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성문학상 시상식 축사
수상자 : 박영자 수필가
일시 : 2016년 12월 20일(화) 오후 6시
장소 : 거구장 문화공간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수필문학회장 이방주입니다.
이렇게 귀중하고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신 변양섭 회장님과 회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성문학 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또한 올해의 여성문학상을 수상하시는 박영자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수상자이신 박영자 선생님께서 저희 충북수필문학회 회원이시므로 선생님 작품에 대한 말씀을 주로 드리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박영자 선생님은 수필을 알고 쓰시는 수필가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시는 태초에 신에게 드리는 소망의 말씀으로 탄생했습니다. 그에 반해 수필은 인간의 철학적 인식이 깨어난 다음, 자신의 삶의 체험과 사색의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인간의 속삭임으로 발전되었습니다. 그래서 수필은 철학적 인식을 가장 쉽고 아름다운 언어에 담은 정스런 속삭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월터 페이터는 수필은 철학과 문학의 사이에 있다고 진작에 말했나 봅니다.
이쯤이면 박영자 선생님의 수필은 수필을 알고 쓰는 작품이라는 제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지실 겁니다. 박영자 선생님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삶과 죽음에 대한, 사회와 역사에 대한 선생님의 고민과 갈등과 해결 방법과 아울러 신랄한 비판이 잔잔하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깊이 있는 철학적 인식도 아무렇지도 않게 유아들의 언어처럼 쉽고 귀여운 말로 속삭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박영자 수필은 정이 담긴 따뜻한 인간적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또 박영자 선생님의 언어는 수평적이고 평화적입니다. 선생님의 첫 수필집 <은단말의 봄>에 나오는 색채어를 분석해 본적이 있습니다. 모든 색채어를 다 세어서 분류해 보니 녹색이 약 38%, 흰색이 29%나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색채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는 백색은 순진 무구, 청정, 순결을 의미하고, 녹색은 평등과 평화, 자기 가치에 대한 믿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약 70% 정도의 백색과 녹색의 색채어가 독자들에게 알 듯 모르듯 하는 사이에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박영자 선생님의 수필은 이와 같이 철학적 인식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수필의 본래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필이라는 문학 양식이 아니면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삶의 문제들을 선생님은 작품에 담아내십니다.
저는 별명이 느림보입니다. 1998년에 수필가로 등단하고 그해 충북수필문학회에 입회했는데 그 해 태어난 아이가 수필을 쓸 만큼 세월이 지나서야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치를 시작하고 18년 만에 대통령이 됐는데 저는 등단하고 18년 만에 회장이 되었습니다. 박영자 선생님이 <올해의 여성문학상>을 받으시는데 참 오랜 세월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수필가가 되도록 서정범 교수에게 소개해준 분이 박영자 선생님이었는데 오늘 저에게 수필문학에 대한 견해를 말할 기회를 주시려고 제가 회장이 될 때까지 기다리셨나 봅니다. 그래서 고맙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말을 짧게 하라고 하셨는데 오늘 너무 길었습니다. 박영자 선생님 좋은 작품으로 후배들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100살 너머까지 걸어 다니시며 보신 것을 글로 쓰시기 바랍니다. 여성문인협회가 더욱 발전하시기를 합장 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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