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69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소대(燒臺)는 죽음에 대한 원형상징의 공간]-백송자의 <소대>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이방주 백송자 수필 「소대(燒臺)」---『수필과비평』 2024년 7월호(273) 게재소대(燒臺)는 죽음에 대한 원형상징의 공간 이방주문학이 삶의 양상을 담는 그릇이라면, 그 그릇에는 필연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내재되기 마련이다. 삶의 방식에는 죽음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죽음에 대하여 어떤 의식을 가지고 있을까? ‘집단무의식’이론을 체계화한 심리학자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의 다양한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유전적 암호가 되어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라고 했다. 어떤 사실에 대하여 논리 이전에 원초적인 심상이나 감정의 유형을 알게 모르게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문학 평론가들은 이를 원형적 사유라고 한다. 우리 민족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순환..

욕망과 희망 사이 덕담

2024. 10. 19.[느림보의 수필창작 강의]강현자 수필가의 수필집[욕망과 희망 사이] 북콘서트문화공간 온몸2024년 10월 19일 15:00~16:50이호윤 수필가 사회민은숙 수필가 진행++++++++느림보의 덕담욕망과 희망 사이사실 우리네 삶의 방식은욕망과 희망 사이에 있다자신을 빛내기 위한 삶은욕망이고남을 이웃을 사회를 위한 삶은희망이다북콘을 빛나게 하고작가에게 빛을 주고 물을 주는 참석은희망이다그런데사실은 희망으로 살면 모르는 사이자신이 희망의 발광체가 된다물이 다른 세계에서외로움으로 살아온 오늘의 작가는그 외로움이 자양분이 되어욕망과 희망 사이를 보았을 것이다이제어떤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빛을 주고자 이렇게 빛을 받으니마음놓고 빛을 내는 작가가 되길 빈다이런 말로 덕담을 했다.신재기 수..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자연에서 찾은 생(生)의 시원(始原) (김정태 <감꽃 핀 자리>)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 이방주 김정태의 「감꽃 핀 자리」 ---『수필미학』 2024년 가을호(45) 게재 자연에서 찾은 생(生)의 시원(始原) 김정태 수필가의 〈감꽃 핀 자리〉(계간 《수필미학》 가을호 게재)를 읽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절절한 서사가 울렸고, ‘감꽃’이라는 상관물의 본질을 통찰하여 자아의 실존적인 문제를 담담하게 고백하는 구조화된 수필 쓰기에 감탄했고, 대상을 묘사하여 자신의 심상을 독자에게 재생시키는 수필적 언어와 형상화 기법에 놀랐다. 문학적 치유의 효과는 진정성 있는 성찰과 고백에 있다. 실체적 진실에 바탕을 둔 진정성 있는 언어가 울림이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작가는 창작과정에서, 독자는 수용과정에서 변환과 성장을 가져오게 마련이다. 김정태의 〈감꽃 핀 자..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체험의 재구성과 해석으로 미학적 변용(현정원)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26] 이방주 현정원 수필 「서사敍事에 대한 서사」 ---『수필과비평』 2024년 6월호(272) 게재체험의 재구성과 해석으로 미학적 변용이방주현대사회를 불행하게 한 요인 중에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고백할 용기를 상실한 것도 있다. 이야기는 삶의 체험이다. 삶의 체험은 고통이나 행복도 있고 삶의 문제를 해결한 지혜도 있다. 인간은 서로의 개별적인 체험을 공유하면서 아픔을 치유한다. 이야기에서 경험적 자아의 체험은 서술자의 교양과 가치관에 따라 재구성되고 재해석되어 미학적 변용을 가져옴으로써 상대의 공감을 불러온다. 수필작가는 한 사람이지만 수필적 자아는 현재 기록하고 있는 서술자와 과거의 체험 주체인 경험적 자아로 구분하여 생각해야 한다. 경험적 자아의 체험은 서술자가 선..

박힌 돌, 굴러온 돌(무심7호)

박힌 돌, 굴러온 돌 이방주미국 대통령 선거가 요동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의 후보를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로 확정되려는 추세이다. 반면 공화당은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을 후보로 확정하였다. 재미있는 일은 81세인 바이든 대 78세인 트럼프 구도에서 바이든 현 대통령이 열세였는데, 흑인이며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로 유력해지자 미국인들의 지지 구도가 급격하게 변하여 59세인 해리스 부통령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니 더 신선해 보이는 모양새이다. 문제는 공화당의 박힌 돌이다. 물때가 더께로 끼어 세상 돌아가는 걸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박힌 돌이 뿌리를 내리고 요지부동이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변화의 요구가 날마다 새롭다. 남의..

청주성 탈환과 주봉마을 민충사(愍忠祠)

청주성 탈환과 주봉마을 민충사(愍忠祠)  산양재 마을 탐방에서 박춘번 묘비를 읽고 청주성 탈환 영웅의 행적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순천박씨인 춘무(春茂), 춘번(春蕃), 동명(東命)이 그들이다. 이들의 행적은 산양재 마을(東陽村) 경로당 연혁비에도 있고 산양재 마을 박춘번 묘비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박춘번 묘비나 산양재 경로당 연혁비에는 청주성 탈환에 대하여 춘번을 중심으로 그의 형인 춘무, 조카인 동명이 도와 활동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집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 살펴보았다. 순천박씨 세 분의 공로는 다를 게 없는데 그들의 활동이 대부분 춘무가 중심이 되고, 그의 아들인 동명이 크게 활약하였고 춘번도 여기에 함께한 것으로 기록된 것이 일반적이었다. 동명은 이괄의 난이나 병자호란에서도 공이 컸고 그 아들..

산양재 마을을 지키는 낙락장송

산양재 마을을 지키는 낙락장송 비하동 강서초등학교 뒷산을 넘어가면 산양재 마을이 있다. 반송리에서 조치원 가는 큰길을 건너 신작로를 따라 서촌동으로 가다 보면 산양재 마을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있었다. 산양재는 열대여섯 살쯤 되었을 때 아버지 심부름으로 몇 번 가 본 것이 전부이다. 죽림동 고향집에서 5리가 좀 넘었는데 고개를 넘고 개울을 건너 아버지가 일러주신 대로 그 마을을 찾아갔다. 반송에서 신작로로 몇 걸음만 걸어가면 되었다. 지금 강서1동 중심지인 반송리는 그 시절 1960년대 후반에도 가게가 있고 장이 섰다. 등잔불 켜는 석유를 사러가거나 식구들 생일이 돌아오면 심부름으로 물오징어나 꽁치를 사러 가기도 했었다. 부모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 우백호 자락에는 낙락장송이 늠름하고, 좌청룡 자락이 된바..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 창세기의 ‘내력’ 이야기 구조를 수용하여 -이승애 [환생]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22] 이방주 이승애 수필 「환생」 ---『수필과비평』 2024년 6월호(272) 게재 창세기의 ‘내력’ 이야기 구조를 수용하여이방주이승애 수필가의 「환생」(수필과비평 6월호(272)을 읽으며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미켈란젤로가 그렸다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 그림의 ‘천지 창조’중 ‘아담의 창조’가 보이는 듯했다. 창세기 2장 4절의 아담의 창조를 잘 보여준 그림이다. 하느님이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흙으로 빚어 형상만 갖추어졌을 뿐 아직은 무기력한 아담에게 창조주가 영혼과 생명을 전해주려고 오른손 검지를 뻗는다. 아담은 힘없이 왼손을 뻗어 기운을 받으려는 찰나이다. 인간의 탄생이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다만 성경에서는 흙으로 빚어 ‘하느님의 형상’을..

카테고리 없음 2024.07.28

[발문]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용기- 강현자의 《욕망과 희망 사이》

《욕망과 희망 사이》 출간에 부쳐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용기 이방주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삶의 여정珠蓮 강현자 수필가가 그새 두 번째 수필집을 낸다고 한다. 그는 2019년 11월, 월간 《한국수필》에 〈관계〉, 〈나를 보내며〉를 발표하면서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등단한 지 채 2년이 되기도 전인 2021년 5월에 충북문화재단의 창작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수필집 《나비가 머무는 이유》(2021, 도서출판 직지)를 출간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런데 3년 만에 두 번째 작품집을 묶어낸다고 한다. 우리가 놀라는 것은 짧은 기간에 많은 작품을 창작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동안 얼마나 인식의 도(道)를 담금질하고 형상의 기(技)를 벼리어왔는지 작품으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수필을 향한 그간의 천착은 표면에도..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8] 껍데기를 벗고 순정한 자아로 황진숙 수필 「포구에서」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8] 이방주  --- 황진숙 수필 「포구에서」 황진숙 수필 「포구에서」 ---『수필오디세이』 2024년 봄호(17호) 게재껍데기를 벗고 순정한 자아로이방주 인간은 누구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황진숙 작가가 작품에서 찾은 존재의 근원은 독자에게도 울림을 주었다. 계간 『수필오디세이』 봄호(17호)에 게재된 황진숙의 「포구에서」는 인간세계를 최대공약수처럼 상징하는 ‘포구’에서 그 의문을 해결한다. ‘껍데기를 벗고 순정한 자아로 거듭남’으로써 존재의 근원을 찾아낸 것이다. 바닷속 생명처럼 길들여진 삶, 일상에 매몰된 영혼의 박제에서 벗어나 존재의 의미를 찾았다. 그래서 자아는 존재 실현을 위해서는 명이 다할 때까지 포구의 생명들처럼 야성으로 솟구치는 꿈을 꾸어야 한다는 진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