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화엄사에 가는 아내를 전세 버스 정류소까지 전송하러 가는 중이었다. 고라니 주검을 보았다. 큰길에서 국립청주박물관으로 내려서는 작은 길목에 나뒹굴어 있었다. 배가 빵빵한 것으로 보아 변을 당한 지 시간이 좀 지난 것 같았다. 아내가 눈을 돌렸다. 상봉재 쯤에 무슨 볼일이 있었는지 와우산에서 내려와 급히 찻길을 건너가는 중이었겠지. 고라니는 그렇게 돌아갔다. 1994년쯤 금천고에 근무한 적이 있다. 금천동에서 용암동 버스종점으로 고개를 넘으면 보살사로 향하는 중고갯길을 만난다. 용암동이 주택가로 개발되기 전이라 비포장도로에 대형 트럭이 다녀서 울퉁불퉁하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가로수 사이로 발 디딜 자리를 보아가며 고개를 넘어야 했다. 나는 종종 영운천 좁은 둑길로 차를 몰아 퇴근했다. 어느 날 퇴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