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공양(燒身供養)하는 숭례문 용마루가 내려앉았다. 구멍 뚫린 지붕으로 불꽃이 치솟는다. 소방관들이 허공에 뿜어대는 물줄기는 불을 끄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 숭례문이 스스로 불타고 있는 것이다. 문득 하늘에 무지개 같은 반원이 그려진다. 깨달음의 상징인 원광인가? 사람들은 참혹하지만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며 혹은 절..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8.02.23
줄탁동기의 교육정책 소한 때는 의외로 포근하더니 대한으로 가는 길목에 추위가 대단하다. 그러나 아무리 추어도 봄은 온다는 자연의 섭리를 믿고 우리는 미래를 기대한다. 그래서 봄이 되면 그동안 모아 두었던 달걀을 어미닭에게 품게 한다. 삼칠일이 지나면 둥우리에서 노랑병아리 소리가 난다. 어린 병아리에겐 딱딱..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8.01.16
도편수의 예지 어느 스님이 도편수를 구하여 절집 건축을 맡겼다. 그런데 도편수는 두어 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톱을 들고 목재를 자르기 시작했다. 도편수는 목재를 긴 것, 짧은 것 등 길이대로 잘라서 쌓아 놓았다. 며칠이 지나도 그 일만 계속했다. 의아하게 생각한 스님은 도편수를 시험해 보..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7.12.13
미친개나리 월남 이상재 선생이 YMCA에서 강연을 할 때였다. 일본 형사들이 청중 속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먼 산을 바라보면서 “허, 개나리가 만발하였구나!”하고 소리 질러 폭소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원래 ‘나리’는 조선 시대에 서민들이 지체가 높거나 권세가 있는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7.11.20
오빠와 누이 요즘 남성들은 젊은 여성에게 오빠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니, 오빠라는 부름을 들으면 가슴에 불이 붙는다. 가족에 대한 호칭이 잘 발달된 국어는 그만큼 우리 가족문화의 품격이 높다는 것을 말해 준다. 사회의 바탕인 가정이 품격 높은 문화를 지니고 있다면, 사회도 그만큼 ..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7.10.13
비린내를 없애는 '된장녀'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된장을 먹었는지 알 수 없지만,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고구려는 장 담그기와 술 빚기를 잘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이전에 이미 장 담그기 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 조선 중기의 <구황촬요(救荒撮要)>에도 장은 ‘음식 맛의 으..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7.09.12
보신탕과 개장 말복도 지났다. 장마가 끝났는데 잠깐 지나가는 햇살을 비집고 떨어뜨리는 여우비나 간헐적으로 퍼붓는 호우가 오락가락하는 사이에도 찜통더위는 어느 해 못지않았다. 이렇게 유별난 찜통더위 속에서 호황을 누리는 것은 보신탕집이다. 특히 복날에는 보신탕집마다 발 디딜 틈조차 없..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7.08.16
여시들의 반란 여시들의 반란 이방주 ‘외시, 女試’ 지난 6월 29일 어떤 유명 일간지 2면 톱기사의 타이틀이다. 본문은 외무고시 합격자 31명 중 여성이 21명이라는 내용이다. ‘女試’란 여성의 합격률이 높다는 의미겠지만, ‘여시’란 발음 때문에 여성에 대한 비아냥거림이라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이건 ..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7.07.01
'열림'과 '우리'의 모순 ‘열림’과 ‘우리’의 모순 이방주 이름에는 소망이 담긴다. 아기가 세상에 타어나면 미래에 대한 소망을 담아 이름을 짓는다. 어떤 모임을 만들 때나, 회사를 설립할 때도 소망과 지표를 담아 이름을 짓는다. 정치적 이념을 같이하는 정당도 이념과 소망을 담아 이름을 지을 것이다. 지..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7.06.05
가시덤불을 거두는 시정 가시덤불을 거두는 시정 존경하는 청주 시장님! 이곳 연풍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봄은 장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름다운 청주에서 뼈와 살을 받고 삶의 터전을 이루어 선계와 같은 이곳으로 통근하면서 안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은 분에 넘치는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시..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7.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