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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박꽃 피는 사연

조롱박꽃 피는 사연 새벽 6시쯤 주중리에 갔다. 벌써 볕이 뜨겁다. 오늘은 조롱박꽃을 보았다. 야산 비얄에 있는 블루베리 밭에 고라니 침입을 막으려고 쳐놓은 그물 담장에 덩굴을 걸어놓고 다만 몇 송이가 피었다. 박꽃은 초가지붕에 달빛을 받으며 피어야 제 멋이라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 이렇게 피어 있어도 새벽하늘보다 처절하게 하얗다. 하얀 꽃잎 다섯이 다소곳하다. 다섯 꽃잎을 하나로 겹치면 한 잎으로 보일 만큼 크기도 모양도 닮았다. 화심은 연한 노란색이다. 수꽃은 수술을 지니고 암꽃은 암술을 지녔다. 수술은 하나가 불끈 솟았고 암술은 세 쪽이 가운데가 갈라진 모습이 똑같다. 호박꽃도 그렇고 박꽃도 그렇고 수술은 수컷 모양이고, 암술은 암컷 모양이다. 식물은 꽃이 생식기이다. 사람은 생식기를 부끄..

내 인생의 이어령

이어령 선생 애도 행사 2022년 3월 2일 11시~13시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 변광섭 교수의 "책의 정원 초정리에서" 마당 내 인생의 이어령 퇴계선생의 도산십이곡 첫 수에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봬 고인을 못 봬도 녀던 길 앞에 있네 녀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녀고 어쩔꼬 혼란스러운 이 시대의 정신적인 지남차셨던 이어령 선생님께서 기어이 고인이 되셨습니다. 저는 스물 한 살 때인 1972년 문학사상 창간호를 통해서 마흔이 안된 젊은 이어령 선생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창간호를 만난 후부터 바로 정기 구독하여 수필가로 등단할 때까지 1998년까지 문학사상을 읽었습니다. 문학사상을 끊은 이유는 문학사상에서 수필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초창기 문학 사상에는 한국 고전문학에..

17. 진연화의 <커튼>, <카페는 진화하는 중>/한국수필2022년 2월

심사평 진연화의 , 이방주 진연화님의 , 을 당선작으로 한다. 진연화님의 작품에서 상관물을 통하여 사람살이의 면면을 사유하는 정제된 창작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작품 에서는 ‘커튼’이란 상관물을 통하여 교직에서 얼마 전 은퇴하여 인생 2막을 열게 된 자신을 성찰하면서 미래를 설계한다. 커튼의 본래적인 순기능은 ‘무엇인가를 보호하고 차단’하는 것이라는 물리적 사고에서 커튼 뒤에 숨어 있을 학생의 성장통을 교사로서의 자신이 할퀴고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았을까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커튼의 의미를 추상화한다, 아들의 방을 돌아보며 자신이 만들어 준 커튼을 열고 닫으며 단단해지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갔으며 꿈을 열어갔을 것이라 상상한다. 이런 상상은 궁극적으로 커튼의 원형성을 찾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누군가 펼쳐 놓..

수필을 알고 수필 쓰기

수필을 알고 수필 쓰기 -푸른솔 문인협회 세미나 자료- 일시 : 2021, 12, 10(금) 18:30 장소 : 김동숙 비페 문화공간 주최 : 푸른솔문인협회 후원 : 청주시 좌장 : 최재우 수필가 주제 발표 : 이방주 수필가, 문학 평론가 반대토론 : 윤현수 수필가, 신현애 수필가, 이윤우 수필가 □ 문학과 수필 1. 수필의 뿌리 詩5 ⇒ 서사 ⇒ 서정시 ⇒ 서정시 허구 소설 소설 서정 희곡 희곡 극 교술(사실 체험교훈) 수필 사실 체험(서정 서사) 2. 문학의 갈래와 수필 조동일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문학통사에서 문학의 갈래상 특성을 이렇게 분류하고 한국문학의 여러 가지 양식을 포함시켰다. 요약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서정 : 작품외적 세계의 개입 없이 이루어지는 세계의 자아화(세계에 대한 일방적 ..

문학평론집 《해석과 상상》출간

생애 첫 문학평론집 《해석과 상상》을 출간했다. 《해석과 상상》은 평론가로 등단하기 전에 박영자 수필가의 은단말의 봄에 대한 평론을 충북수필 17집에 게재한 이후 2014년 창조문학에 목성균 수필가의 누비처네에 대한 평론으로 등단하고 난 이후의 평론 20편을 모아서 엮었다. 이미 나온 작가들의 수필집에 대한 평론은 1부에 작품론이라는 이름으로 6편을 싣고, 수필집을 내면서 원고를 읽고 발문으로 쓴 평론은 2부에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7편을 실었다. 또한 무심수필 동인지평과 한국수필 월평은 3부에 월평과 동인지평이라는 이름으로 7편을 실었다. 내 이름으로 내는 평론집에 스승이신 최운식 교수님의 이방주 작품론과 제26회 신곡문학상 대상 받을 때 유한근 교수가 쓴 이방주 작품론을 부록으로 실어 합게 22편의 글..

16. 이호윤의 <뿌리> <그냥> 한국수필 2021년 11월호

심사평 이호윤의 이방주 이호윤의 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한다. 두 작품은 마음의 뿌리로부터 그냥으로 연결되는 삶의 세계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수필 창작에서 체험을 소환하여 현재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예술적 언어로 형상화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에서 소나무 뿌리를 보며 거기서 가정의 뿌리를 연상하고 다시 삶의 뿌리를 보게 된다.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지 못한 자신이 고향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든든한 남편을 만나 자신도 뿌리를 내리고 사랑의 빗물 받으면서도 영혼의 갈증에 목말랐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뿌리’에서 초연하게 되고 ‘그냥’ 이라는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작품 에서 인간사랑의 지혜가 ‘그냥’이란 말로 함축될 수 있음을 담담하게 술회하고 있다. 가르치는 아이들에게서 남편..

개와 늑대

개와 늑대 그날은 달이 밝았다. 그러나 무섭지 않았다. 달이 밝은 밤이면 모충동에서 개신동으로 넘어가는 배고개 공동묘지 앞을 지나기가 가볍지 않았다. 묘지 앞 커다란 방죽에 밝은 달빛이 여인의 하얀 치맛자락이 되어 넘실거린다. 때로는 삼베 도포가 일렁거려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날은 무섭지 않았다. 몇 집 남은 고갯마루 마을을 지나자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나를 따랐다. 야간 수업이 끝나면 밤 11시 50분, 자정이 넘었을 텐데 이 밤에 웬 개가 따라오나. 송아지만하다. 누런 등줄기에 내리는 달빛이 신비롭다. 눈빛이 형형하다.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시오리길, 이미 집에 도착해 공부를 시작했을 시내 사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게 놀려야 했다. 개는 계속 나를 따라온다. 공동묘지 앞 방죽 옆길을 ..

제23회 내륙문학상 수상작 신금철의 수필집 『꽃수繡를 놓다』

제23회 내륙문학상 수상작 수상자 : 신금철 수필가 수상 작품집 : 수필집 『꽃수繡를 놓다』 돈오점수頓悟漸修하는 일흔 살 소녀 이방주 (수필가 문학평론가) 무상無常이란 말이 있다. 사람들은 흔히 ‘아무 보람도 없이 헛되고 덧없이 흘러가는 것’이란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무상의 철학적 의미는 ‘한 가지로 머물러 있지 않고 늘 변화한다.’는 뜻이다. 불가에서는 ‘모든 현상은 계속하여 나고 없어지고 변하여 그대로인 것이 없다.’라는 의미로 생각보다 가르침이 크다. 변화를 꿈꾸는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세계의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하여 그 변화에 따라 도전함으로 자기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젊음을 잃지 않는다. 신금철 수필가는 고희에도 소녀의 꿈을 꾸며 소녀의 미소를 짓고 소녀의 목소리를 낸다. 그의 수..

제28회 충북수필문학상 심사평 - 정상옥의 <꽃 진 자리>외 1편

제28회 충북수필문학상 심사평 수필은 치유의 문학 이방주(수필가, 문학평론가) 제28회 충북수필문학상 수상작으로 정상옥 수필가의 두 편을 심사위원 전원이 합의하여 결정하였다. 충북수필문학상은 충북지역 수필가들의 창작 의욕과 수필의 문학성 제고를 위해 충북수필문학상 규정에 따라 후보를 선정하고 후보 중에서 작품성과 문학 활동 참여도를 평가하여 시상한다. 우리 충북수필문학회는 100명 회원을 바라보고 금년에 37집을 낼 만큼 연륜이 쌓였으며 그동안 27명의 충북수필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회원 모두가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전국 수필 문단에서 활동도 활발하다. 이런 관계로 작품성이 높은 회원들을 후보로 정하고 참여도나 기여도를 고려하여 수상자를 결정하였다. 금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으로 작품성을 논..

이인해의 <어항을 들여다 보며>수필과비평 2021년 11월호

심사평 에코페미니즘으로 인식하고 상상으로 형상화 이방주 이인해님의 를 당선작으로 한다. 문학은 자아와 세계의 갈등으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한다. 수필은 삶의 세계에서 오는 ‘갈등 치유 과정’이라는 체험의 기억을 소환하여 작가 나름의 철학으로 해석하여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때 보다 인상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소환된 기억을 현재의 시점에서 상상을 통하여 재구성한다. 이런 과정에서 작가와 독자는 공명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에게 두 개의 세계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어항 속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어항 밖이라는 일상의 세계이다. 처음에 두 세계는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곧 ‘어항 속의 세계가 인간 세계와 너무도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면서 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