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답사/등산과 여행

초록 마중

느림보 이방주 2006. 5. 8. 23:38

 

구담봉 휴게소에서 바라본 구담봉과 가은산

 

2006년 5월 7일

 

이틀간 비가 내렸다.

비갠 뒤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구름이 걷히면 하늘이 얼마나 맑을까?

매봉산 구룡산 녹음 빛깔도 이렇게 이쁜데----

 

딸래미가 친구 결혼식에 정읍을 간다기에 조치원까지 데려다 주었다.

돌아오는 길이 하늘이 그 파란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코란도를 어디로 몰까?

그냥 산성을 넘었다.

좋아하는 길

요즘 뜸했던 길을 돌아 의풍을 가볼까?

 

낭성은 물이 흥건하다.

미원은 아직도 잠이 덜깼다.

부흥을 지나 굴티재로 향하는 들판의 논에 물이 찰랑거린다.

아직 백로는 이른가?

굴티재에 벚꽃이 진다.

 

괴산을 지나

느릅재를 넘었다.

박달산 두릅순은 누가 다 먹었나?

살미 왕벚꽃이 아직 남았다.

공이동 길 가에는 나물 뜯는 차들이 즐비하다.

 

구담봉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말목산을 바라보다, 제비봉을 바라보다

구담봉을 바라보다, 금수산을 바라보다

둥지봉을 바라보다, 새알봉을 바라보다

가은산 능선을 타다, 청풍호를 건너 뛰다.

퇴계선생 뒤를 쫒다, 두향이 손을 잡다.

커피를 마셨다.

아내의 커피, 황제의 커피맛이 이럴까? MB이의 테니스가 이럴까?

퇴계가 시비를 걸까?  한길이가 뒤 쫒을까?

 

강선대 녹음이 아름답다.  

퇴계를 사랑한 두향이는 아직도 누워 있다.

턱없는 사랑이 누운 자리에는 풀도 나지 앉는다?

두향이 무덤 위엔 아직 잔디가 없다.

황제의 커피,

맛의 황제

말의 황제

빛깔의 황제

 

보발로 들어가는 골짜기엔

햇살이 곱다.

녹음이 투명하다.

아내의 얼굴엔 초록의 실루엣----

보발재엔 이미 단풍이 들었다.

만든 단풍나무 사람의 흔적에 잠시 산이 우습다.

 

영춘에는 사람이 없다.

봄 파는 계집의 댕기 같이 천한 연산홍만

여기저기 곳곳에 툭툭 피를 묻혔다.

그러나 희디흰 사과꽃이 애처롭다.

 

베틀재엔 바람이 분다.

두릅향이 곱다.

코란도 화물칸에 갇혀 숨막히는 점심을 먹었다.

전화 불통, 비상 탈출-----

그러나 녹음은 말할 수 없이 곱다.

철쭉이 피었다.

첫날밤 색시 분홍 치맛자락이다.

 

 

베틀재의 철쭉

 

 

애곡 굴길이 어둡다.

선사유적지에는 온통 피투성이다.

밤이되면

선사시대 사람들이 나와서

종이로 접어놓은 듯한 연산홍을 두런거리며 흉볼 것 같이 박물관 조경이 천박하다.

선사시대 유적지 박물관이 연산홍 천지여야 하나?

 

적성으로 넘어오는 절벽에 얹어놓은 찻길이 아슬하다.

소름끼친다.

 

적성은 아직도

적성이다.

적성면 상리에서 올려다 본 금수산은 금수산이 아니다.

혜수가 옷벗고 누워 있다.

봉긋한 이마

오똑하다 퍼진 콧잔등

펑저짐한 가슴 둥글한 엉덩이

뛰어다녀 꼬랑내 날 것 같은 두발

허벅지로 건너는 그 위에 멀리서도 선명한 소나무숲

 

금수산은 금수산이 아니다.

미녀봉이다. 와녀산이다.

금수산 낙조를 바라보며 퇴근하던 서른 둘 그 나이

사과밭 아래 언덕 위의 하얀 집, 단양 여성 교육의 요람

 

저승봉, 상천리 다 지나, 가은산 끝자락 끼고 돌아

옥순대교.

구담봉

옥순봉

새알봉

둥지봉

아, 청풍호

거기 배가 지난다.

옥순대교와 옥순봉

 

송계 계곡을 지나

연풍에서 밥먹고

장애인돕기 성금 포함된 3,500원 짜리 청국장 백반은

반찬이 열 두 가지다.

 

모래재 넘는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하루가 별처럼 반짝인다.  

 

 

베틀재에서 삼도봉을 뒤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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