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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因緣 2 -慧光堂宗山大宗師 입적에 즈음하여-

새벽에 화엄사에 가는 아내를 전세 버스 정류소까지 전송하러 가는 중이었다. 고라니 주검을 보았다. 큰길에서 국립청주박물관으로 내려서는 작은 길목에 나뒹굴어 있었다. 배가 빵빵한 것으로 보아 변을 당한 지 시간이 좀 지난 것 같았다. 아내가 눈을 돌렸다. 상봉재 쯤에 무슨 볼일이 있었는지 와우산에서 내려와 급히 찻길을 건너가는 중이었겠지. 고라니는 그렇게 돌아갔다. 1994년쯤 금천고에 근무한 적이 있다. 금천동에서 용암동 버스종점으로 고개를 넘으면 보살사로 향하는 중고갯길을 만난다. 용암동이 주택가로 개발되기 전이라 비포장도로에 대형 트럭이 다녀서 울퉁불퉁하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가로수 사이로 발 디딜 자리를 보아가며 고개를 넘어야 했다. 나는 종종 영운천 좁은 둑길로 차를 몰아 퇴근했다. 어느 날 퇴근길..

한국수필 심포지엄 유감 - 오양호교수의 발제와 이방주의 질의에 대하여

2020.6.23. 대구;아젤리아호텔. 창간 50주년 기념 심포지엄 발제 논문 한국수필의 현황과 전망 오양호(인천대학교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2019년 12월 현재 한국문인협회에 가입된 문인은 14,641명이고 그 가운데 수필분과에 가입된 수필가는 3,634명이다. 이 숫자는 시 장르 7,833명 다음으로 많다. 그리고 수필전문 잡지는 약 30여종 쯤 되는 듯하다. 이런 잡지에는 아직 한국수필가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수필가도 수두룩하다. 이렇게 계산하면 한국의 수필가 수는 어림잡아 5천명은 될 것이다. 한국수필가협회나 한국문협 수필분과에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아도 수필을 쓰고, 수필집을 출판하는 사람은 다 수필가인 까닭이다. 이런 현상을 좋게 말하면 수필장르가 아주 활성화되어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불두화의 고백

불두화 2007일 5월 13일 연풍중학교 교정에서 교정에 불두화가 피었다. 뒤뜰 야생화단지에 화사하게 피었다. 회양목이 울타리처럼 둘러싼 야생화단지에는 모두 일년생 화초이고, 나무라곤 모과나무와 불두화 단 두 그루뿐이다. 봄에 피어난 야생화들은 다 지고, 금낭화조차 화사한 붉을 빛을 잃어가고 있는데, 불두화만 하얗게 피어났다. 불두화는 이렇게 봄꽃이 지고 여름 꽃이 피기 전, 5월의 한 복판에서 허허로운 뜰을 소담하게 채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연두색으로 쑥향이 솔솔 피어나는 찐빵 같더니, 어느새 여인의 하얀 가슴처럼 소담하게 피었다. 불두화는 향기가 없다. 어떤 사람은 꿀샘이 아예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꿀샘은 잎자루 바로 밑에 숨어 있다. 그래서 벌 나비가 별로 날아들지 않는다. 소담하게..

새해 첫날 석천암을 찾다

몸이 찌뿌둥하고 마음까지 찝찝하면 석천암에 간다. 석천암은 이름 그대로 바위샘에서 물이 나온다. 아니 물은 석굴 천장에서 방울방울 떨어지고 샘이 물방울을 받아 모은다. 그 석굴에 약사여래가 정좌해 있다. 석천암에 가서 석굴의 약사여래부처님을 만나면 하늘이 열리듯 마음이 열린다. 청천에서도 풍광 좋은 삼송리로 들어가 삼송학교 건물을 오른쪽에 두고 살상 기어 들어가면 달리다 보면 농바위 마을 쉼터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가면 대야산 밀재로 가는 길이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 외길을 따라 쭉 올라간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석천암이 있다. 전에는 대야산에 빠져서 한 달이면 두 번 정도는 올라갔다. 아니 쉬는 날만 있으면 혼자서도 자주 갔다. 그럴 때는 경북 문경 쪽의 선유동 범바위 마을..

<부흥백제군 발길 따라 백제의 山城 山寺 찾아> 소개

[도서 출판 밥북의 소개] 늘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그 발품 가운데 작품을 길어 올리는 이방주 작가가 수필로 풀어낸 역사 유적 답사기이다. 제목 그대로 부흥 백제군의 발길을 따라가며 백제의 산성과 산사를 찾고, 그 역사의 아픔과 의미를 수필가의 시선으로 오롯이 담아냈다. 작가는 10년에 걸쳐 충청, 전라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부흥백제의 현장을 찾아 산성 167곳과 그 산성 아래 산사 45곳을 찾았다. 책은 그중 역사적, 문화사적 의미가 큰 곳을 선별하여 싣고, 작가가 직접 쓰고 찍은 글과 사진을 통해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이런 역사의 현장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부흥백제 유민들의 아픔은 물론 면면히 흐르는 백제의 정신을 만나고, 그 안에 담긴 백제의 매력마저도 만나볼..

이우주의 <머리 유감> 수필과비평 2020년 5월호(223호)

심사평 머리는 사람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이 머리를 깎고 출전한다거나, 불가에서 출가와 동시에 머리를 깎는 것은 세상에 대한 새로운 결의의 표명인 동시에 자신에 대한 다짐의 표시이다. 은 오랫동안 긴 머리에 정성을 들렸던 딸아이가 갑자기 단발머리로 자른 것을 보면서 화자가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심리적 변화가 어떻게 머리가 반영되어 왔는지를 재미있게 풀어낸 글이다. 화자는 그동안 머리와 관련된 마음이 기억하는 삶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세밀한 소묘화라기보다는 담백한 수채화를 떠올리게 한다. 화자의 기억에서 호명되어 나온 에피소드들, 즉 태어날 당시 우ㅠ리 전통 가정의 남아선호사상, 중고등학교 시절의 단발 규정, 사회 생활 등 잊혀가는 시대 상황들과 사회 생활, 신..

부흥백제군 발길 따라 백제의 山城 山寺 찾아(여는 글)

여는 글 부흥백제군 발길 따라 백제의 山城 山寺 찾아 세종시 전동면에 운주산성이 있다. 나는 운주산성을 그냥 산책 삼아 다녔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고즈넉한 산성길이 상쾌하고 좋았다. 독립기념관 푸른 지붕으로부터 공주 공산성까지 먹줄을 ‘탁’ 튕겨 놓은 정상의 그 한가운데쯤에 ‘백제의 얼 탑’이 있다. 백제의 얼이 왜 이곳에 모여서 탑으로 불끈 솟아 있을까. 그건 그냥 지나는 궁금증이었다. 돌아내려오는 길은 온통 활엽수가 하늘을 가려주는 오솔길이다. 그렇게 십리 길은 그냥 만족스런 산책길일 뿐이었다. 성 아래 고산사라는 절이 있다. 오래된 절이 아니라 큰 관심은 없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지나는 길에 들렀다가 ‘백제국의자대왕위혼비’ ‘백제루’ ‘백제극락보전’ ‘도침당’ 이런 비와 전각을 보고 바로 ..

행복하게 준비하고 미래를 꿈꾸는 여행 -신금철의 『가족 그 아름다운 화소』에 붙여-

행복하게 준비하고 미래를 꿈꾸는 여행 -신금철의 『가족 그 아름다운 화소』에 붙여- 이방주(수필가, 문학평론가) 신금철 수필가는 40여년을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봉직한 평생교단교사이다. 부군이신 임갑수 선생님도 역시 40년을 중등학교 교직에 몸담아 청주시내 명문 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분이다. 아들만 셋을 둔 부부는 며느리까지 교직에 있으므로 온전한 교육가족이다. 아내는 안온하고 남편은 인자하고 자상하다. 두 분만 보면 이 댁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세 아들은 능력 있고 활기차게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며느리들도 훌륭하게 사회에 기여하면서 품위 있게 가정을 다독여가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닮았다. 신금철 수필가는 충북은 물론 대한민국 수필문단의 큰 기둥인 반숙자 수필가에게 ..

여섯번째 수필집 [들꽃 들풀에 길을 묻다] 메아리

이방주의 [들꽃 들풀에 길을 묻다] 소개 글 들꽃 들풀에 길을 묻다 오늘날 사회는 진실은 왜곡되고 본질은 혼란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대중은 혼란 속에 서성거리고 있다. 말은 많아도 말씀은 없다. 나는 이럴 때 들로 나선다. 나에겐 들꽃이 스승이고 들풀이 길잡이다. 자연은 거짓을 모른다. 자연은 말은 없어도 말씀이 있다. 들로 나가는 것이 격물格物이고 치지致知의 길이다. 나는 들꽃 들풀의 말씀을 받아 적고, 들꽃 들풀의 깨우침으로 나를 깨우친다. 나의 작은 깨달음을 혼자 갖기 어려워 이 책을 엮는다. - 여는 글에서- 수필가 이방주는 발로 쓰는 작가이다. 그는 두 발로 가서 본 체험을 수필로 쓴다. 이 책은 그가 사는 청주시 근교의 주중리 수름재, 무심천, 미호천을 자전거로 달리며 찾은 들꽃과 들풀에..

청주교육대학교 수필창작교실, 무심수필문학회(수필미학 취재 기사)

청주교육대학교 수필창작교실 무심수필문학회 직지直指의 고장 청주 무심無心, 이 간명한 두 음절의 명사는 청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천川의 이름이다. 아울러 청주를 상징하는 기표이다. 무심수필문학회의 동인지 이름도 ‘무심無心’이다. 철학적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무심’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