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 아침
교무실 문을 열면
고고하게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계시는
선생님 한 분을 발견합니다.
'드르륵"
함부로 열어 큰소리를 낸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오늘 하루
아이들 사랑법을 연구하시는 선생님
존경합니다.
2
점심 먹고 부지런히 교무실에 올라와
커피를 한잔 만들어 들고
창밖을 내다봅니다.
창밖은 온통 잿빛 하늘이고
세상은 온통 시멘트 성벽입니다.
잿빛 하늘 아래 시멘트 콘크리트의 거대한 숲은
커피 향을 까맣게 잊게 합니다.
그러나
구내 식당 출입문에 늘어선
아이들의 기다림의 꼬리가 사라질 때 쯤
동갑내기 선생님 한 분이 계단을 오르십니다.
식사는 벌써 끝냈을 텐데
아이들 식사가 끝나야 올라오시는 선생님
다리 아프지 않습니까?
잿빛 하늘 아래 거대한 문명의 성벽 아래에도
묵은지 맛 같은
아이들의 사랑법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배식을 다 받고 자리를 잡아야만 마음이 놓이는 선생님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3
커피가 식어갈 때 쯤
4교시 1학년 어느반에
수업을 들어갑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사랑합니다"
아이들의 인사에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사랑스런 아이들의 인사법
"얘들아, 나도 너희를 사랑한단다."
그러나
그 말을 입밖에 내지 못하는 나는
"낡은 선생"
(2008. 3. 30. 산남고 홈페이지 학교칼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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