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0일
운주산에 다녀왔다.
운주산은 충남 연기군 전동면과 전의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청주에서 조치원을 거쳐 천안 방면으로 가다 보면 전동과 전의의 경계쯤에 운주산성 입구 이정표가 보인다. 시멘트 포장도로로 차를 끌고 조금 올라가면 주차장이 보인다. 공사중인 주차장을 지나처서 조금 더 올라가니 정자가 서 있는데 그 너른 마당에 차를 세우고 도로를 따라 2,30분 올라가니 새로 축조한 성이 나온다.
운주산은 해발 460m밖에 안되는 낮은 산이지만 부근에 높은 산이 없어서 전망이 아주 좋았다. 정자에서 산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이라는 것 빼고는 한적한 오솔길 같은 느낌이었다. 길가에 벚나무 단풍이 포장도로 위에 덜어져 누워 올 가을 그 물들이기가 얼마나 화려했던가를 일러주고 있다. 양지에는 아직도 파릇한 풀이 더 쓸쓸하다.
운주산성으로 올라가는 임도
운주산성은 늘 구름이 끼어 있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정상을 시작으로 세 개의 봉우리를 약 3km에 달하는 외성과 약 500m 정도인 내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안내판에 설명되어 있다. 성안에는 얼른 보아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보인다. 샘이 있고 마을이 있었음직한 너른 구릉이 평평하다. 구릉에서는 백제의 와당이 발견되고 고려, 조선 시대의 자기 조각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갈대만 무성하다.
운주산성은 백제가 멸망하고 풍광과 복신, 도침 장군을 선두로 일어났던 백제 부흥운동의 최후 구국 항쟁지로 평가 되는 곳이라고 한다. 그 항쟁의 정신이 곧 백제의 얼이란 의미가 숨어 있는 듯하다. 충청남도 지정 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성안 마을이 있었을 것 같은 진입로 망루라도 있을 것만 같다.
성문 같은 진입로를 통하여 성안으로 들어가면 무성한 갈대밭이 보이는데 이곳이 성안 마을이었던 곳이다. 마을이 아니면 군사 요새였을지도 모른다. 부근에 높은 산이 없기 때문에 이곳은 현대에도 요새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성 안에는 샘물이 있고 도로의 흔적도 보였다. 최근에는 농사를 지었던 흔적이 보인다. 모든것이 정비가 되지 않아서 산만하다. 여기저기 공사중인 모습이 보인다. 과거에는 항쟁의 요새였겠지만, 그리고 수많은 애환이 서린 곳이겠지만, 지금은 갈대만 우거져 찬란하지만 한편으로 쓸쓸한 가을 볕을 더 쓸쓸하게 했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성안을 가로질러 올라도 되고 성곽을 따라서 오르는 길도 있다.
마을이 있었을 것같은 구릉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백제의 얼 상징탑
정상에는 백제의 얼' 상징탑이 있다. 이곳에 충남 사람들이 백제의 얼 상징탑을 세운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닐 것이다. 여기서 정북으로 위례성과 통한다고 하고, 남으로는 계룡산과 통한다고 한다. 바로 아래 독립기념관이 보이고 서으로는 아산만까지 통한다고 한다. 그러니 여기가 백제의 옛 중심지를 꿰는 곳이 아니겠는가?
탑은 단아하다. 화려하지도 않고 촌스럽지도 않다.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육중하지도 않다. 백제의 정신 그대로다. 신라의 석공예가 화려하고 섬세하다면 백제는 단순미를 드러낸다. 고구려의 석공이 웅혼하다면 백제의 그것은 단아하다. 삼각 모양은 고구려 백제 신라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백제의 얼 상징탑이므로 백제의 옛땅이던 이곳 사람들의 단결심을 유도하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곳이 차령의 분수령을 이루는 곳이라면 어떤 의미에서 얼의 경계도 자연스레 이루게 될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우리 충북은 어떤 정신으로 뭉쳐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삼국으로 말하면 어디라도 한 군데 정착되어 있던 곳이 없으니 같은 충청도라도 충남 지방과는 사뭇 다른 그 무엇이 짚히게 된다. 그러나 어찌 오늘의 정신을 삼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생각하겠는가. 부질없는 생각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산을 내려오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마지막 단풍이나 보는 것이 낫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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