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과 서재/완보 칼럼

<3분 칼럼> 음식문화- 미꾸리와 환경

느림보 이방주 2008. 11. 15. 14:20

미꾸리와 환경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추수도 끝나서 가을 햇살에 누렇게 익어 가던 들판도 썰렁하기만 합니다.

예전에는 추수가 끝나면 논에서 미꾸리를 잡았습니다. 아마도 40대 이상이면 누구나 미꾸리 잡던 추억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미꾸리는 웬만큼 오염된 물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뿐 아니라, 수질을 정화하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가을 미꾸리는 여름내 볏논을 헤집고 다니면서 몸에 좋은 것만 찾아 먹어서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 있지요. 이 녀석들은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진흙 속이나 둠벙으로 들어가 겨우살이를 준비합니다. 이때 도랑의 진흙을 파헤치면 미꾸리가 나옵니다. 또 논 귀퉁이에 있는 작은 둠벙도 물을 퍼내면 미꾸라지를 건져낼 수 있습니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매운탕 감으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진흙을 헤치고 잡아온 미꾸리는 한동안 맑은 물에 담가 해캄을 토하게 해야 흙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미꾸리들이 어느 정도 깨끗해지면 매운탕 끓일 준비를 합니다.

 

살아 있는 미꾸리를 물이 없는 항아리에 넣고 소금을 뿌려 덮어 두면 요동을 치면서 서로 몸뚱이를 비벼 대서 미끌미끌한 성분이 없어지면서 숨을 거둡니다. 그때 소쿠리에 담아 거품이 나지 않을 때까지 씻고 또 씻어서 헹구어 건져냅니다.

 

무를 나박나박 썰어서 냄비에 넣고 들기름을 두른 다음 센 불에 달달 지져서 겉을 익힙니다. 그 다음 적당하게 물을 잡고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푼 다음 미꾸리를 넣어 푹 끓입니다. 이때 간장으로 간을 하면 더욱 맛이 좋습니다. 여기에 기호에 따라 파, 다진 마늘, 양파, 풋고추, 시래기, 콩나물, 미나리, 쑥갓 같은 양념과 야채를 넣어 맛을 냅니다. 센 불로 국물이 자작자작할 때까지 끓이면 되는데 너무 끓이면 맛이 덜하기 때문에 야채에 따라 넣는 때를 조절해야 합니다. 

 

얼큰하면서도 구수하고 어떻게 보면 단맛도 나는 것 같은 그 맛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아마 어떤 문장가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미꾸리 매운탕은 추수를 끝낸 다음 농민들의 영양을 보충해 주는 보양식이었습니다. 뼈와 내장을 다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이 풍부하고,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불경기에도 추어탕 집은 호황을 누리지만, 추어탕 집 미꾸리 매운탕이 논에서 건져다 집에서 끓여먹는 맛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볏논에서도 둠벙에서도 미꾸리를 볼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오염된 생태 환경 때문입니다. 미꾸리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머지않아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지 않겠습니까? 대량으로 생산해서 맘껏 쓰며 풍요롭게 산다고 잘 사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무리 풍요를 누리며 산다 해도, 대물려 살아온 이 땅이 우리가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볏논에서 미꾸리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을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BS (FM 91.5 MHZ) <오늘의 충북>(3분 칼럼)  2008. 11. 20(목요일)  오후 5:35  방송 

     http://blog.naver.com/nrb2005(느림보 이방주의 수필 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