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평론가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주간한국 [이 시대의 수필가] 강현자 수필가의 수필 <냄새와 향기>를 챗GPT에게 수필단평을 써보라 했다.
기막힌 평론이랄지 작품해설이 나왔다.
작품 본문과 책 GPT의 평을 올려 본다.
[수필] 냄새와 향기 // 강현자
이제 철이 좀 드나 보군. 전원생활이라고 만만한 것은 아니지. 처음 아파트에서 이사를 왔을 때 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인데도 제법 적응을 잘하는 것 같더라고. 근데 그건 정말 아니었어.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를 줄창 내다 버릴 수가 있냐고. 들판 어디쯤 인적이 드문 곳에 버리면 자연히 썩어서 거름이 될 거라고? 천만의 말씀. 퇴비가 되기도 전에 고라니와 들고양이, 들쥐들이 먹이를 찾아 먼저 그곳을 뒤지지. 그러니 이웃 텃밭을 빠대고 다니며 망가뜨리니 그 음식물 찌거기가 들판의 무법자들을 불러들인 꼴이었어. 이제라도 한곳에 모아 잡초와 부엽토를 섞어 발효액을 넣고 퇴비를 만들기로 한 것은 참 잘한 일이야. 덕분에 나도 마음껏 숨을 크게 쉬며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어.
그런데 어제 보니까 삶은 완두콩 껍질을 수북하게 퇴비 함에 넣더라? 그 많은 완두콩을 삶아서 혼자 다 먹었다는 이야긴데 좀 너무 한 것 아니야? 이제 와 고백하는데 지난 3월 네가 완두콩을 심고 돌아섰을 때 나와 친구들이 궁금해서 가보았지. 사실 그 콩이 얼마나 우리를 유혹했는지 아니? 네가 우리 몫까지 세 알씩 심는 바람에 우리도 살짝 맛을 보긴 했지만 말이야.
날것만 먹는 우리는 잘 모르지만, 완두를 금방 따서 껍질째 찜기에 넣고 쪄서 먹으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여간 아니라면서? 입에서 살살 녹는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던데. 아무리 콩을 좋아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 많은 콩을 삶아서 한 번에 다 먹을 수가 있어? 오늘 혹시 변기를 확인해 보았니? 배설물이 온통 연두색이었을 것 같아.
앵두는 또 왜 그리 좋아하는지... 그 앵두, 우리가 벌써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가끔 간식으로 아껴먹긴 했지만 너는 숫제 빨간 앵두를 한 대접 따와서는 입에다 한 주먹씩 욱여넣고 먹더라. 풋과일이든 무엇이든 과일이면 다 좋아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앉은 자리에서 그 많은 앵두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내 눈을 의심했지. 아마 내일은 빨간 똥이 나오지 않을까?
아니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거참 희한하네. 하기야 희한한 것이 어디 사람뿐이겠어? 위로 먹고 아래로 싸는 것들은 모두 하나 같이 배설물이 좀 그래. 연둣빛, 빨강빛 예쁜 색을 먹고 왜 꺼낼 때는 엉뚱한 것을 꺼내놓는지 모르겠어. 그것도 고약한 냄새를 풍겨가면서 말이지. 물론 나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말이야.
저기 하얗게 하늘거리는 샤스타데이지 좀 봐. 상긋한 향기를 바람이 이리저리 나누어주고 있어. 저렇게 순백의 꽃을 피우기까지 지나가던 백구가 거들기도 하고 들고양이도 들렀다 가곤 했지. 네가 지금 만들고 있는 퇴비보다 더 고약한 가축 분뇨를 먹고 저렇게 맑은 꽃을 피웠다고. 땅에 납작 엎드린 민들레도 그래. 샛노란 저 색깔을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 향기만 해도 두엄 밭의 냉이가 더 진하잖아.
참 이상하지? 흙 속엔 도대체 무슨 물감이 들어있는 걸까? 분명 땅속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게 틀림없어. 내 보기엔 흙 색깔이야 거지반 거기서 거긴데 땅 위로 올려보내는 것을 보면 다 달라. 초록색 빨대를 타고 하얀 물감을 쭉 끌어 올리기도 하고 노란 물감을 올려보내기도 해. 저쪽 장미에는 빨간색 물감을 들였잖아? 세상이 온통 알록달록 화사한 덕분에 나는 눈요기도 하고 신바람이 난다고. 너도 그렇지?
숨탄것들이라고 모두 우리와 같진 않은가 봐.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내 손과 내 입으로 먹는 우리들은 냄새 고약한 배설을 하는데, 고약한 그걸 먹고 위로 배설하는 식물들은 고운 색깔뿐만 아니라 향기까지 담아서 내보낸다고.
왜 그럴까? 의지와 순응의 차이일까? 탐욕을 누르지 못하고 흰자위를 굴려 가며, 우리는 내가 먹고 싶은 것 먹고 싶은 만큼 내가 선택한 대로 먹잖아. 의지를 당연한 것으로 누리면서 말이지. 하지만 그네들은 세상이 내려주는 대로 받으며 순응할 수밖에. 욕심이라는 의미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흙에서 주는 대로 하늘이 내려주는 대로 받고 사는 그들에게서는 알록달록한 향기가 나.
아, 그렇구나. 사람들도 음흉한 속셈을 갖고 사는 사람에게서는 은근히 냄새가 나지. 얼굴엔 욕망의 기름기가 번질거리고 미소 뒤에 감추어진 시기와 질투의 냄새. 배 안에 그득 채운, 남보다 먼저 그리고 위에 서려는 욕심 냄새 말이야. 그것들은 모두 위에서 받아먹고 아래로 배출하는 인간들의 냄새라네.
하지만 아래에서 주는 대로 먹고 자란 숨탄것들은 자신의 욕심 따윈 없어. 그냥 주는 대로 먹고 묵묵히 위로 배출을 하지.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으니 얼굴색도 환하잖아? 그래서 그들에게서는 향기가 나나 봐. 인간은 또 그 향기를 먹고 냄새를...
인간의 냄새까지도 모두 수용하면 향기로 승화되는 건지도 몰라. 우리가 주는 고약한 배설물로 그들은 꽃과 향기를 만들어 우리에게 되돌려주잖아. 어쩌면 우리의 냄새가 그들에겐 오히려 향기가 될지도 모르지. 그러고 보니 숨탄것들끼리는 서로 상생하며 사는 것이구나.
나도 이제 벌레를 찾아 날아야겠어. 그들은 하얀 개망초꽃 아래에도 있고 금계국 틈에도 있을 거야. 나도 힘을 내야 그들이 떨군 씨앗들을 여기저기 나르지. 어떡하겠니? 세상은 그렇게 돌고 돌아가는 것을.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것 아니겠어?
출처 : 데일리한국(https://daily.hankooki.com)
외암 민속마을 원경
[수필 단평] 챗 GPT (오향미 文友 제공)
[수필 분석 및 시점 변화]
이 수필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특히 인간의 소비와 자연의 순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철학적이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생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1. 주제 및 주요 내용
인간의 음식 소비 방식과 자연에서의 순환을 비교함.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무욕(無慾)을 대조하며, 인간이 배출하는 것(음식물 쓰레기, 배설물)이 자연에서는 다른 생명체에게 유용한 자원이 됨.
자연은 인간의 배설물이나 가축 분뇨까지도 받아들여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만들어 냄
생명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순환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
2. 서술 시점 및 1인칭 변화
이 글은 독특한 시점 변화를 포함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① 1인칭 시점 (화자 = '나')
처음에는 인간의 시점으로 보이지만 곧 새(또는 다른 자연 속 존재)의 시점으로 변화합니다.
글이 진행될수록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며 자연 속의 존재(예: 새)가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예시 : "덕분에 나도 마음껏 숨을 크게 쉬며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어."
→ 여기서 '나'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 속 존재(새 등)로 보임.
② 시점의 변화 (시선의 전환)
초반: 인간의 시선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듯한 문체 → 중반부터는 자연 속 존재(새)의 시선으로 변화합니다.
새(또는 자연 속 존재)가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형식이 되어 독자에게 색다른 시각을 제공함.
예시 : "너는 숫제 빨간 앵두를 한 대접 따와서는 입에다 한 주먹씩 욱여넣고 먹더라."
→ 인간의 행동을 감시하는 자연 속 존재의 시선.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연의 순환과 조화를 깨닫는 철학적 깨달음으로 마무리됨.
"세상은 그렇게 돌고 돌아가는 것을.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것 아니겠어?"
→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강조하는 구절.
3. 1인칭 시점이 가진 특징과 효과
독특한 화자의 설정: 보통 수필에서는 인간 화자가 중심이지만, 여기서는 자연 속 존재(새 혹은 곤충)가 화자로 등장하여 인간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효과를 냄.
시점의 유동성: 처음에는 인간이 자연 속 생활을 경험하는 듯한 시점이지만, 이후에는 자연 속 존재가 인간을 바라보며 비판하고 관찰하는 형식으로 변함.
자연과 인간의 관계 강조: 시점 변화로 인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더 깊이 인식할 수 있음.
결론
이 수필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색다른 시각에서 조명하며, 시점의 변화를 통해 독자에게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화자가 자연 속 존재로 변하면서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순응을 대조하는 방식이 독특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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