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4일
조령산 가는 길은 아침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수름재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추석맞이 벌초 행렬이다. 차들이 모두 예초기를 싣고 아이들을 대동하고 고향으로 더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좀 미안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토요일 어머니 산소 아래 아카시아를 몇 그루 베고 가시 덤불을 후려서 햇살이 조금 들도록 해 놓은 것으로 가책은 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성대 앞에서 청원 공설 운동장으로 초정으로 청안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앞에 초보 운전자가 계속 방해를 했다. 결국 사리에서 괴산으로 가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올라서고야 미근하게 빠지기 시작한다.
이화령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많이 와 있고 수 십대의 승용차들이 세워져 있다. 산이 조용하지는 않을 듯했다.
산은 음산했다. 길이 질척이고, 안개가 계속 시야를 가렸다. 진흙 묻은 칼날 같은 자갈이 즐비하다. 군데 군데 만나는 너덜이 더 힘들게 했다.
안개 속에서 햇살이 가금씩 내려 쬐어서 우리를 경쾌하게 해 주었다. 산은 습이 많아 잡초가 무성하다. 마타리꽃, 물봉선, 강아지풀, 억새가 키만큼 자랐다. 마타리꽃이 노랑 쪽두리처럼 아름답다. 능선으로 난 길 양편으로 물봉선이 군락을 이루고 피었다. 붉은색 보석을 늘어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억새는 몰라도 강아지풀이 내 키만큼 자란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미나리 아재비가 하얗게 피었다. 역시 물이 흡족한지 하얀 꽃이 소담하다.
물봉선
정상에는 사람들이 빼곡하다. 단체로 온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밥을 먹고 있다. 몹시 시끄럽다. 단체로 몰려 다니는 이들의 산에서의 무례의 본보기를 보는 듯하다. 시끄럽게 소리 지르고, 음식을 마구 떠벌이며 먹고, 아무데나 버리고----- 산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경 시내가 언뜻언뜻 보이다 만다. 산줄기 들이 장엄하다. 새재로 오르는 골짜기에서 바람이 불어 비구름을 몰아 온다. 싸늘한 산기운이 몰에 부딪는다. 아내는 몹씨 추워했다. 1017 봉의 헬기장이 따듯하고 아늑했던 생각이 나서 그리 가서 도시락을 펴자고 했으나 아내가 정상을 고집햇다. 그냥 거기서 배낭을 열었다. 식사 후에 따뜻한 커피가 몸을 녹인다.
3관문에서 1관문으로 내려가는 조령의 옛길이 보인다. 북으로 내려가면 신선암봉, 깃대봉, 3관문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우리는 자동차가 이화령에 있기에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
정상에서 조망은 그리 화려하지 못하다. 다만 백두대간 조령산이라는 표석만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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