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이름’이라는 말은 ‘무엇 무엇을 이르다.’라는 말의 ‘이르다’에서 파생된 명사이다. 이 세상의 모든 언어는 모두 이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동사도 있고 형용사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어떤 개념을 지시하는 것이므로 이름이라고 하는 것이 마땅하다. 예를 ..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5.01.29
눈길에서 -나의 문학, 나의 고뇌 - 눈 쌓인 길이라도 생각처럼 그렇게 심하게 미끄러운 건 아니다. 어제 아침부터 내리던 진눈깨비가 오후에는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어제 돌아오는 길에 비하면, 기온이 뚝 떨어져 밤사이 포근하게 쌓인 눈길이 오히려 안전하다. 아침까지도 눈발이 화톳불 참나무 재티 날듯 햇살에 반짝인..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3.07.24
보리밥이 싫은 이유 김선생님한테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런데 또 보리밥 얘기를 한다. 점심은 먹어야 하지만 보리밥은 싫다. 사실 오늘은 여름 휴가 마지막 날이다. 방학을 맞아 꼬박 일주일을 편히 잘 지냈다. 이번 여름은 아무데도 가지 않고 방에서 뒹굴면서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한가롭게 지냈다. 하루 90분..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2.08.04
나는 그냥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싶다 나는 소나무가 되고 싶다. 대관령에 찬바람에도 잘 견디어 내고,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도 고고하게 서 있는 그런 소나무가 아니라도 좋다. 동해안 하얀 모래 띠를 따라 검푸르게 성으로 모여 서서 하얀 파도를 바라보는 그런 소나무가 아니라도 좋다. 문의면 문덕리 월리사를 감싸안고 다북다..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2.07.12
봄에 만나는 나 봄 아침, 산에 오르면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이 있다. 이 아침에 만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봄의 보송보송한 느낌이다. 어둑어둑한 새벽에 부서진 솔잎이 깔린 오솔길을 걸으면 흡사 양탄자를 밟는 듯한 감각이 부끄러움으로 전해 온다. 솔잎이 깔리지 않은 길이라도 오솔길에는 아직도 습습한 물기..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2.04.06
우산을 펴지 않는 것은 아직은 소한에서 대한에 이르는 길목인데도 해토머리에 내리는 비처럼 주룩주룩 쏟아진다. 벌써 땅이 녹기 시작할 건가? 아니면 더욱 꽝꽝 얼게 할 셈인가? 출근길에 아내가 우산을 내어 준다. 지하주차장까지 우산 없이 뛰어가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다. 그래도 겨울비니까 우선 차가울 테고, 오랜만에..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2.01.22
그래도 버릴 수 없는 것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한 어느 스님의 수필이 생각난다. 그 글을 읽으면서 언뜻 참으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는 삶'은 사실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버리는 것이 지혜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어려운 일이다. 버리는 대신..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1.12.31
물들이기 참으로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했다. 지난 가야산 산행 때는 때아닌 비가 내려서 절방에 앉아 된장찌개를 얻어 도시락만 먹고 내려오느라 단풍은 구경도 못했었다. 정말 이 가을에는 단풍은 꿈도 꾸지 말아야겠다고 포기하고 있을 때, 친구 연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장산 단풍이 아직 끝나지..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1.11.06
나는 밤이어요 나는 밤이어요.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지요. 왜냐하면 밤은 어둠의 시간이거든요. 태초에 '어둠 가운데 빛이 있으라'는 하느님의 창조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말씀 저쪽에 있는 어둠의 시간이거든요. 빛은 세상의 진리를 밝히고 새로운 생명을 찾도록 도움을 주지만, 어둠은 세상의 ..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1.08.29
큰형님 새벽에 큰 형님을 만났다. 벌서 27년 전에 이 세상의 강물을 건너가 버린 형님이시다. 어머님과 숙모님, 그리고 돌아가신 둘째 누님이 함께 앉아서 밥을 먹었다. 어머님은 전처럼 무릎을 괴고 앉아 수저를 들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시고, 숙모님은 이 반찬 저 반찬을 뒤적이시며 맛을 보시고, 둘째 누님..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