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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불기 2562년 보살사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느림보 이방주 2018. 5. 23. 14:22

무술년 불기 2562년 5월 22일 (음력 4월 초8일)

                          청주 낙가산 보살사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


며칠 전에 보살사 원각스님께서 만나자고 전갈을 보내셨다. 나는 그 스님과 만날 날이 없는데 무척 궁금했다. 지난 금요일 5월 18일 친구들과 운동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다음 보살사에 올라갔다. 보살사는 주지이신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이셨던 종산 큰스님이 노환 중에 계시다. 그래서 종산 스님의 상좌이신 가산사 주지 원각 스님이 몇 년 째 사찰을 돌보고 계시다. 처음에 말도 좀 있었지만 절에 올라가 보면 가람이 깔끔해지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여서 좋다. 아내는 보살사 여신도 모임인 관음회 총무인데 마치 보살사 사무장이라도 된 듯 절에서 필요한 일을 도맡아 한다. 다른 관음회 회원님들이 잘 보살펴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이번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위해 벌써 10일 이상 절에 날마다 출근하다피 한다. 심하게 아파서 괜찮을까 싶어도 절에 다녀오면 괜찮다. 아마도 거기 공기가 좋아서 그럴 것이다.


마침 스님이 계셨다. 스님과 차를 마셨다. 보이차를 다섯 잔쯤 마셨을 때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 보살사 법요식에 참석하여 문화재 해설과 사회를 보라고 하신다. 내가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초파일 신도인데. 그런데 가림성 사랑나무 이야기를 꺼냈다. 그 책을 낼 정도면 무슨 일인들 못합니까였다. 그러면 해야 되겠다 싶다. 나는 수락하고 법요식의 절차와 해야할 말들은 스님과 상의 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문헌을 찾아 보살사 소개자료를 만들고 보살사가 소장하고 있는 성보문화재를 검색하여 해설자료를 만들었다. 원각 스님이 적어준 절차를 토대로 법요식 홀기를 만드니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준비는 끝났다. 다만 기침 감기가 걱정일 뿐이다. 그런데 지난 밤 관세음보살님이 다녀가셨는지 기침은 뚝 끊어졌다.


부처님 오신 날 아내는 새벽에 절에 올라갔다. 나는 아내가 해 놓은 아침을 혼자서 차려 먹고 8시 30분쯤 출발했다. 절은 아직 한산하지만 맨 위의 주차장에는 차가 가득하다. 법당에 가서 삼배를 올리고 원각스님을 찾아가 홀기를 검토했다. 만족해 하신다.


중정에 연등이 가득 꼬리를 달고 있다. 법당안에 연득이 나 가득 꼬리를 달고 있다. 원각스님이 열심이 수도한 덕이다. 스님 얼굴이 밝아 보였다. 작년 만큼 어둡지 않았다. 나도 좋았다. 하긴 엊그제 차맛도 더 좋았던 것 같다. 장구 난타 회원들이 난타 준비를 하고 오디오를 맡은 분이 음향시설 준비를 한다.  중정 잔디밭에는 멍석을 깔았다. 볕이 들지 않게 차양도 쳤다. 음향을 맡은 분과 마이크 사용법과 멘트와 음악의 조화를 위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나는 내 자리를 만들었다. 따뜻한 물한 병을 준비했다. 신심만 있으면 못할 일이 무어랴. 9시 40분에 보살사를 제재로 한 어느 스님 시인의 시 한편을 낭송했다. 의외로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 듣는다. 또 보살사 사적을 소개했다. 보살사가 소장하고 있는 성보문화재를 소개했다. 그러다 보니 10시가 되었다.


법요식이 시작되었다. 법요식을 하기 전에 천수경과 등축원이 있었다. 정작 법요식은 명종이 있은 다음에 삼귀의례로부터 시작된다. 찬불가, 반야심경, 한범덕 전 청주시장의 경축사, 청법가, 우너각스님 초파일 법어,  원일스님의 발원문 봉독이 있고 공지사항을 전달한 다음 사홍서원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나서 관불의식의 의의를 설명했다. 법요식에는 해마다 참석했지만 그냥 따라하기만 했지 절차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조금 어색하고 자유롭지 못해서 가끔 우왕좌왕하기는 했어도 남이 볼 때 큰 사고 없이 해냈다. 법요식이 진행되는 동안 손자 규연이 연재가 엄마 아빠랑 함께 와서 반가웠다.


목감기 때문에 걱정했는데 한 번도 기침이 나오지 않았다. 내게 사회를 맡겨놓은 원각스님의 조바심은 기우였고, 올해는 정말 법어다운 법어를 하시려나 어쩌나 했던 나의 걱정도 기우였다. 마당까지 내려서서 법문을  한  원가스님은 한 30여차례 박수를 받았다. 어렵지 않은 얘기가 허물도 없이 감동만 깊었다.  느낌에 3년전의 '이 뭐꼬'에  대한 답을 올해에 준 것 같다. 인생 四苦는 다 원인이 있는 것이다. 사물에는 양면성이 있으니 그 원인을 좋은 쪽으로 만들면 고통도 함께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존재하므로 저것이 존재하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도 소멸한다'는 인연의 법칙에 따라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이 쉽게 알아 들었다.


아내에게 가서 비빔밥을 얻어 먹었다. 올해도 줄을 서지 않고 그냥 방에 들어가서 먹었다. 아이들은 밥을 먹고 내려갔다. 아내는 저녁에도 찬석했으면 했지만 집으로 내려왔다. 비암사와 연화사에도 등을 달러 가야하는데 그냥 포기했다. 지난해 초파일에 인연 깊은 두 절에 등을 달아서인지 내 문학에 등불이 비치는 기분이었다.

어려운 일 해냈지만 그냥 나를 위한 좋은 복의 씨알을 심었다고 생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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