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견의 생각 초롱길을 혼자 걷는데 목줄도 없는 개가 나를 보며 ‘앙앙’ 짖어댄다. 달려들 기세이다. 개는 무엇으로 짖을까. 윤동주 시인은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라고 했다. 시인이 자신을 어둠으로 규정한 까닭은 지식인의 부끄러움 때문이다. 나도 어둠이라 부끄러워하면서 ‘가자, 가자’ 해야 하나. 어떤 이는 개가 짖는 것은 반가움의 표현이라 한다. 그럼 밝음이다. 개도 두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는 말이다. 누구나 어둠과 밝음이 있다. 이빨을 드러내고 앙앙거리는 초롱길의 개는 나에게서 어둠만을 본 것이다. 어둠 뒤의 밝음은 보지 못한 것이다. 청주대학교 박물관 앞에 가면 오래된 개 두 마리를 만난다. 고려견이다. 남석교 양쪽 머리 법수(法首) 상단에 조각되어 서 있었는데 어찌어찌해서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