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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교회와 돼지국밥

제일교회와 돼지국밥 친구 연 선생이 육거리시장 제일교회 앞에서 만나잔다. 밥을 사준다고 한다. 점심 얻어먹는 것도 좋지만 모처럼 육거리시장 구경을 할 수 있겠다. 그래 가자. 주중동 마로니에공원 정류장에서 111번 시내버스를 탔다. 주중동에서 육거리시장까지 점심 얻어먹으러 가는 길은 단순하지 않다. 청주대학교, 국립미술관, 시청, 도청을 다 지나야 한다. 육거리시장 정류장에서 내렸다. 인도는 남새를 파는 할머니들이 점령했다. 나는 무심코 큰길을 건넜다. 그때 친구가 위에서 부른다. 제일교회를 그쪽으로 옮겼냐. 왜 건너 가냐. 아 그렇지. 제일교회는 시장 쪽이지. 그러고 보니 제일교회가 가까이서도 보이지 않는다. 교회는 주변의 큰 건물에 가렸다. 어머니는 열무 서른 단을 광주리에 담아 머리에 이고 시오리길..

좌구산 개와 두꺼비

2022. 7. 31. [느림보의 수필창작 강의] 칠월 끝날 연일 불볕이더니 오늘 비가 내린다 율리 카페 앞에 주차하고 물 한 병, 삼단 우산 허리에 차고 별무리 공원지나 좌구산 천문대 임도에 오른다. 들머리 정자에 어느 젊은 부부의 작은 개가 어울리지 않게 큰 소리로 왈왈 짖어대며 세번이나 달려든다 아무래도 반가운 건 아닌 것 같다 젊은 부부는 비실비실 웃는다 기특해서 죽겠다는 표정이다 데려갈 생각을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장검을 쥐듯 스틱을 치켜들었다 남자가 멸시하는 눈빛으로 개를 안고 간다 부실부실 비가 내린다 서둘러 우산을 펴다가 소두방 만한 두꺼비를 밟았다 눈을 부라린다 스틱을 치켜들고 개를 노리던 내 눈을 닮았다 명상의 구름다리를 명상없이 건너 병영체험장을 체험없이 지나 바람소리길을 빗소리 들으..

막내의 분노

2022. 7. 18. 섬동 김병기 시인의 시집 [스승을 말하다]를 읽는다. "부모는 유난히 막내를 사랑하지요. 막내는 어떤 잘못도 용서 받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부모랑 가장 짧게 살기 때문에 그래요." 섬동 선생님 말씀이다. 비가 쏟아진다. 우산으로 억수를 가리며 법계사에 간다 眞如를 찾으러 간다 因과 緣이든 關과 係든 분노의 門을 찾아 망을 찢으러 간다 古稀에 칠십년전 인연에 분노하고 억울하고 돌이킬 수 없어 분노하고 그냥 두지 않아 분노하고 그냥 둬서 분노하고 그리워서 분노하고 함몰 되는 인연에 분노하고 배고파서 억울하고 배불러서 분노하고 먹을 수 없어 분노하고 배설에 분노하고 나를 찾는 이 때문에 분노하고 나를 찾지않는 이 때문에 분노한다 법계사에 간다 眞如를 찾아간다 비가 마구마구 쏟아진다 ..

알나리깔나리 쟤들 좀 봐 -구룡산 장승공원에서-

알나리깔나리 쟤들 좀 봐 -구룡산 장승공원에서- 이방주 문의면 하석리 장승공원이 궁금하다. 2005년 6월에 구룡산에 장승을 세우고 장승축제를 열었을 때 참석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 매우 뜻 깊은 행사라고 감탄하며 이 행사를 주도한 오효진 군수님에게 감사하기도 했었다. 장승공원은 구룡산성 서쪽 기슭이다. 청주시내에서 가려면 현암사를 지나 대청호 공원으로 건너가는 다리 쪽으로 좌회전하기 직전에 오른쪽 골짜기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간다. 거기에 주차장이 있고 주차장에 구룡산 등산로 안내판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가파른 등산로를 타고 오르면 무너진 구룡산성 돌더미가 나온다. 돌길을 따라 등마루를 밟으면 바로 정상인 삿갓봉이다. 이 봉우리는 군사정권 시절 청남대를 지키는 초소가 있어서 아무나 오를 수 없었다. 여기..

존재에서 관계로

7월 월례회 특강 자료 존재에서 관계로 이방주 신은 죽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였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어떻게 안식을 얻을 것인가? 하이데거는 이 시대를 궁핍의 시대라고 했다. 궁핍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존재자에게만 관심이 있고 존재에는 관심이 없는 시대이다. 존재의 성스러움을 망각한 시대, 존재를 망각했다는 사실마저도 망각한 시대이다. ☞ 詩는 죽었다. 시인은 세계와 사물의 신비스러움, 존재의 성스러움에 대해 경이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시인이 토로한 성스러움에 대한 말씀이 사라진 시대이다. 대상이 자신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도록 시인은 마음을 비우고 통찰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영안을 지녀야 한다. 시인이..

미음완보(微吟緩步)하는 느림보

미음완보(微吟緩步)하는 느림보 《느림보의 수필 창작 강의》 최근에 펴낸 수필 창작 이론서이다. 하늘이 내린 숙제처럼 짊어지고 살았는데 고희에 이르러 가까스로 등짐을 벗었다. 그래서 표제에 느림보라는 이름을 넣었다. 사람들은 나를 ‘느림보’라 부른다. ‘느림보, 느림보 형, 느림보 선생’ 나도 이렇게 불리는 것이 좋다. 나의 모든 것은 이름이라는 그릇에 담기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담고 싶다고 담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삼십대 중반이었던 1980년대는 온 세상이 숨 쉴 틈도 없이 허겁지겁 역사의 길을 질주하던 때이다. 특히 정치나 경제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조가 지배하였다. 등소평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며 중국 경제를 채근했다. 누구나 ‘꿩 잡는 매’가 되는 것을 정..

디아(Dia)를 따라 가는 길

디아(Dia)를 따라 가는 길 여기 길이 있다. 길은 바로 내 발아래 있다. 나와 흙이 처음 만난 발자국이 모여 길이 되고, 내 걸음걸이를 따라 길 모양이 생겨난다. 공동체의 관습이 문화를 형성하듯이 걸음걸이에 따라 길이 이루어진다. 길은 우리네 삶의 흔적이고 곧 민족의 역사이다. 의미 있는 역사로 남은 길에는 진리가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그 길을 따라 간다. 힌두인들의 성지인 바라나시를 여행한 적이 있다. 바라나시를 가보지 않고 인도 여행을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바라나시 화장 가트를 보지 않고 죽음의 성스러움을 말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싶다. 갠지스 강가 화장터인 다샤스와메드 가트(Dashashwamedh Ghat)에서 행하는 아르띠뿌자(Arti Pooja)를 참관했던 감동을..

빅 데이터 시대의 수필쓰기/ 최원현--- 수필의 영역 확장을 위한 행동전략/이방주

2022수필의날/2022년 4월 28일/ 빅 데이터 시대의 수필쓰기 - 무엇을, 어떻게, - 최원현 1. 들어가며 사스(SARS), 메르스(MERS)도 겪었지만 코로나19(COVID19)의 3년여를 불안과 공포와 불편 속에 살면서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실체를 보게 된다. 그 작은 바이러스에도 속수무책인 인간, 그러나 이미 우리는 이런 상황, 이런 환경을 몇 번이나 이겨내며 삶을 지켜왔다. 따라서 이 또한 이겨낼 것이다. 뿐 아니라 인간의 능력은 이러는 순간에도 상상키도 어려울 놀랄만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21세기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디지털∙데이터 혁명 시대를 열고 있다.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다. 이미 우리는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김애중 <입춘에 지는 잎> /수필과비평 2022 5월호(247호) 등단

심사평 김애중 - 김애중의 을 신인상 당선작으로 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죽음을 제재로 하여 삶의 세계를 열어가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죽음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변할 수 없는 인간의 고뇌이다. 한국문학에서도 고대로부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의 고통을 다루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고뇌는 공포와 사별의 슬픔에서 온다. 김애중의 에 드러난 고뇌도 사별에 대한 섭섭함이 슬픔으로, 슬픔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는 고뇌를 다루었다. 제재로 불러온 죽음에 대한 슬픔과 공포는 사별한 시매부의 덕과 인품과 함께 그가 죽음을 맞은 입춘이 아이러니한 배경이기에 더 크게 다가온다. ‘밝은 햇살’이 예사롭지 않고, ‘푸른 바람’이 섞인 봄빛 속이라 떠난 이에 대한 슬픔이 더 컸다. 슬픔은 곧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로 엄습한..

카테고리 없음 2022.04.12

수필 창작 이론서 [느림보의 수필 창작 강의] 출간

수필 창작 이론서 초고를 마무리했다. 제목이 너무 길어서 [隨文隨]라 하기로 했다.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나는 분은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서원대학교, 청주교육대학교, 다시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수필 창작 강좌를 개설하고 창작 이론을 강의한 지 10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수필교실에서 공부한 수필가 지망생 중에서 20명 정도가 등단해서 전국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제 수필 이론서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창작 이론집 내기를 채근하기도 했다. 수필이 문단에서 경시되는 것은 그만큼 수필이 문학의 한 양식으로서 다른 장르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훌륭하게 이루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필 창작 이론이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전국에 많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