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과 일상/삶과 문학

빛을 건지는 나무들

느림보 이방주 2007. 11. 17. 11:03
  11월 9일 한국수필 작가회 출판기념회 날이다. 한국수필 작가회 동인지 21집 출판 기념회이다. 더구나 이번호는 내가 쓴 <빛을 건지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에서 제호를 따서 <빛을 건지는 나무들>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사무국장이 알려왔다. 나는 이왕이면 <빌을 건지는 사람들>로 해 줄것을 회장에게 간곡하게 부탁하였으나, 나무들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그만 두었다. 또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되면 나중에 내가 책을 낼 때 <빛을 건지는 사람>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이날 다른 급한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할까봐 불안했다. 이번 모임은 꼭 참석하고 싶었다. 한국수필작가회 이사인데다가 모임에 잘 나가지 못해도 출판 기념회만큼은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1년에 한 번만이라도 회원들 얼굴을 보아야 나도 거기 회원자격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또 각지에서 모여든 회원들이 용케도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준다. 남자 회원들 중에는 비교적 나이가 어린 편이면서도 나는 인사를 하는 편인 아니라 받는 편이다.

 

  이번 모임에는 연풍에서 출발하였다. 오전 수업을 하고 조퇴를 한 다음 오후 2시에 시동을 걸었다. 명동 성당 부근의 서울 로얄호텔은 지도상으로 보아도 찾기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 가면 고층 건물 때문에 바로 도로 옆도 차안에서 찾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네비게이션을 믿고 자신있게 출발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연풍나들목으로 진입하여 연풍터널을 지나 여주교차로에서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신갈 나들목에서 다시 경부고속도로로 들어가 한남대교를 건너 남산 1호 터널을 지나면 바로 모임 장소인 서울로얄호텔이다. 초대장에 보면 서울로얄호텔 입구가 공사관계로 통제 되었다고 한다. 나는 카톨릭회관 주차장을 목표로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중부고속도로와 만나는 호법 교차로를 지나니 차가 말할 수 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시간 상으로는 50분이면 간다고 나왔다. 주차장에서 기다릴 것을 걱정하면서 여유있게 운전 했다. 그러나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니 20분이라고 했지만 차는 움직일 줄은 몰랐다.

 

  남산 1호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에서 바라보니 어둑해진 빌딩 숲 속에서 서울로얄호텔의  간판에 붉은 색 불이 들어온 것이 보이는데 입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골목을 들다가 보니까 명동 골목으로 들어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한 10분을 헤맸다. 그러다가 체면을 불구하고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밖을 둘러 본다음 카톨릭회관 입간판을 보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모임 시작

  21층 우리 동인회 모임 장소에 도착하니 시작 시간 1분 전이다. 회원들은 모두 모여 있었다. 모두들 반갑고 따뜻하다. 나는 인사를 하면서 두리번거려 청주에서 오신분들을 찾았다. 박영자 선생님, 김정자 선생님, 김종선 선생님이 손짓을 했다. 맨 앞자리에 내 자리를 마련해 놓고 기리리셨다. 그리로 가서 숨을 돌렸다. 곧 시작할 것 같아 문형동 수필가, 고동주 수필가, 김경실 수필가 등 원로들에게 인사를 하고 이진화 회장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창원 시장을 지내고 지금은 창원대 총장인 고동주 수필가께서 언제나 변함없이 젊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나를 반가워 했다. 나는 임병식 선생님이나  전 회장  임재문 선생님이 보이지 않아 섭섭했다 최원현 부회장은 사진 찍기에 바쁘고 성철용 선생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영희 선생님과 꽃 수필가 이정원 선생님도 매우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광주의 장정식 선생님도 와서 맞아 주셨다. 나는 왜 한 발 앞서 내가 찾아가지 못하는가 자책했다.

                      앞자리 청주에서 올라간 회원들                    

 

                    동인자 표지                                                정목일 수필가, 문형동 수필가

   모임이 시작되었다. 국민의례와 출판 과정의 보고, 내빈의 소개, 멀리서 온 사람들의 소개 등으로 진행되었다. 출판 과정 보고에서 동인지 제목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다. 나는 일어서서 인사해야 할 것을 머뭇거리다가 주저앉고 말았다. 이럴 때가 시골 사람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책을 다섯권씩 받았다. 빨리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났다. 그런데 모든 절차가 끝나고는 사진을 찍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이 맞는다.

 

한국의 수필가들이 한 자리에

  저녁은 뷔페로 준비되었다. 나는 간단히 먹었다.  종업원이 연어구이를 가져다 주었다. 따뜻해서 맛이 괜찮았다. 식사를 하는 중에 다른 여러 회원들과 와인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원로들게서 권하는 바람에 와인을 석잔이나 마셨다. 조금 걱정이 되었다.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남대교를 건너 바로 고속도로에 진입하기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회원들이 내 작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작품과 외모와 다르다는 이야기가 참 만에 걸린다. 작품이 좋다면 외모가 시원찮은 것이고 외모가 출중하면 작품이 별수없다는 뜻인가? 그런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냥 외모는 우락부락한데 작품은 아름답다든지, 외모는 대충 생겼는데 작품은 섬세하다든지 뭐 그런거였으면 좋겠다.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한국수필작가회 회원들은 나를 음식문화를 제재로 하는 수필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문화에 대한 수필을 많이 썼고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이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사람들은 그런 말을 참 잘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얘기를 하는 회원들에게 뾰족히 할말이 없다. 그래서 미안하다. 민망하다. 죄송하다. 우선 그 분의 작품에 대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어떻게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인지 아직도 자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좋은 말을 해주어야지 속으로만 생각한다. 실제로 감명 깊은 글을 읽었어도 감히 말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문형동 선생님의 글은 볼 대마다 감동한다. 최원현 수필가의 글을 읽으면 그 아름다운 표현에 매료된다. 이정원 선생님의 꽃 수필을 읽으면 정감어린 글에 가슴이 따스해지는 기분이다. 박영자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내 자신이 동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나는 그 분들의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마음으로만 느끼고 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여러가지 후속 행사가 있었다. 이정원 수필가의 아드님이 트럼펫을 불었다. 또 누군가 설장구를 보여 준다고 하더니 앉아서 장구를 쳤다. 호텔 종업원이 빨리 끝내라고 와서 성화였다. 호텔 안이 시그럽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시골이 좋다.  로얄 호텔 같은 곳에서는 노래방 기기를 켜고 춤을 추어도 된다. 누군가 키타를 연주하며 동요를 불렀다.

 

  회장과 총무가 마지막 이벤트라면서 행운권 추첨을 하였다. 나는 그런 행운권이 뽑혀 본일이 없기 때문에 아예 포기하고 행운의 번호도 잊고 있었다. 그런데 50번을 부르는데 어디서 본듯한 번호라는 생각이 들어 주머니를 뒤져 보니 내가 50번이었다. 넥타이를 뽑았다. 날아갈 듯했다.

 

 두 시간 반이 걸렸는데 카톨릭회관의 주차료가 1000원이었다. 호텔에서 두시간 반 정도의 주차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을 빠져나오는 길은 그렇게 복잡하지도 정체되지도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새로 입회한 청주 회원을 함께 차에 태웠다. 얘기를 한참 나누다 보니 내 친구의 부인이었다. 세상은 참 좁다라는 뻔한 말이 너무나 실감난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곧 삶이다. 그것이 바로 문학이다. 하루 300킬로를 운전했어도 후회스럽지 않다. 이런 자리가 시골 수필가인 내게도 주어진데 감사하는 마음이다.

 (2007년 11월 9일)

 

사진은 한국수필작가회 홈페이지에서 빌려온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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