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아름다운 것은 산을 보는 사람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산만을 고르는 사람은 아름다움을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산은 아름답지 못한 사람도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도 아름답게 만듭니다.
일요일 새벽은 어제밤 내린 소나기로 보얗게 안개가 피어오르고 안개 속의 물기 묻은 녹음이 방금 목욕하고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오는 여인처럼 아름답습니다.
거실 유리창을 열다가 갑자기 어머니가 그리워졌습니다. 차를 달리면 10분도 안걸리는 곳, 이제 산소 옆까지 나의 물소가 올라 갈 수 있어서 더욱 가기 쉬운 곳, 그런데 달려가 보면 어머니는 너무나 먼곳에 계십니다. 산소에는 잔디가 아주 잘 자라고 며칠 전 뽑아 준 쑥이 그래도 '쑤욱' 올라와 있었습니다. 물기를 털고 그런걸 뽑다가 축대를 타고 화려하게 반짝이는 담쟁이를 보았습니다. 돌을 완전히 가린 담쟁이, 가을이면 붉게 타올라 그리워질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우리는 언젠가 산으로 돌아갑니다. 산에 묻혀 사시던 어머니가 산으로 돌아가셨듯이, 아이들에게 묻혀 살던 나도 산으로 돌아갈 테지요.
돌아서려다 "엄마, 나 가우" 하고 불러도 들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계신 어머니, 눈물 찌적찌적 마를날 없는 어머니, 이제 눈물이나 거두고 사시우. 내려오면서 자꾸 뒤돌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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