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해외 여행

러시아 북유럽 일주 12 - 여행을 마치며

느림보 이방주 2015. 8. 2. 23:48

 

 실자라인에서 본 발트해의 일몰(현지시각 2015.7.13. 10:40 )

 

이번 여행은 참으로 행운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북유럽 여행은 내게는 꿈이지 그것이 실현되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그런데 화요산악회에서 러시아 북유럽 여행을 준비하니 함께 가자고 우리 백만사 이효정 선생님이 알려 왔다. 생각해 보지도 않고 바로 가겠다고 했다. 거의 직영하다시피하니까 여행비가 다른 상품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저렴하면서도 알차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여행 일정을 받아보니 정말 그랬다. 그래서 바로 희망자가 계획 인원을 넘어서서 바로 신청해 버린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마침 백만사 회원 중에 셋집에 합류하여 모두 8명이 함께 하여 더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다른 곳을 여행할 때처럼 많은 것을 부러워했다. 그 부러움이라는 것이 내가 가진 것은 잠시 잊어버리고 남이 가진 것만 부러워 한 본능적인 탐욕 때문이라는 것을 귀국해서 바로 깨달았다.

 

첫째, 모스코바 시내의 넓은 숲과 평평하고 넉넉한 땅을 부러워 했다. 그러나 그 변화도 없는 싱거운 자연이 얼마나 무미건조한 것인가 하는 것은 인천공항에서부터 청주로 오는 동안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습하고 어둡고 침침한 시베리아의 자연은 우리가 부러워할 게 못되었다.

 

둘째, 핀란드, 스웨덴의 초원지대와 아름다운 삼림과 잘 가꾸어진 농장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인천 공항에서 전세 버스를 타고 청주로 내려오면서 경기도의 평야지대를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의 들판을 보니 비교되니 않을 만큼 풍요롭고 아름답다. 논이 중심이고 밭도 만만찮게 많은 우리 농촌은 풍요롭기 그지 없다. 핀란드의 농촌이나 스웨덴의 농촌 노르웨이의 산 기슭에는 초지이거나 호밀 그리고 감자 이외에 다른 작물을 찾아볼 수 없는데 우리 들녘에는 수백 수천 가지 이루 말할 수없이 많은 종류의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작물이면 열대 식물이건 한대 식물이건 심어 가꾸면 식탁에 올릴 수 있는 땅과 기후와 재주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산한 쌀, 잡곡, 채소, 과일을 먹고 싶은 대로 골라서 먹을 수 있으니 남을 부러워 하는 것은 정말로 부질 없는 일이다. 우리만큼 먹을 거리가 다양하고 수준 높은 민족도 없을 것이다, 사계절이 있고 계절마다 먹을 것이 다르고 다양하다. 그 다양한 먹거리들을 요리하는 방법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농장이 다양하기에 식재료가 다양하고 솜씨가 다양하기에 밥상이 다양하다.

 

셋째, 북유럽지방의 삼림지대는 정말 부러웠다. 잘 가꾼 소나무와 자작나무는 핀란드 같은 나라의 주요 생산물이라고 하는데 정말 부러웠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도 계획적인 조림만 한다면 그에 못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편백이나 삼나무 소나무를 잘 심으면 북유럽국가에 못지않은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심어 가꾸어야겠다는 정치 지도자나 행정가들의 의자와 국가 장래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말이다. 2년도 더 남은 대통령 선거와 6개월도 더 남은 국회의원 선거를 걱정하는데 바쁜 정치가 문제이긴 하지만---

 

넷째, 노르웨이의 피요르드나 산악지대의 경관을 보며 기막혀 했다. 요정의 길이나 플롬열차를 타고 환호를 질렀는데 그것은 우리의 강산과 다른 면 때문이었지 변화와 아름다움과 자연의 가르침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녹지 않은 눈과 절벽과 폭포이다. 우리나라 산의 변화와 바위와 나무의 조화 계곡과 폭포의 아름다움도 그런 지방에 비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자연은 그냥 자연이 아니라 우리 심성과 정서를 가르치고 깨우치며 심지어 윤리적 깨달음까지 주는 자연이라는 것을 잊자 말아야겠다. 계곡도 불영계곡이나 내연산 계곡, 설악산 천불동 계곡 같은 곡은 노르웨이 요정의 계곡에 비할 바가 아니다. 플롬 열차가 어찌 한계령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경관에 비교하겠는가? 단순한 피요르드가 어찌 다도해나 홍도의 바다 경관에 견주겠는가?

 

다섯째, 쌍트페테르부르크의 운하와 계획도시가 부러웠다. 우리 서울이나 경주 부여 공주에 비해 많은 유적이 보존되어 있어 부러웠다. 그리고 스웨덴이나 페테를브르크의 박물관 문화도 그렇다. 이렇게 문화를 보존하고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아무리 유물이 일상으로 많다 하더라도 옛것을 쉽게 버리거나 무시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겠다. 이런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할 일이라고 본다.

 

여섯째,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가 우리보다 잘 살 수 있는 여건은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보다 잘 사는 것이 참으로 이상했다.  자연 조건도 그렇고, 국민의 두뇌도 그렇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그렇고, 역사와 문화의 깊이로 봐도 분명 우리가 더 잘 살아야 한다. 모두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나라이다. 우리의 디지털 제품을 쓰는 나라이다.

유럽에서 경제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의 공업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다. 특히 독일은 우리보다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내고 있어서 북유럽이나 러시아에 독일의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BMW가 거리를 누빈다. 가끔 도요다나 현대 기아도 보이긴 하지만 미약하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핸드폰을 만들지 못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우리 국민은 다 이 나라보다 나은데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역사 의식이다. 내가 지금 사는 방법이 미래의 나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의식 말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바이킹의 후예지만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위하여 현재를 산다.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는 것을 자랑으로 아는데 그들은 윤리와 도덕의 테두리를 삶의 정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덕과 양심으로 가치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의해 삶의 본질을 지향해야겠다.

목민심서에 보면 정치는 대중을 교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에 정치가 민중을 교화한다고 하면 모든 민중이 화를 낼 것이다. 그것은 정치가 민중을 계도할 만큼 본질 지향의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선두에서 대중의 양심을 지도하고 계몽하는 나라, 정치인을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나라에서 살고 싶다. 법치 사회도 아니고 질서 사회도 아니고 도덕과 양심이 역사를 지배하고 이끌어 가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 얼굴이 화끈했던 것은 우리가 질서를 지키지 않거나 지나치게 소란할 때 그들은 우리에게 "Chinese?" 했다. 우리가 잘했을 때에는 "Korean"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가끔 외국인이 아는 한국인만큼 한국인답지 못했던 것을 깊이 반성한다. 이번 여행 함께한 백만사 회원과 화요산악회 회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특히 지금까지 해외 여행을 중에 가장 훌륭하고 철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품위 있게 인솔과 안내를 해준 인솔 가이드 임민정씨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