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누름에 이제 막 익어가는 보리밭길을 거닐었다. 연두색 보리대궁이 초여름 따끈따끈한 햇살을 받아 누렇게 물들기 시작했다. 성난 까락 사이로 보리 알갱이들이 툭툭 불거져 나온다. 보리밭 둑길을 걸으며 익어가는 보리밭을 바라보노라니 까칠까칠한 까락이 목덜미로 잔등으로 파고드는 기분이다. 뜨거운 태양이 어깻죽지에 내리쬐어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처럼 근질근질하다. 그러나 어느새 구수한 보리숭늉 냄새가 난다. 보리밭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보리밭은 고통과 낭만의 기억을 담고 있다. 보리누름에는 일부러 옥천 배바우 마을까지 찾아왔다. 둔주봉에 갔다가 봐두었던 안남면 사무소 앞들이다. 면사무소 광장에 차를 세우고 바로 보리밭 둑길로 접어들면 된다. 갈대 사이로 물이 흐르는 뚝방길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