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창작 수필/소나무

백악산 미이라

느림보 이방주 2005. 6. 4. 05:09

 
백악산에서
노송의 미이라를 만났다.
 
819의 대왕봉을 지나고 또 돔형 바위를 지나 정상 부근 거대한 바위 아래서
동으로 조항산, 청화산 사이 의상저수지 그 아래 용송
동북으로 대야산, 중대봉, 그너머 희양산
북으로 낙영산, 도명산, 조봉산,
서로 금단산
남으로 속리산 영봉들
온세상을 다 내려다 보면서, 온 세상의  갖은 바람을 다 맞으면서
그들이 전하는 온갖 세상 이야기를 안으로 새기다가
그 아픈 이야기들이 뼈에 사무치고 사무쳐
어찌할 수 없을 때 그는 숨을 거둔 모양이다.
 
그 숱한 이파리들만 바위 아래 떨군채
녹음 짙은 산을 그냥 두기 한스러워서
가지 끝 하나까지도 눈을 감지 못하고 저렇게 아직도 뻗치고 서 있다.
 
(2005.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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