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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유럽 일주 10 - 제 10일차 에스토니아의 탈린

느림보 이방주 2015. 8. 1. 17:20

러시아 북유럽 일주 10 - 제 10일차(7월 20일) 에스토니아의 탈린

 

 

 

 

지난 밤에 많이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좀 아프다. 객실이 좁고 갑갑한데다가  에어컨이 고장나서 끄고 싶은데 꺼지지 않더니 목이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코도 밍밍하다. 마침 아내가 종합 감기약을 가져와서 그걸 먹었다.

 

새벽에 갑판에 올라가려고 가보니 문이 잠겼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들어왔다. 7시에 아침 식사이다. 빵 2쪽, 토마토 2쪽, 삶은 계란 1개, 채소샐러드와 사과주스 한잔으로 식사를 한다. 식빵은 살짝 구워서 딸기잼을 발라서 먹었는데 맛은 별로이다. 토마토와 채소는 그냥 밭에서 가져온 대로 먹는 것이다. 가공이라는게 전혀 없는 바이킹들의 식사이다. 된장국이 그립다. 마른 새우와 감자를 넣고 끓인 아욱국이 먹고 싶다. 아니면 호박잎 된장국도 좋다. 감자를 넣으면 더 좋고. 감자를 넣고 끓인 근대국도 괜찮을 것 같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먹으니 팍팍한 빵도 괜찮다. 겨울은 아니지만 날씨가 서늘하니까 무를 칼로 툭툭 쳐 넣고 들기름에 달달 볶은 다음 멸치 육수에 된장을 약간 풀고 고춧가루를 슬슬 뿌려서 끓을 때쯤 콩나물과 두부를 넣고 바글바글 끓여 낸 콩나물무국에 서리태 드문드문 섞은 쌀밥 한 공기를 말아서 먹으면 감기가 확 나갈 것도 같다. 가끔 잘 익어 새곰새곰한 두툼한 배추김치를 밥 숟가락에 얹어 먹으면 거칠거칠한 목구멍이 얼마나 개운할까? 우리 음식은 하나하나가 다 치료 약이다. 쌀밥은 배탈을 치유하고 콩나물국은 감기를 낫게 하고 여름에 먹는 개장국은 더위를 쫓아내고---. 와! 고국이 그립다. 된장이 그립다. 우리 아파트 다용도실 김치 냉장고에 가득한 묵은 김치가 그립다.

 

도대체 이 뷔페식이란 걸 요리라고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손끝에서 나오는 솜씨랄까 간 맞추기랄까 하는 예민함도 정교함도 찾아볼 수 없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나 개성을 음식에서 발견할 수가 없다. 양과 신선도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요기란 말이 있다. 아마도 시장함을 치료한다는 말일 게다. 항상 먹을 것이 부족했던 우리 나라도 요기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맛과 색깔과 품위가 담긴 음식을 만들었다. 게다가 만드는 과정이나 먹는 과정에도 예법과 예술성을 고려한 고급 문화였다. 혀로 전달되는 손맛이 무시되는 음식은 단순해서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文化라는 이름 아래 두기에는 참 많이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진한 커피로 입을 가셔냈다. 커피를 마시고 나니 목구멍이 깔깔할 때 마시는 꿀넣은 대추생각차가 생각난다. 냉장고에 겨울에 먹던 것이 남아 있는 것을 내가 아는데 말이다.

 

면세점 앞과 식당 앞 로비는 와이파이가 무료이다. 아들과 카톡으로 집안 소식을 연락하고 충북수필 임사무국장님과 소식을 주고 받았다.

 

170m인지 210m인지 넘는 거대한  실자라인  탈린크호는 발트해를 건너서 10시 넘어서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뱃머리를 대고 싣고 온 28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쏟아 놓았다. 우리는 스톡홀름에서 이별한 운전기사 대신 여기에서 러시아 운전기사를 새로 만났다. 여기에서는 인솔 가이드 임민정씨의 예고도 없었는데 정말 꽃순이 같은 젊은 교환학생이 현지 가이드로 나왔다. 이렇게 날씬하고 예쁘고 말도 잘하는 교환학생을 임민정씨는 왜 예고하지 않았을까? 작년에 탈린 공대 컴퓨터공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유학생이 공대에는 별로 없지만 음악대학에는 약 50명 정도의 한국 학생이 유학을 와 있다고 한다. 우리보다 컴퓨터 후진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이유가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말씨가 똑똑하고 설명이 상세하다. 

소련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아주 작은 나라이다. 인구는 150만 정도 되고 수도 탈린에는 40만 정도가 거주한다고 한다. 소득은 14000불 정도밖에 안 되지만 고등학교까지 무료이고 대학도 웬만하면 무료라고 한다. 심지어 시민들은 시내버스도 무료라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이제 곧 유럽연합 가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니 공산주의를 포기하면 바로 이렇게 살게 되는 모양이다.

 

 

탈린 광장

탈린 광장에서 설명하는 현지 가이드

탈린 광장에서 바로 옆에 수리중인 러시아 정교 교회

탈린 광장 시청사

톰페아 언덕에서 전망

톰페아 언덕에서 전망

시내 골목 투어

시내 골목 투어에서 본 예쁜 간판

 

시내 골목 투어에서 본 롱다리 골목 상징

시내 골목 투어

시내 아름다운 골목 투어

새로 만난버스

 

국회 의사당, 러시아 정교 교회, 루터교 교회, 성당, 시청 광장을 1시간 정도 관람했다. 탈린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는 도미니칸 수도원을 보고 시청 광장과 그 주변을 둘러 보았다. 톰페아 언덕의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의 화려한 모습을 보앗다. 그리고는 톰페아 언덕으로 갔는데 여기서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에스토니아의 탈린의 이곳저곳을 보았지만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단지 엷고 약한 문화라는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남의 지배하에 최근까지 있었던 흔적이 아닐까 한다.

 

중국인 식당에 들어갔다. 밥과 여러가지 중국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중국에서 먹었던 요리와는 많이 다르다. 향료를 전혀 섞지 않아서 먹을 만했다. 일행중에 김과 볶은 고추장을 가져온 분이 있어 잘 먹을 수 있었다. 목이 아픈데 차가 맛있어서 여러 잔 마셨다. 

 

12시 30분 차에 올라 러시아의 쌍트 페떼르브르그로향했다. 러시아 입국심사는 복잡하고 까다롭다. 호텔에서도 여권을 맡겨야 한다. 러시아는 불편한 나라이다. 에스토니아에서 러시아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달린다. 여기도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호밀을 많이 심는다. 그러나 스웨덴만큼 정리되지 못했다. 도로주변도 그렇고 삼림도 그렇다. 하긴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 풀려난 지 20년 정도밖에 안되었으니 그럴밖에 없을 것이다. 탈린이나 코펜하겐에는 루마니아에서 원정온 소매치기들이 극성이라고 한다. 루마니아 정부는 그런게 걱정일 것이다. 차는 계속 달린다. 나도 곧 잠에 떨어질 것이다.

 

국경에 이르니 차량 행렬이 길다. 입국 심사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까다로운 정도가 아니라 짜증나게 한다. 차를 한동안 세워놓고, 경찰관이 들어와서 여권을 펼쳐 놓게 하고 죽 한번 돌아보고 돌아갔다. 아, 그냥 이렇게 쉽게 보내 주려나 보다. 그런데 왜 줄이 이렇게 길지? 한참을 기다리니 키가 장승만한 경찰관인지 군인인지 들어와서 여권과 러시아에만 있는 입국 서류를 걷어갔다. 버스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이번에는 가이드 임민정씨가 여권을 들고 와서 나누어 주었다. 버스가 시동을 걸고 앞으로 간다. 이제 정말 보내 주는가 보다 했다. 이렇게 쉽게 보내주는 때도 있구나. 그런데 차가 멈추더니 여권과 입국 서류를 들고 내리란다. 여권을 들고 내리니 입국 심사대에 세우고 한 사람씩 얼굴 대조를 하는데 이게 보고 또 보고 몇 번을 들여다 보고 보낸다. 이렇게 38명을 다 하려니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는가? 승차 지시가 있어서 차에 올라 조금 가니까 차를 또 세운다. 여자 경찰관 하나가 올라와 여권과 입국 서류를 하나하나 대조를 한다. 목욕을 안했는지 냄새가 푹 퍼진다. 그디어 가라고 한다.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러시아쪽으로 들어가면서 보니 출국을 기다리는 차량의 행렬이 수백미터는 족히 늘어섰다. 이러면 출입국 업무에 종사하는 인원을 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고속도로 나들목처럼 공간을 넓히고 차들을 좌우로 죽 퍼져서 들어가게 해야 하지 않을까

 

도시락으로 저녁식사

이렇게 늦는 것을 대비해서 탈린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온 모양이다. 호텔에 들자 로비에서 방을 배정하고 도시락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우리 8명은 한 방에 모여 도시락을 먹었다. 이제 유럽의 마지막 밤이라 그동안 남은 소주를 다 비웠다. 나는 목이 아파서 마시지 않았다. 그동안 남은 간식들과 소주 도시락을 늘어 놓으니 훌륭한 한 상이 되었다. 이곳도 10시가 넘어서도 해가 지지 않는다.

11시가 넘었다. 서산이 붉다. 헤어쟈 각자 의 객실로 가면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