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봉 가는길의 암릉
2006년 6월 25일
아주 일찍 집을 나섰다.
8시 조금 넘어서부터 화북 운흥리라는 곳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94년인지 95년인지 초겨울 묘봉을 다녀오긴 했는데
길이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려오는 길에 어떤 등산객들로부터 쇠주 한잔 얻어 먹은 것 밖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오늘은 술복이 많다.
쉬는 곳마다 사람들이 술을 권한다.
물도 많이 마셨다.
땀도 많이 흘렸다.
그러나 다른 산행 때보다 기분이 좋다.
숲이 더 푸르고
산이 더 이쁘고
웃음이 더 많이 나온다.
온 몸에 모든 찌꺼기가 다 빠져 나오는 듯 싶다.
마음에 찌꺼기까지 빠져 버렸으면 더 좋겠다.
마음속에 언제부턴지 모르게 자꾸 커가는 버마재비나 툭 튀어 나갔으면 좋겠다.
이놈이 이제
더 건방져지고
더 탐욕스러워지고
더 주책을 부리고
더 세상 모르는 소릴 지껄인다.
힘들다.
줄타기가 정말 힘들다.
줄타기란 이렇게 힘든 것인가?
줄타는 순간 순간이 다
사실은 저승을 넘나드는 갈림길이다.
바위, 절벽, 그 아래 나락-----
상학봉을 거쳐
모롱이 돌고 돌아
바위 밑은 기어 돌고
바위 위는 올라 돌아 도착한
묘봉은
그렇게 묘하지도 않고
토끼 같이 앙증맞지도 않고
고양이 같이 앙큼하지도 않고
넓고 편편하기만 했다.
다만 바라보는 세계는 오묘했다.
살마들은 묘하다 해서 묘봉이라 하기도 하고, 토끼 귀모양이라 해서 토끼봉이라 하기도 하고,
고양이 묘자를 쓰기도 하고 하고 말도 이름도 하고 많다. 이름만큼 봉우리도 많다. 내려와 마을을 지나는데 한 팔순할머니는 토끼봉이라 했다.
그러나 묘봉은 그냥 거기 있었다.
가끔 구름에 가리울 뿐 아무런 말이 없다.
멀리보이는 문장대
묘봉에서 멀리 문장대가 보인다.
문장대 정상에 있는 철탑이 흉물스럽다.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