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수름재 일기

좌구산 개와 두꺼비

느림보 이방주 2022. 7. 31. 23:35

2022. 7. 31.

[느림보의 수필창작 강의]

칠월 끝날
연일 불볕이더니
오늘 비가 내린다

율리 카페 앞에 주차하고
물 한 병, 삼단 우산 허리에 차고
별무리 공원지나
좌구산 천문대 임도에 오른다.

들머리 정자에
어느 젊은 부부의 작은 개가
어울리지 않게 큰 소리로
왈왈 짖어대며 세번이나 달려든다
아무래도 반가운 건 아닌 것 같다

젊은 부부는 비실비실 웃는다
기특해서 죽겠다는 표정이다
데려갈 생각을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장검을 쥐듯
스틱을 치켜들었다
남자가 멸시하는 눈빛으로
개를 안고 간다

부실부실 비가 내린다
서둘러 우산을 펴다가
소두방 만한 두꺼비를 밟았다
눈을 부라린다
스틱을 치켜들고 개를 노리던
내 눈을 닮았다

명상의 구름다리를 명상없이 건너
병영체험장을 체험없이 지나
바람소리길을 빗소리 들으며
은하수 건너 견우직녀 만나고
DANAUTOBA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셨다

개가 앙앙 거리던 정자를 지날 때
어떤 젊은 여성이 앞서 가다가
발짝 소리에 깜짝 놀랐단다
행여 내 발자국소리를
짐승 발소리로 들은 건 아닐까

돌아와
[다산의 마지막 질문]을
마지막으로 치닫는데
割鷄에 焉用牛刀아 하고
빙그레 웃는 공자 문답이
스틱 치켜들던 내게 주는
말씀으로 들린다

비는 지금도 내린다
내게 밟힌 두꺼비 안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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