 ..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2.01.09
죽비 죽비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악행을 버리고 선행을 닦아 불법을 깨닫기 위하여 좌선에 들 때 경책사가 수행자의 어깨 부분을 내리쳐서 졸음이나 자세 등을 지도하는 데 쓰이는 장척(長尺)을 죽비로 알고 있는데,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원래는 절에서..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1.09.28
대관령 소나무 자동차로 동해안을 달리면, 당연히 바다로 고개가 돌아간다. 사람들은 으레 바다를 바라보겠지만, 나는 소나무를 본다. 감포에서 설악까지 하룻길은 온통 소나무 천지였다. 바닷가 모래장과 도로 사이에 운집해 서 있는 소나무, 망양정, 월송정 소나무, 경포 부근의 소나무, 그리고 이름도..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1.07.24
解憂所에서 산에 가지 못하는 일요일이다. 이 나이에는 조금이라도 땀을 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까운 우암산이라도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시내버스를 타고 상당공원에서 내려 삼일공원에 올라가려니 진땀이 바작바작 났다. 동상은 넘어진 정춘수 목사의 좌대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랫배..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1.06.15
자작나무의 껍질벗기 지난 15일 한 모임이 주선하는 관광버스를 타고 설악산 관광을 떠났다. 관광버스를 타고 하는 여행은 직원 연수나, 수학여행 인솔이 더러 있을 뿐 나로서는 참으로 낯선 일이라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더구나 차안에 탄 사람들은 대부분 사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인들이라 더욱 그랬다. ..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1.04.24
대왕암 갈매기 다시 가 본 대왕암(2007.1.6) 감포에 가고 싶었다. 그 바다가 그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익숙한 바다도 아닌데 한 번 가본 이후로 그 바다의 흰 물결이나, 아주 가까이 있는 대왕암 갈매기의 影像이 지워지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감포까지 차를 몰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떠.. 느림보 창작 수필/껍질벗기(깨달음) 2001.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