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내륙문학상 시상 식및 내륙문학 51집 출간 기념회
내륙문학은 1972년에 조직된 충북 최고의 문학동인회이다. 나는 1998년에 한국수필의 서정범 교수의 추천으로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리고 친구인 내륙문학 동인 최창중 소설가, 이석우 시인의 추천으로 내륙문학 동인이 되었다. 내륙문학동인회에는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모임이었다. 그래서 당시 내륙문학 회원이 된 것만으로도 마치 저명한 문인이 된 것 만큼이나 기쁘고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내륙문학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모임에 참석하다 보니 2007년 2월 회장을 맡게 되었다. 문단에 발이 좁은 내가 너무 빨리 내륙문학의 회장이 된 것이 참으로 부담스러웠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고목처럼 늙어가는 내륙문학을 젊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렇지만 능력은 한계가 있는 것이어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동안 충북 지역에 많은 문학회가 형성되고 특히 시, 소설, 수필, 심지어 시조문학회 같은 장르별 문학회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모든 장르가 다 모인 내륙문학회는 그 세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게다가 계속 후원을 해주던 한국도자기에서 지원을 끝내니 더욱 어려워졌다. 다만 회원 각자가 내륙문학의 동인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야 했던 것이다.
내가 내륙문학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회장 임기를 마치고 어느 수필가가 회장이 되었을 때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는데 내륙문학을 비롯한 문단에서 과연 수필이라는 장르가 문학의 소중한 한 장르로 인정 받고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문단에서 수필문학에 대한 이러한 가치 폄하는 수필가들의 문학을 대하는 자학적인 태도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서이다. 또한 나 자신이 전국 단위에 문학회에 나가서 활동하면서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자 그만 오만한 생각에 빠져 버린 것이다.
어느 아끼는 후배가 내게 "왜 마루에 앉아 있으려 하느냐? 왜 마당으로 내려오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하고 다니느냐? 그냥 마당에 있다고 생각하고 살면 되는 것이지 왜 자신을 스스로 마루에 올려 놓고 마당으로 내려오기 위해서 뜨락을 지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말을 해 주었다. 나는 이 때 망치로 얻어 맞은 것만큼이나 머리에 번개가 일었다. 맞아, 문학을 대중화하겠다고 한 말부터 바꾸어야 한다. 내가 대중으로 가야 한다는 말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냥 나는 대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연말에 친구 이석우 시인으로부터 내 수필집 《풀등에 뜬 그림자》가 내륙문학상 수상작품으로 결정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내륙문학상은 나 같은 사람이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깊이 하고 있었다. 첫째는 나는 이미 2007년에 충북수필문학상을 받았다. 한 장르를 가지고 같은 지역에서 문학상을 겹으로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물론 겹으로 상을 받은 분들을 한번도 비판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스스로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여 추구하면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만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었다. 문학 활동의 성과가 문학상을 받은 횟수로 평가되는 문단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수필문학의 문단 위치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가지고 2년간이나 내륙문학회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2년간이나 동인회에 나가지 않고 대뜸 수상자가 되는 것은 마치 상을 주지 않아 나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 쉽기 때문이다. 셋째는 내가 평가하는 내륙문학상 수상자의 문학성이다. 나 정도의 작품 수준으로 내륙문학상을 탈 수 없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예전에 박재륜시인이나 지금 생존해 계신 한병호 시인, 김효동 시인, 이석우 시인, 박길순 아동문학가, 그리고 형인 이인해 시인 등 이런 분들이 받아야 할 상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수상하지 못한 문단 선배 최창중 소설가, 이종대 시인 같은 분들도 있다. 이런 이유로 끝까지 사양하려고 했다. 그래서 나를 수상자로 추천한 이석우 시인이나 박길순 회장을 애먹였다.
결국 수상자로 결정되고 나서도 시상식에 나가는 일이 끊임없이 걱정되었다. 그래도 나가야겠기에 정장도 하지 않고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더구나 형님이 조카들에게 말했는지 조카, 조카며느리, 종손까지 나와서 축하해 주어서 고마워 몸둘 바를 몰랐다. 어찌 알았는지 서원대 평생교육원 수강생들도 나왔다. 나는 아내와 아들딸 며느리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상은 받았다.
시상식에서 김효동 시인이 과분한 축사를 해 주었고 나는 수필문학의 문학적 의미와 수필은 나에게 삶의 에너지원이기에 앞으로 30년은 더 수필을 써야겠다는 수상 소감을 약 5분간 말했다. 꽃다발도 받고 술잔도 많이 받았다. 수강생들과 산남동 커피나루에 가서 커피를 리필까지 받으며 10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에게 굳이 내륙문학상을 주고야 말겠다고 하는 이석우 시인, 처음에는 내 진실을 몰라준다고 참 원망도 많이 했는데 끝나고 나니 참 고마운 친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게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강준형 시인과 우리 가족, 평생교육원 글벗들
내륙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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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시인의 심사평
제 17회 내륙문학상 심사평
이석우 (시인·문학평론가)
이번 내륙문학상은 수필부문에 이방주 수필가와 시부문에 한리나 시인이 뽑혔다. 이 두 수상자의 치열한 작가 정신에 주목하며 잘 영근 문학의 완성도에 박수하며 박하며 수상 작품들을 살피기로 하겠다.
이방주 수필가의 글은 깊은 맛이 있다. 그 맛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는 사람 속에 있기를 즐겨한다. 서로를 말하며 일 꾸미기를 즐겨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곱씹어가며 그리워한다. 그의 생활이 그러하듯 그의 글은 사람들 가운데 섬처럼 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웅성에 그의 마음과 글이 함께 한다.
이방주 수필가의 글에 대한 정론은 재미다. 재미가 있어야 독자가 있고 독자 있는 곳에 글 또한 존재하는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미를 돕기 위해 향신료를 듬뿍 친다면 큰일이다. 재미는 구수함에서 온다. 우거지와 된장과 같은 어울림에서 오는 것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신변잡기에 빠져들고 있지 않나 싶을 때, 그는 반전을 시도한다. 그곳에 재미가 숨어 있다.
이방주 수필가가 말하는 재미를 추적해 보기로 한다.
그는 작은 것에서 큰 것을 찾아내는 일을 즐겨한다. 그러면서 그의 생각 옮겨가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작은 꽃 큰 그리움」은 좋은 보기 글이 될 것이다. 아마 수필 창작교실 얘기인 듯하다.
어느 날 수강생 한 분이 파란 유리병에 황매화, 연산홍, 조팝나무꽃을 한 웅쿰 담아온다. 이 꽃을 받아들고 황, 청, 백, 홍과 녹색이 조화롭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러다 그의 눈은 조팝나무에 머무는 것이다. 기어이 그는 서정방토로 떠나신 어머니를 생각해낸다. 파란 유리병의 조팝나무꽃이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작가는 “오늘은 눈물에 마를 날이 없던 어머니의 하얀 옷고름을 보았다. 조팝나무꽃 향기처럼 피어오르는 그리움을 보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존재하는 않는 것도 존재하는 것이 되고, 작은 파문도 마음에 들어와 큰 물결을 일으킨다고 결론을 쓰고 있다.
「작은 혁명」이 담고 있는 재미 또한 앞부분과 같다. 자칫 지루하기 쉬운 시골학교 생활 속에서 작가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함께하는 독서활동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을 유 여사의 말을 통해 “작은 혁명”이라는 말로 결론 내린다.
그는 일상의 언동이나 생활이 소박하고 작게 남겨지게 하지 않는다. 정말 그의 글은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혁명이다.
그의 글은 연잎에 싸여있다. 모양은 거무퇴퇴하지만 연잎을 헤치고 잡곡밥을 잎에 넣었을 때의 오는 살아있는 자의 살아가야할 자의 감동이 늘 그 내부에 있다.
문학의 출발이 시로부터 출발하였다면 그 완성은 수필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그는 감히 선언한다. 수필은 인간이 철학을 배운 이후에 잔바람에 물결이 일 듯 피어난 문학이라는 것이다. 수필가의 눈에만 보이는 의미 있는 세계의 모습을 지성의 언어로 전달해야한다는 것이다. 그의 대상은 철학적 인간이다.
이방주 작가의 수필에 대한 열정은 바로 치열한 문학정신을 의미한다. 독자들은 이 작가가 손에 쥐어주는 글의 재미 속에서 이미 인간정신을 캐내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사람들 가운데 그의 글이 섬처럼 있다. 느낌과 감동으로, 내륙인의 가슴에는 더욱.
(2014.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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