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창작 수필/들꽃 들풀에 길을 묻다

여섯번째 수필집 [들꽃 들풀에 길을 묻다] 여는 글

느림보 이방주 2020. 2. 26. 11:27


여는 글

 

들꽃 들풀에 길을 묻다

 

      

나비가 있으므로 꽃이 사랑을 이룰 수 있다. 꽃이 사랑을 이루어야 나비도 살아갈 수 있다. 나비는 꽃에게 존재 의미이고 꽃은 나비에게 존재 의미이다. 꽃과 나비가 있으므로 나도 살아갈 수 있다. 꽃이나 나비는 내 생명의 에너지원이다. 상생이 삶의 지혜이다.

진리는 이만큼 밝은데 수필쓰기의 화두는 온통 의문투성이다. 의혹은 물어야 답을 듣고 답을 들어야 풀린다. 수필을 쓰려면 의혹을 깨고 격물格物하여 치지致知에 이르러야 한다.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오늘날 사회는 진실은 왜곡되고 본질은 혼란하여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대중은 혼란 속에 서성거리고 있다. 말은 많아도 말씀은 없다.

나는 이럴 때 들로 나선다. 나에겐 들꽃이 스승이고 들풀이 길잡이다. 자연은 거짓을 모른다. 자연은 말은 없어도 말씀이 있다. 들꽃은 예쁜 척하지도 않고 들풀은 저 혼자 잘난 척하지도 않는다. 들로 나가는 것이 격물이고 치지의 길이다.

들꽃은 수수해도 예쁘고, 들풀은 질기게 살아내도 모질지 않다. 들풀은 같은 들에 함께 사는데도 삶은 제각기 다르다. 들꽃이나 들풀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안다. 들꽃도 들풀도 경쟁하지 않아도 잘 산다. 들꽃 들풀이 사람 사는 법을 다 일러준다. 나는 날마다 들꽃 들풀이 말하는 진리의 말씀을 듣는다.

들꽃 들풀은 우주를 담고 피어나서 남을 살림에 에너지가 되고 스스로 살이의 방도를 안다. 들꽃 들풀이 우주이고 인간 생명의 원동력이다. 들꽃 들풀이 우리네 살림살이 본질을 거짓도 없이 보여준다. 들꽃 들풀은 내 형제이고 대지가 나의 어머니이다.

나는 들꽃 들풀의 말씀을 받아 적고, 들꽃 들풀의 깨우침으로 나를 깨우친다. 나의 작은 깨달음을 혼자 갖기 어려워 이 책을 엮는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스마트 폰 카메라로 서툴게 찍은 사진을 정리해 준 문우 주연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庚子 孟春    수름재 느림보서재에서

 

 


'느림보 창작 수필 > 들꽃 들풀에 길을 묻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앗싸, 호랑나비  (0) 2020.08.08
불두화의 고백  (0) 2020.06.17
벼꽃, 밥꽃 하나 피었네  (0) 2019.09.29
핏빛으로 지는 더덕꽃  (0) 2019.08.14
하늘말나리의 하늘  (0) 2019.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