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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서 관계로

7월 월례회 특강 자료 존재에서 관계로 이방주 신은 죽었다. 프리드리히 니체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였다.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어떻게 안식을 얻을 것인가? 하이데거는 이 시대를 궁핍의 시대라고 했다. 궁핍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시대라는 말이다. 존재자에게만 관심이 있고 존재에는 관심이 없는 시대이다. 존재의 성스러움을 망각한 시대, 존재를 망각했다는 사실마저도 망각한 시대이다. ☞ 詩는 죽었다. 시인은 세계와 사물의 신비스러움, 존재의 성스러움에 대해 경이와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시인이 토로한 성스러움에 대한 말씀이 사라진 시대이다. 대상이 자신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도록 시인은 마음을 비우고 통찰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영안을 지녀야 한다. 시인이..

미음완보(微吟緩步)하는 느림보

미음완보(微吟緩步)하는 느림보 《느림보의 수필 창작 강의》 최근에 펴낸 수필 창작 이론서이다. 하늘이 내린 숙제처럼 짊어지고 살았는데 고희에 이르러 가까스로 등짐을 벗었다. 그래서 표제에 느림보라는 이름을 넣었다. 사람들은 나를 ‘느림보’라 부른다. ‘느림보, 느림보 형, 느림보 선생’ 나도 이렇게 불리는 것이 좋다. 나의 모든 것은 이름이라는 그릇에 담기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담고 싶다고 담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삼십대 중반이었던 1980년대는 온 세상이 숨 쉴 틈도 없이 허겁지겁 역사의 길을 질주하던 때이다. 특히 정치나 경제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조가 지배하였다. 등소평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며 중국 경제를 채근했다. 누구나 ‘꿩 잡는 매’가 되는 것을 정..

디아(Dia)를 따라 가는 길

디아(Dia)를 따라 가는 길 여기 길이 있다. 길은 바로 내 발아래 있다. 나와 흙이 처음 만난 발자국이 모여 길이 되고, 내 걸음걸이를 따라 길 모양이 생겨난다. 공동체의 관습이 문화를 형성하듯이 걸음걸이에 따라 길이 이루어진다. 길은 우리네 삶의 흔적이고 곧 민족의 역사이다. 의미 있는 역사로 남은 길에는 진리가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그 길을 따라 간다. 힌두인들의 성지인 바라나시를 여행한 적이 있다. 바라나시를 가보지 않고 인도 여행을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바라나시 화장 가트를 보지 않고 죽음의 성스러움을 말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싶다. 갠지스 강가 화장터인 다샤스와메드 가트(Dashashwamedh Ghat)에서 행하는 아르띠뿌자(Arti Pooja)를 참관했던 감동을..

빅 데이터 시대의 수필쓰기/ 최원현--- 수필의 영역 확장을 위한 행동전략/이방주

2022수필의날/2022년 4월 28일/ 빅 데이터 시대의 수필쓰기 - 무엇을, 어떻게, - 최원현 1. 들어가며 사스(SARS), 메르스(MERS)도 겪었지만 코로나19(COVID19)의 3년여를 불안과 공포와 불편 속에 살면서 너무나도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실체를 보게 된다. 그 작은 바이러스에도 속수무책인 인간, 그러나 이미 우리는 이런 상황, 이런 환경을 몇 번이나 이겨내며 삶을 지켜왔다. 따라서 이 또한 이겨낼 것이다. 뿐 아니라 인간의 능력은 이러는 순간에도 상상키도 어려울 놀랄만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21세기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디지털∙데이터 혁명 시대를 열고 있다.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다. 이미 우리는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김애중 <입춘에 지는 잎> /수필과비평 2022 5월호(247호) 등단

심사평 김애중 - 김애중의 을 신인상 당선작으로 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죽음을 제재로 하여 삶의 세계를 열어가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죽음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변할 수 없는 인간의 고뇌이다. 한국문학에서도 고대로부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의 고통을 다루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고뇌는 공포와 사별의 슬픔에서 온다. 김애중의 에 드러난 고뇌도 사별에 대한 섭섭함이 슬픔으로, 슬픔이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는 고뇌를 다루었다. 제재로 불러온 죽음에 대한 슬픔과 공포는 사별한 시매부의 덕과 인품과 함께 그가 죽음을 맞은 입춘이 아이러니한 배경이기에 더 크게 다가온다. ‘밝은 햇살’이 예사롭지 않고, ‘푸른 바람’이 섞인 봄빛 속이라 떠난 이에 대한 슬픔이 더 컸다. 슬픔은 곧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로 엄습한..

카테고리 없음 2022.04.12

수필 창작 이론서 [느림보의 수필 창작 강의] 출간

수필 창작 이론서 초고를 마무리했다. 제목이 너무 길어서 [隨文隨]라 하기로 했다.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나는 분은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서원대학교, 청주교육대학교, 다시 서원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수필 창작 강좌를 개설하고 창작 이론을 강의한 지 10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동안 수필교실에서 공부한 수필가 지망생 중에서 20명 정도가 등단해서 전국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제 수필 이론서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창작 이론집 내기를 채근하기도 했다. 수필이 문단에서 경시되는 것은 그만큼 수필이 문학의 한 양식으로서 다른 장르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훌륭하게 이루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필 창작 이론이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전국에 많은 ..

조롱박꽃 피는 사연

조롱박꽃 피는 사연 새벽 6시쯤 주중리에 갔다. 벌써 볕이 뜨겁다. 오늘은 조롱박꽃을 보았다. 야산 비얄에 있는 블루베리 밭에 고라니 침입을 막으려고 쳐놓은 그물 담장에 덩굴을 걸어놓고 다만 몇 송이가 피었다. 박꽃은 초가지붕에 달빛을 받으며 피어야 제 멋이라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겠다. 이렇게 피어 있어도 새벽하늘보다 처절하게 하얗다. 하얀 꽃잎 다섯이 다소곳하다. 다섯 꽃잎을 하나로 겹치면 한 잎으로 보일 만큼 크기도 모양도 닮았다. 화심은 연한 노란색이다. 수꽃은 수술을 지니고 암꽃은 암술을 지녔다. 수술은 하나가 불끈 솟았고 암술은 세 쪽이 가운데가 갈라진 모습이 똑같다. 호박꽃도 그렇고 박꽃도 그렇고 수술은 수컷 모양이고, 암술은 암컷 모양이다. 식물은 꽃이 생식기이다. 사람은 생식기를 부끄..

내 인생의 이어령

이어령 선생 애도 행사 2022년 3월 2일 11시~13시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 변광섭 교수의 "책의 정원 초정리에서" 마당 내 인생의 이어령 퇴계선생의 도산십이곡 첫 수에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봬 고인을 못 봬도 녀던 길 앞에 있네 녀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녀고 어쩔꼬 혼란스러운 이 시대의 정신적인 지남차셨던 이어령 선생님께서 기어이 고인이 되셨습니다. 저는 스물 한 살 때인 1972년 문학사상 창간호를 통해서 마흔이 안된 젊은 이어령 선생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창간호를 만난 후부터 바로 정기 구독하여 수필가로 등단할 때까지 1998년까지 문학사상을 읽었습니다. 문학사상을 끊은 이유는 문학사상에서 수필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초창기 문학 사상에는 한국 고전문학에..

17. 진연화의 <커튼>, <카페는 진화하는 중>/한국수필2022년 2월

심사평 진연화의 , 이방주 진연화님의 , 을 당선작으로 한다. 진연화님의 작품에서 상관물을 통하여 사람살이의 면면을 사유하는 정제된 창작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작품 에서는 ‘커튼’이란 상관물을 통하여 교직에서 얼마 전 은퇴하여 인생 2막을 열게 된 자신을 성찰하면서 미래를 설계한다. 커튼의 본래적인 순기능은 ‘무엇인가를 보호하고 차단’하는 것이라는 물리적 사고에서 커튼 뒤에 숨어 있을 학생의 성장통을 교사로서의 자신이 할퀴고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았을까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커튼의 의미를 추상화한다, 아들의 방을 돌아보며 자신이 만들어 준 커튼을 열고 닫으며 단단해지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갔으며 꿈을 열어갔을 것이라 상상한다. 이런 상상은 궁극적으로 커튼의 원형성을 찾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누군가 펼쳐 놓..

수필을 알고 수필 쓰기

수필을 알고 수필 쓰기 -푸른솔 문인협회 세미나 자료- 일시 : 2021, 12, 10(금) 18:30 장소 : 김동숙 비페 문화공간 주최 : 푸른솔문인협회 후원 : 청주시 좌장 : 최재우 수필가 주제 발표 : 이방주 수필가, 문학 평론가 반대토론 : 윤현수 수필가, 신현애 수필가, 이윤우 수필가 □ 문학과 수필 1. 수필의 뿌리 詩5 ⇒ 서사 ⇒ 서정시 ⇒ 서정시 허구 소설 소설 서정 희곡 희곡 극 교술(사실 체험교훈) 수필 사실 체험(서정 서사) 2. 문학의 갈래와 수필 조동일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문학통사에서 문학의 갈래상 특성을 이렇게 분류하고 한국문학의 여러 가지 양식을 포함시켰다. 요약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서정 : 작품외적 세계의 개입 없이 이루어지는 세계의 자아화(세계에 대한 일방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