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는 날 아침에 산에 가는 날 아침에 아내가 건네는 면 남방셔츠에 따뜻하게 사랑이 전해집니다. 구겨질 것이 뻔한 산행길인데도 남아있는 다림질 온기 때문에 정상에 올라 펼친 도시락 한가운데 드문드문 박힌 검은콩을 씹으면 고소하게 사랑이 전해집니다. 새곰새곰 익어가는 맛깔스런 김치 내음과 함께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0.06.15
일요일 아침에 산이 아름다운 것은 산을 보는 사람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산만을 고르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산은 아름답지 못한 사람도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도 아름답게 만듭니다. 일요일 새벽은 어제밤 내린 소나기로 보얗게 안개가 피어오르고 안개 .. 느림보 창작 수필/축 읽는 아이(나) 2000.06.12
어떤 여고생 현영이는 우선 키가 크다. 학군단 교육 때 늘 '우측 선두 기준'을 외쳐야 했던 나랑 나란히 서면 아주 잘 어울리는 늘씬한 키에 또 얼굴이 유난히 희다.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는 비너스의 코처럼 오똑한 콧날이 그의 자존심을 대변하였다. 검고 숱 많은 머리를 어깨에 닿을 듯 말 뜻 늘어뜨리고 늘 학처.. 느림보 창작 수필/서리와 햇살(교단) 2000.06.06
天知 地知 我知 子知 당나라 중기에 이한(李澣)이라는 사람이 옛 사람의 언행을 가려 사언시(四言詩)로 적어 놓은 '몽구(蒙求)'라는 책이 있다. 어린이들의 교과서였던 이 책에는 요즘 세상의 어른들에게도 그저 지나칠 수 없는 시 해설을 위한 일화 한편을 소개하고 있다. 형주 땅에 왕밀(王密)이라는 수재가 있었는데, 당..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0.06.06
개는 날을 기다리는 시인 '비오는데 들에 가랴. 사립 닫고 소 먹여라./ 마이 매양이랴. 쟁기 연장 다스려라./ 쉬다가 개는 날 보아 사래 긴 밭 갈아라.' 고산 윤선도는 그의 시조 <하우요(夏雨謠)>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당시의 상황으로 '한가롭고 여유 있는 농촌 풍경'의 노래라거나, 장마 중에 가능한 일을 권하는 '교훈적인.. 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200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