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삶과 문학

경인년 해맞이

느림보 이방주 2010. 1. 1. 11:13

경인년(2010) 새 아침이다. 집에서 궁싯거리느니 해맞이라도 가자. 멀리 갈 것 있나? 구룡산에 가자. 6시에 일어났다. 6시 40분쯤 옷을 단단히 입고 집을 나왔다. 아침 기온이 -14도라고 한다. 바람은 없다. 추위도 모르겠다.  생태 육교를 지나는데 북소리가 난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산에 와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어둑한 분평동을 지나 선도산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그렇지 해는 7시 40분이 넘어 뜬다고 하지만 일출전의 하늘이 더 장관이 아닌가? 완성보다 아름다운 과정이 말이다.

 

나는 부지런히 걸었다. 앞에서 길을 가로 막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말자. 이마에 어느새 땀이 돋는다. 정상(164m)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커피를 끓여서 대접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핸가 너무 일찍 올라와서 아무도 사람이 없어  정초가 아닌가 했던 기억이 난다. 고사를 지내려는지 떡과 포를 준비해 상을 차리고 자리를 펴 놓았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화는 이렇게 대중화 되어 간다. 문화는 이렇게 동네마다 골목마다 스며 있다. 옛날에 먹는 것보다 문화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던 시대에는 늘 이렇게 하던 일이 아닌가? 이제 먹는 문제를 넘어서는 경제가 되었나?

 

풍물패들이 풍악을 울린다. 해는 땅의 울림을 빛으로 답할 것이다. 사람들이 봉우리를 덮어서 그 운기로 춥지 않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 어른을 모시고 온 사람, 부부가 함께 온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동쪽하늘은 불타는 듯 붉다. 선도산은 더 거뭇하다. 하늘이 점점 더 밝아지고 붉은 기운도 가시기 시작한다. 날이 밝은 것이다. 분평 사거리에서 우리 마을로 넘어오는 길을 달리는 자동차들의 불빛도 점점 흐릿해진다. 해는 어디서 뜨나? 선도산에서 오르는가? 한남금북 정맥의 등마루에서 돋는 것은 틀림없다. 7시 40분이 지나자 하늘은 다시 붉어지기 시작한다. 붉어지는 곳에서 해가 솟을 것이다. 선도산은 아니다. 선도산에서 남쪽으로 한참이나 내려온다. 45분이 되자 더 붉어진다. 마치 자기를 굽는 가마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거기서 한 1,2분이 지나자 이윽고 산 위에 작을 불덩이가 비치더니 이내 가마속에서 익어가는 자기처럼 이글이글 타오른다. 아름답다. 사람들이 환호를 울리고 풍물 소리는 더욱 흥겹다. 풍물 소리에 맞추어 태양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것 같다.  그렇게 벼르던 태양은 금세 하늘 한가운데 둥실 떠올랐다. 절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빌고 싶은 것들이 많다. 제발 올해는 2008년만큼만 기운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자식들이 내 소망대로 빨리 짝을 찾았으면 어깨가 가볍겠다. 아내도 지금만큼만 건강했으면 좋겠다.

 

고사떡을 한 쪽 얻었다. 따뜻하다.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 한 사람에게 한 쪽 씩만 준다. 내년에는 적어도 다섯 쪽만이라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섯 식구가 되면 더욱 좋고----- 

 

사람들이 다 내려가고 나니 산 봉우리가 다시 서늘하다. 산남동 주민차치위원회 사람들이 준비해온 것들을 다시 챙긴다. 해는 어느새 하늘로 치솟았다. 천지가 따뜻하다. 내 가슴도 훈훈하다.

 

 2009년에 뜬 달은 아직 서쪽 하늘에 머뭇거리고 있다 

 붉게 물든 한남금북정맥

 하늘은 점점 엷은 색으로

 저기 더 붉은 곳에 해가 뜨려나

 

 드디어

 돋는다

 

 

 

 

 

 

 

 

 

 

 

 

 

 

 

 세상이 따뜻해졌다

 산남동주민지치위원회에서 해맞이 기원문 낭독

힘을 주고

 

 힘을 더주어

 기다림

사람들은 흩어지고 봉우리는 훤해지고 -커피 끓이는 사람들의 마음은 훈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