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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민의 <맹장> <오늘도 말이 없는 박 병장>/한국수필 2021년 4월호(314호)

김주민님의 이방주 김주민님의 을 당선작으로 정한다. 두 작품은 인간 사랑으로 바탕으로 한 자신의 치유를 주제로 했기에 읽는 사람의 가슴이 훈훈해진다. 은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에 받은 사랑의 기억을 소환하여 보답하고자 하는 다짐을 드러냈다. 어린 개구쟁이 시절에 갑자기 온 맹장염에 대해 아버지나 어머니와 달리 맹장염으로 짚어내신 지혜로운 할머니의 시선을 사랑이 담긴 심안이라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큰 사랑은 결국 마음의 눈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른이 된 자신도 지혜의 시선을 가지려 노력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사랑의 심안이 부재하는 현대 사회를 과거의 인간적 사랑을 회복하여 치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랑을 화소로 삼았다. 군생활 때 통합병원에서 근..

원대리 자작나무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이다. 그야말로 푸른 하늘에 닿을 듯하다. 어찌 이렇게 하늘로 하늘로 뻗어 오를 수 있는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5도쯤 비탈진 수렛길을 3km 정도 걸었다. 큰길가에 못생긴 자작나무들이 '나 여기 있어요.'하면서 구부정하게 서있다. 잔가지도 많고 구부러지고 꺾여서 볼품없다. '너는 아니다. 나서지 마라.'하는 마음으로 그냥 걸었다. 경사진 시멘트 포장길은 힘겹다. 발목부터 무릎까지 팍팍하다. 그래도 걷는다. 오직 훤칠하게 하늘을 향하는 자작나무를 만나려는 설렘이다. ‘원대리院垈里’란 이름은 좋은 삶의 터란 의미이다. 인제에서 내린천을 건너 깊숙한 산골짜기로 들어가는 오지이지만, 나그네 쉬어가는 원터의 의미도 갖고 있다. 마의태자도 서라벌에서 하늘재를 넘어 충주 미륵대원사를 지..

제 26회 신곡문학상 시상식

제 16회 신곡문학상 시상식 신곡문학상 시상식이 2월 27일 전주에서 거행된다. 코로나19 때문에 시상식을 간소하게 할까, 연기할까, 생략할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어제 그제 유인실 주간으로부터 시상식을 규모를 줄여 거행하기로 했다고 연락이 왔다. 1. 일시 : 2021년 2월 27일 오후 1시부터 점심, 2시부터 수필과비평 작가회 총회, 3시부터 시상식 (해산) 2. 장소 : 전주 라한호텔 (구 리베라 호텔) 전주시 완산구 기린대로 85(풍납동 26-5) 063-232-7333 3. 참석인원 : 100명 이하(150명 식사 예약했다고 함) 4. 무심수필문학회 회원 참석 예정 : 신금철회장, 김정옥 사무국장, 강현자 총무, 김일복, 황다리아, 김은희, 이호윤 회원(7명) 출발 오전 11시 45분에 오..

생태문명과 원형原型문학 - 『한국수필』 3월호를 읽고-

생태문명과 원형原型문학 - 『한국수필』 3월호를 읽고- 이방주 21세기를 지배하는 화두는 생태문명이어야 한다. 우리 인류는 지난 수세기 동안 산업과 물질문명에 기대어 풍요를 누리며 살아왔다. 그러나 인류가 잊고 있었던 것은 그러한 풍요가 자신의 삶의 터전인 생태계를 끊임없이 파고 헤치고 할퀴면서 누리는 폭력적 문명이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인류의 삶에 큰 재앙이 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예를 들면 14세기 유럽의 인구를 3분의 1이나 감소시켰던 페스트의 대유행을 들 수 있다. 이후 유럽 인구를 13세기 수준으로 회복한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 가능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페스트로 사망했는지 알만하다. 20세기 들어 지구온난화로 페스트에 못지않은 재앙을 예고하고 있는 점도 우리는 그냥 넘어갈 일..

관계의 지혜를 통하여 존재 방식을 발견함 -최종<온종일 비> 서평

관계의 지혜를 통하여 존재 방식을 발견함 최 종, 《온종일 비》 (문예바다 2020) 1 문학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호소하고 해결하는 지혜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미적 울림을 주는 언어예술이다. 문제 해결의 지혜는 진실에 가치를 두는 삶의 진리를 말한다. 곧 문학은 인간의 삶과 존재방식에 대한 진실성을 추구하는데 목적을 둔다고 말할 수 있다. 문학 애호가들은 그렇게 찾아낸 진리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수필문학은 진리의 가르침대로 살아온 체험의 기록이며 일상에서 발견한 삶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최종 수필가는 1941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서 2020년 팔순에 수필집 《온종일 비》를 상재했다. 이미 2018년에 수필집 《깨갱》을 출간한 바도 있다. 법원 ..

제 26회 신곡문학상 大賞 수상

신곡문학상 신곡문학상은 수필과비평사에서 연 1회 시상하는 문학상이다. 수필가 신곡 라대곤 선생의 수필문학에 대한 열정을 기리기 위해서 제정된 문학상으로 알고 있다. 수필과비평사와 수필과비평 작가회가 개최하는 수필과비평 동계 세미나가 열리는 2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시상한다. 주로 수필과 수필평론 부문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은 사람에게 대상 1명, 본상 1,2명을 선정한다. 수상자의 프로필과 수상 작품, 작품평, 수상 소감은 수필과비평 2월호에 게재된다. 이번 제 26회 심사위원은 유한근 교수, 박양근 교수, 허상문 교수, 유인실 주간, 서정환 사장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는 그동안 수필집을 몇 권 냈으나 어떤 책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는지 몰랐다. 더구나 작년에는 수필집 의 개정 신판 수필선집 세 권을 ..

상생相生의 변증법 -『한국수필』 2월호를 읽고 -

한국수필 2월호 월평 상생(相生)의 변증법 -『한국수필』 2월호를 읽고 - 문학 작품이 독자를 붙잡는 것은 미적 울림이다. 문학 작품은 인지적 정의적 심미적인 요소들에 의해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을 미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작가의 상상력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 마디로 문학의 예술적 울림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필도 문학이므로 상상에 의한 형상이 있어야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작품에 붙잡아 둘 수 있다. 수필은 체험과 사실의 문학이라 해서 마치 상상은 필요치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상상과 허구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되는 오해이다. 문학은 상상에 의해 태어나고 수필도 분명히 문학이기 때문이다. 수필은 허구를 수용할 수 없지만 상상은 반드시 필..

생명

도무지 앉아서 견딜 수가 없다. 차를 몰아 안산 화랑유원지로 향했다. 살아서 꽃이었던 아이들이 다른 세계의 꽃에 묻혀 있었다. 아가들아, 너희들은 거기 있으면 안 되느니라. 너희는 아직 꽃이 아니냐? 꽃 속에 아이들은 말없이 웃는다. 총리를 찾지 못하는 나라. 총리가 거기 있었다. 장관도 있고 노벨상 후보도 있고, 평화의 사자도 있었다. 천사도 있고 훌륭한 교사도 거기 있었다. 다만 웃고 있을 뿐이었다. 아깝다. 웃고 있는 젊은 생명이 피눈물나게 아깝다. 딱하다. 어린 생명이 딱하다. 하늘도 어이없어 할 세월호 참사를 두고 학부모는 학교를 탓하고 학교나 국민은 정부를 탓하고 정부는 기업을 탓하고 기업은 하늘을 탓하고만 있다. 답답하다. 발이 땅에 붙어버렸는지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바닷바람이라도 쐬자..

산과 강 사이 -옥화구곡길을 걸으며-

산은 마을을 나누고 강은 마을을 잇는다. 산은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사람살이를 만들어내고 강은 마을에 새로운 살림살이를 전하고 소통한다. 산은 나누고 강은 통섭한다. 산과 강 사이에 길이 있다. 산과 강은 자연이 만들었지만 길은 사람이 만들었다. 길을 따라 마을이 이웃으로 간다. 길을 따라 문명이 들어오고 사람살이가 쌓여 문화가 된다. 산과 강 사이에 길이 있고 길 위에 사람이 있어서 쉼 없이 문화도 역사도 이어간다. 옥화구곡길을 걸었다. 바람 불고 추웠다. 옥화구곡길은 미원면 운암리 청석굴 공원부터 어암리까지 달래강을 따라 이어지는 14.8km 길이다. 둔치를 걸어 마을 앞을 지나 산기슭을 내려서면 징검다리를 건너 이웃 마을로 간다. 강바람은 맵고 산바람이 볼에 시리다. 삶은 때로 바람이고 시련이다. ..

古稀의 꿈

古稀의 꿈 나는 지금도 꿈을 꾼다. 그 꿈은 날마다 조금씩 변하고 다듬어진다. 새벽에 침대에 누운 채 공깃돌 다듬듯이 꿈을 갈고 고른다. 글을 구상하고 수필창작 강의 내용을 공그르고 휘갑치기 한다. 그때마다 꿈은 변화한다. 꿈이 변화하는 것은 내 생명이 실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꿈이 꿈틀거리는데 나이가 전제되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꿈을 실현하는데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걸림돌이 된다. ‘사람이 일흔까지 사는 일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다. [人生七十古來稀]’ 나는 이 말을 수정하고 싶다. 이 말에는 일흔이 되면 꿈을 갖지 말라는 간교한 가르침이 숨어있다. 그래서 나는 이 말에 분노한다. ‘生’이란 동사는 ‘산다’라는 막연한 뜻 외에도 ‘꿈을 품었다’라는 가슴 벅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古稀라는 말은 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