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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6] 초록으로 이루는 영혼의 광합성(강표성 수필 「초록을 품다」)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6] 이방주 강표성 수필 「초록을 품다」 ---『수필과비평』 2024년 4월호 게재 초록으로 이루는 영혼의 광합성이방주 ‘말없이 어깨를 다독이는 초록 물결, 풍경이 내 안으로 밀려온다.’‘수필과비평’ 4월호에 게재된 강표성의 수필 ‘초록을 품다’를 읽으면 이성선 시인의 시 ‘미시령 노을’이 떠오른다.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가벼움은 인간이 스며든 자연의 존재 방식이다. 시인에게나 수필가에게나 자연과 우주의 존재 방식은 비슷하다. 인간은 자연과 소통하면서 자연의 이법(理法)을 배운다. 이렇게 터득한 이법은 우주를 이해하는 철학적 길잡이가 된다. 강표성은 인간과 자연은 운명적으로 도반이라는 사실..

수필의 바이블 ‘누비처네’ (이명지 수필가)

수필의 바이블 ‘누비처네’                                   이명지 mjlee8978@hanmail.net  목성균의 수필은 현대수필의 바이블 같은 글이다. 수필 문학의 기준을 제시하고 지평을 보여주며 수필가들에게 문학적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글이다. 내가 수필을 강의할 때 좋은 수필의 본보기로 꼭 추천하는 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에서 소재를 찾아 사유하는 글인 수필은 진정성을 생명으로 한다. 소재는 일상에서 얻지만 시선은 철학적 관조여야 한다. 장자도 ‘진정이란 정성이 지극함을 말하고, 진정이 아니고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친함은 웃지 않아도 사람을 친화케 하고, 진정이 안에 있으면 저절로 그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고도 했다. 목..

조경희 수필문학상의 당위성 확보를 위하여

20240620제43회한국수필국내심포지엄(강화) 발제 최원현 : 한국수필의 어머니 월당(月堂) 조경희지정 토론 : 이방주 조경희 수필문학상의 당위성 확보를 위하여  월당 조경희 선생님께서 한국 수필문학에 세운 문학사적 의의와 한국수필가협회의 오늘을 이루신 공적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신 권남희 이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조경희 선생님의 삶과 문학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심도 있는 발제를 해주신 최원현 명예이사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오늘의 심포지엄은 조경희 선생님의 수필문학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중단된 조경희 수필문학상의 지속에 관한 당위성 확보에도 목적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1998년 당시 격월간이었던 한국수필 9,10월호로 수필문단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신인상 등단작..

버립니다

버립니다 『孤獨의 反芻』이 책은 수필가 윤오영이 1974년에 낸 첫 수필집이다. 오지 학교에 근무하던 나는 100리나 되는 군청소재지의 서점까지 나가서 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는 호롱불 아래서 이 책을 읽고 윤오영 수필에 취했다. 이듬해에 그 서점에 갔더니 『수필문학입문』이란 윤오영의 저서가 나와서 바로 구입했다. 수필 창작에 대한 전문서적이 별로 없었던 당시에 두 권의 책이 내게는 문학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어느 문학단체에서 ‘고전에게 길을 묻다’라는 수필문학 활성화의 심포지엄을 기획했다. 나는 이 기획에 발제자로 선정되었다. 평소에 우리만의 수필을 주장했던 나는 윤오영의 『고독의 반추』를 통해 우리 전통수필의 맥을 찾아 공론화할 기회로 가늠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재를 샅샅이 뒤져도 『고독의 ..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4] 로고스의 물, 인간과 우주의 존재 원리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4] 이호윤 수필 「로고스의 물임을」 ---『수필미학』 2024년 봄호 게재 로고스의 물, 인간과 우주의 존재 원리이방주 ‘먼 훗날 먼 바다에서 비가 되어 돌아와 꿈결인 듯 내 딸에게 속삭일 수 있으려나.’계간 『수필미학』 2024년 봄호에 게재된 수필 「로고스의 물임을」의 작가 이호윤은 이렇게 소망한다. 이 한 줄의 문장에 시간과 공간,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의 순환원리를 담아냈다. 평범한 일상에서 인간과 우주의 존재 원리 즉 로고스를 체득한 철학수필이다. 작가는 ‘로고스의 물’이라는 하나의 화두에 두 줄기의 사유를 담았다. 하나는 ‘내 안의 물줄기가 마르는’ 고통이다. ‘생명의 물’이 빠져나가서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이렇게 육체의 메마름은 ‘영혼의 건조함’까지 불러온다..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2] 전략적 상상을 통한 자연과 소통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2] 이방주 이승숙 수필 ---『선수필』 2024년 봄호 게재전략적 상상을 통한 자연과 소통 인간은 자연이 존재하는 모습에서 삶의 이치와 방법을 배워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다. 이른바 자연과 인간의 통섭이다. 수필가는 소재로 선정한 자연 속의 일상에서 독창적인 시선으로 삶의 의미를 발견하여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진리를 찾아 개념화한다. 이승숙의 〈불돌〉은 《선수필》 2024년 봄호에 게재된 작품으로 자연과 소통하는 전략을 잘 보여주었다. 투명인간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사는 ‘작은아이’와 이것이 답답한 엄마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이 중심화소이다. ‘불돌’에 눌려 ‘차깔한 마음’을 풀지 못하는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마들가리 같은 삶에 지친’ 자아의 마음을 먼저 비워..

바람의 기억

바람의 기억 그녀는 정말로 나타났다. 노란 프리지아를 한 아름 안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사라진 그녀가 바람을 타고 나타난 것이다. 내 가슴에도 엷은 바람이 인다. 나는 달려가 그녀를 안았다. 프리지아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우리말이 어눌하다. 독일로 건너간 지 27년이라고 한다. 삼도 접경 의풍마을 순덕이가 바람 타고 독일로 넘어가더니 심장내과 명의 순주가 되어 돌아왔다. 백두대간 베틀재 고갯마루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겨울밤에는 휘파람소리이다가 때로는 명도아기 울음소리를 냈다. 오월은 되어야 백두대간 베틀재에는 땅에 박힌 얼음이 빠진다. 얼음은 골바람이 되어 날망으로 기어오른다. 고갯마루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성황당이 있다. 널빤지로 지은 성황당 안에는 초라하지만 으스스한..

道에 조화로운 技의 옷을 입혀야

한국수필 7월호 권두 칼럼 道에 조화로운 技의 옷을 입혀야 정치 행위는 도(道)와 기(技) 중 어디에 중심을 두어야 할까. 문득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어느 일간지에서 읽은 칼럼이 생각난다. 칼럼을 쓴 논설위원은 정치가 道보다 技에 의존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선거에서 技에 의존하려면 속셈이 시커멓거나[黑] 얼굴이 두꺼워야[厚]한다고 주장한 것 같다. 결국 현실은 道가 技에 말려들어가 속셈과 얼굴의 두께로 결판나 버렸다. 가치의 혼돈으로 인하여 유권자들은 道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본적 교양을 잃어버리고 후안무치한 곳으로 마음이 쏠린 듯하다. ‘政者正也’라. 정치라고 하는 것은 바른 것이다. 곧 ‘정치는 道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 위정자가 도적질을 하지 않으면 백성도 도둑질하지 않는다...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0] 이방주 ‘무용지용(無用之用)의 변증법’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10] 이방주 ‘무용지용(無用之用)의 변증법’이규석 수필 〈쓸모없음의 쓸모〉 ---『선수필』 2024년 봄호, 『수필미학』 2023년 가을호무용지용(無用之用)의 변증법 ‘세속적인 사람이나 사물은 다 쓸모 있음으로써 요절한다.(世俗人物 皆以有用傷夭其死)’장자 내편 4장 人間世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목수 장석이 제자들과 어떤 사당 앞을 지나다가 엄청나게 큰 상수리나무를 발견하였다. 제자들은 좋은 재목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스승을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쓸모가 없기 때문에 살아남아서 저렇게 큰 것이다.’라고 스승은 대답한다. 세속적인 쓰임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은 세속적인 수탈로 인하여 요절하게 되지만, 상수리나무처럼 세속적인 쓸모가 없는 나무는 오래도록 살아남아 사당을 지키는 큰 쓰..

산은 사람의 마음, 산림인 목성균의 문학

산은 사람의 마음, 산림인 목성균의 문학 목성균 수필가의 고향 윗버들미를 찾아간다. 작가가 뼈를 받고 살을 불려온 산협촌 괴산군 연풍면 유상리가 거기이다. 괴산에서 연풍면 소재지로 가는 옛길을 달리다가 사과향이 물씬 풍겨나는 골짜구니로 천천히 들어가면 거기가 윗버들미이다. 산협촌 개울가를 비집고 간신히 닦아놓은 신작로를 요리조리 달리다보면 검푸르게 하늘에 치솟은 산이 꽉 막아선다. 백두대간의 막다른 골짜기, 산림인이며 문학인인 목성균의 고향이다. 맨드라미 백일홍이 피어난 골목길을 들어서서 잔디가 포근한 마당 안에 소박한 단층집이 목성균 선생의 옛집이다. 자리를 펼 것도 없이 잔디 위에 앉으면 별이 보일 것도 같고 옛 이야기가 솔솔 피어날 것 같다. 산은 마을을 가른다. 마을 공동체는 문화를 형성하고 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