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삶과 문학

박미애의 동화집 《악어 찌빗》은 문제 해결 과정

느림보 이방주 2017. 11. 9. 10:56

박미애의 동화집 악어 찌빗출판기념회 작품 해설

 

 

박미애의 동화집 《악어 찌빗》은  문제 해결 과정

 

 

박미애 작가의 동화 악어 찌빗출간을 축하합니다.

1977, 지금부터 꼭 40년 전이네요. 제가 만난 박미애 작가는 11살 초등학교 5학년 그냥 미애였습니다. 청원군 미원면 금관리 금관초등학교는 법정벽지학교였지요. 충북의 최고벽지라는 단양 의풍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못간 청년들을 굶주림을 덜어주려고 야학을 열었던 스물여섯 살 청년 교사인 저는 공로인지 꾸짖음인지 또 벽지학교로 보내졌습니다. 학생이 한 500명 쯤 되는 금관학교는 아이들은 정스러웠지만, 이해할 수 없게도 의풍학교보다 더 문화적 영양실조에 걸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마다 시를 쓰게 하고 원고지 째 교실 벽에 붙여놓으니 교실 벽은 시로 도배를 하게 되었죠. 그렇게 모아진 시를 가을에 등사기로 인쇄해서 문집을 만들었죠. 그게 개미동산 아롱다롱 뭐 이런 것입니다. 여기 온 미애 친구들이 모두 그 때 시를 쓰던 친구들입니다. 그런 미애가 지금 동화작가 박미애가 되었습니다. 그 때 26살 풋내기 교사였던 저는 수필가 문학평론가가 되었습니다.

 

미애가 동화책을 내고 영어 동화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도 저는 아직도 박미애 작가가 그냥 미애로 보입니다. 제가 출간회에서 축사를 하게 하려면 적어도 한 달 전에 예약해야하는 충북에서는 그런대로 알려진 수필가인데도 미애는 저를 그때 그 오빠 같은 선생님으로만 보이는 모양입니다. 그런 미애가 갑자기 부르기에 다른 일정 다 포기하고 여기로 왔습니다.

 

문학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오늘은 문학은 하나의 문제 해결 과정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문학은 삶의 길을 넌지시 일러주기도 하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해서 고민하게도 합니다. 문학 창작과 감상을 통하여 우리는 삶의 가시밭길을 열어가는 지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학은 삶의 길을 열어가는 열쇠가 되고, 어둠의 길을 밝혀주는 횃불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삶이 운명적인 만남과 의지적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박미애 작가는 자신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주어지는 운명을 힘겹고 고통스럽게 넘으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오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운데 본인은 당당하고 초연하게 미소로 남의 일을 해결해 주듯 자기 문제를 해결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박미애 작가의 이러한 삶은 악어 찌빗찌빗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루기 위해서 묵묵히 견디어내는 과정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는 충북고등학교에서 미애 아들 황대현이에게도 문학을 가르쳤습니다. 미애보다 더 똑똑합니다. 튼튼하고 건실합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었습니다. 딸 다솜이도 예술가를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이들 남매는 악어 찌빗말고 미애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문학이 무너지지 않고 우뚝 선 박미애를 있게 했고, 작가 박미애의 삶의 오늘의 악어 찌빗의 존재를 단단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40년 전 11살 어린 미애가 이제 천명을 알아차리는 나이의 작가 박미애가 되었습니다. 신이 있다면, 태양이 착한 사람에게 좀 더 따뜻한 볕을 내릴 수 있다면 이제부터는 이 시대의 능력있는 여성 박미애에게, 착한 엄마 미애에게, 성실한 문학바라기 박미애에게 한 줌이라도 더 따뜻한 볕을 내려 주기를 기원합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면 박수 크게 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때 : 2017년 11월 11일 오후 5시

곳 : 예술회관 따비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