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삼계탕이 배달되었다. 여름감기로 입맛을 잃은 시부모를 위해서 며느리가 보냈단다. 뚜껑 있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서 아직도 뜨겁다. 백김치, 깍두기, 파 송송, 후추소금까지 정갈하다. 새로 담근 열무김치를 꺼냈다. 동치미무가 있었으면 금상첨화겠다. 아삭아삭 풋고추도 내놓았다. 상은 금방 차려진다. 아내가 다른 그릇에 다시 담아 먹자고 하는 걸 그대로 먹자고 했다. 내게는 격식을 차릴 겨를이 없다. 우선 김칫국물을 한 숟가락 떴다. 입안이 얼얼하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목욕재계하고 얌전하게 엎드린 닭님을 뒤집어 상면했다. 젓가락으로 찍어 가르기에는 등짝이 너무 여리다. 이미 반쯤 갈라진 배를 열었다. 찰밥 덩어리가 얌전히 좌정하였다. 대추, 밤을 건져 잔반통으로 보냈다. 쓴맛은 빨아들이고 단맛을 내보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