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유럽 일주 4 - 제 4일차 (7월 14일) 스웨덴의 스톡홀름
4시 20분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나보다 일찍 잠든 아내는 이미 일어나 다 씻고 옷까지 입고 있었다. 남의 나라에 오면 잠이 문제고 용변이 문제이다. 잠과 용변은 다 시차가 원인이 된다. 물론 용변은 환경의 변화와 음식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이럴 때 용변은 국내 시간에 맞추어 하는 것이 귀국해서도 편하다. 변비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객실에 있는 아주 작은 화장실 변기에 앉아 보았다. 마음에 푹 드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을 덜어낼 수 있을 만큼은 해결되었다.
높은 다락에서 잠을 잤기 때문인지, 물 위에 떠서 잠을 잤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과식한 탓인지 온몸이 붓고 찌뿌드드하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옷을 갈아 입었다. 이럴 때는 운동이 최고이다. 좁은 공간에서 체조를 하다가 식당앞 로비로 내려갔다. 넓은 공간을 자꾸 왔다갔다 걸었다. 바다로 내다 보는 듯 주변을 살피면서 걸었다. 안되겠다. 갑판으로 올라갔다. 바람이 차다. 5시도 되지 않았는데 해는 이미 떠올랐다. 몸이 풀리는 듯하다.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아침 식사가 5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배가 스톡홀름에 도착하면 스웨덴을 지나쳐 바로 노르웨이로 간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가방을 들고 배에서 내렸다. 버스를 보니 폴란드 국적이다. 이곳은 유럽연합 국가들의 차량 넘버판이 통일되어 있다. 그런데 유럽연합기 아래 국가 표시가 되어 있다. 그래서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어느 나라 차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운전기사는 젊고 늘씬하게 잘 생겼다. 뚱뚱하고 게으른 러시아 기사와 달리 가방을 챙겨 주었다.
노르웨이로 가는 중의 어느 호수
휴게소에서
휴게소에서 보이는 어느 농가
가장 오래동안 타고 다닌 폴란드 국적의 버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노르웨이 남성들은 세계 어느 나라 남성들에 비해 키가 크고 잘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여성들은 노르웨이에 와서 작고 뚱뚱하고 못생긴 한국 남성들 보던 안구를 정화시키고 가라고 우스개를 하였다. 남성미를 가진 북유럽 남성들은 대개 여성에게 친절하다고 한다. 특히 노르웨이 남성들의 평균 신장이 180cm이라니 그런 말을 할 만도 하다. 그러면 나는 183cm인데 어쩌란 말인가? 그에 비하면 여성들은 억세고 골격이 커서 뒤에서 보면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그랬다. 앞에서 확인해야 여성이었다. 북유럽에 와서 여성을 만날 때마다 앞에서 보고 여성임을 확인하고는 임민정씨의 말을 생각하고 웃었다. 자기는 얼마나 여성답게 잘 생겼기에 안구 정화니 뭐니 할까? 맞아, 사람들은 다 그래. 자기 자신은 잘 보이지 않으니까.
날씨는 맑고 청명하다.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넘어가는 국경은 국경 표시는 있지만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버스가 잠시 정차했다가 넘어가면 되었다. 스웨덴은 핀란드와 또 다른 느낌이다. 우선 길이 잘 가꾸어졌고 핀란드에 비해 주변이 부티가 난다. 소득의 격차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러시아에서 핀란드에 들어올 때 확연히 다른 느낌,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들어올 때의 그 느낌도 또 다르다. 국민성 또 민족성과는 다른 경제적 수준과 문화적 수준을 달리해 주는 그런 인상 말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유럽인들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올 때 그 느낌의 차이는 어떨까? 이런 점은 정치인들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핀란드에 비해 소득이 약간 높다. 인구도 핀란드에 비해 두배 가량 된다. 신앙은 같다. 한 때 스웨덴이 핀란드를 지배한 적이 있으나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러시아에게 넘겨 주었다고 한다. 국민 소득이 1만달러 정도 높은 데도 거리와 주변에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일본과 우리의 차이를 서구인들이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날씨가 좋아서 우리나라 청명한 가을 날씨 같은 들판을 달렸다. 잘 생긴 소나무와 자작나무는 핀란드와 같다. 그러나 그 사이 사이에 있는 초원은 조금 다르다. 핀란드에 비해 훨씬 잘 다듬어 놓았다. 집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디든지 농촌주택이나 소나무 숲이 있는 곳에 서서 사진을 찍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없고 휴게소가 아닌 곳에서 차를 세울 수도 없는 모양이다. 고속도로를 계속해서 달려 가니 말이다. 끝없는 평지이다.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소들도 보인다.
스웨덴을 그렇게 지나쳤다. 노르웨이와 국경지대도 그렇게 쉽게 넘어 갔다. 노르웨이는 스웨덴보다도 한 차원 높은 부자 나라라는 것을 창밖 풍경이 말해 준다. 고속도로도 그렇고 고속도로 주변의 휴게소와 경치 좋은 곳에는 수없이 많은 캠핑카들이 주차되어 있다. 미국보다도 더 많다. 호수가 있으면 요트가 있고 바다에도 요트가 있다. 산에는 산장이 있다. 마치 놀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였다. 잘 정비된 호밀밭은 끝이 없고 호밀밭가에 지은 집들이 고급스럽고 크다. 그리고 그 마당에는 독일제 폭스바겐, BMW, 아우디로 보이는 승용차가 두세 대 서 있다. 느낌으로는 미국보다 훨씬 여유롭고 풍요로운 모습이다.
평지는 서서이 변화가 있는 자연으로 바뀐다. 나즈막한 산이 점점 높아지더니 도로는 2차선으로 구불구불해지고 산은 돌고돌아 오르락내리락한다. 길가에 호수가 생기더니 급기야 바다보다 넓어 보인다. 호숫가 언덕에는 붉은 벽돌집이나 붉은 색으로 칠한 집들이 보인다. 북유럽 사람들은 집단 마을을 보기 어렵다. 농지에 따로 한 채식 지어 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집단 마을이 있고 들이 따로 있는 것과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돈독한 인간관계와 많이 대조되는 모습이다.
노르웨이는 석유, 천연가스의 자원이 풍부하고 그밖의 어업으로 높은 돈을 벌어 500만 남짓 인구가 9만 내지 10만 달러의 국민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오늘은 핀란드에서 아침을 먹고 스웨덴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은 노르웨이에서 먹는다. 모두 비슷하지만 돔바스라는 산간 도시의 호텔에서 먹은 연어찜이 오래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었다. 북유럽은 빵이 러시아보다 맛있고 스위스에 비해 채소를 많이 줘서 좋다. 호텔 식당에서 특별히 주문한 매주 한 컵에 10유로나 한다. 우리나라 컵으로 300cc 정도 되는데 12800원이란 말이다.
노르웨이는 모두 여유있고 슬기롭게 사는 모습이다. 자연 환경으로 말하면 우리만 어림 없다.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길다. 볕이 나지 않는다. 오늘도 노르웨이에 접어들자 비가 내린다. 비가 마구 쏟아지는 듯 하더니 곧 산안개가 피어 오른다. 호수에 거꾸로 담긴 산과 산으로 기어오르는 산 안개가 아름답지만 볕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태양이 그립겠는가?
그래서 여름은 2개월(7,8월)은 대개가 휴가철이라고 한다. 오후 11시가 넘어야 해가 지고 3시만 되면 밝아오는 여름, 오후 2시만 되면 해가 져서 어두워지고 오전 10시나 11시가 되어서야 동녘이 밝아오는 겨울, 이런 환경 속에서 이렇게 잘 살고 있다.
작물은 풀과 호밀이 전부인 것 같다. 호밀밭이 엄청나게 넓고 보기 좋다. 가끔 감자밭이 보였다. 감자가 이제 꽃이 하얗게 피었다. 고냉지 작물이다. 그럼 배추와 무는 왜 심어 먹을 줄을 모를까? 그들은 배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밖의 모든 챗는 대개 독일에서 수입해 온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고기를 잡고 지하자원에 의존한다.
복지제도가 가장 잘된 나라 중에 하나이다. 아이는 젊은이들이 낳기만 하고 국가가 길러 준다고 한다. 저소득층이 오히려 잘 사는 나라이다. 소득이 일정 수준이 넘으면 60~70%를 세금으로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나라이다. 법인세는 올리지 않고 부자들은 수억원 골프여행을 하면서 비리를 저지르는데도 무상급식, 국민연금, 공무원연금을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동계올림픽이 열렸다는 릴리함메르를 지났다.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산간마을이다. 도시는 산기슭에 펼쳐져 있는데 마치 공원 같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사람도 많은게 아니다. 아파트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도 모두 전원주택처럼 보인다. 나무가 있고 꽃이 피었고 그리고 어김없이 잔디밭이 있다.
14세기 이전 이 나라는 한 때 매우 미개하게 살았다고 한다. 더럽고 추하고 야만스럽게 살아서 진나라에서 전해온 페스트가 마을을 휩쓸어 몰사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바이킹이라는 말이 낭만적이기는 하지만 결국 약탈을 일삼은 게 아닐까? 그런 나라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자원이 좋기도 하지만 정치의 힘일 것이다. 국민이 정치를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본질에 입각한 정치를 한다면 그것이 곧 태평성대가 되는 지름길일 것이다. 우리처럼 대통령 임기가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음 주자의 인기도를 조사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릴리함메르
돔바스 호텔은 매우 아름다운 산간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아담하고 깨끗하다. 주변이 아주 조용하다. 마치 휴양지에 온 것 같다. 경치가 그만이다. 저녁을 먹고 호텔 앞을 거닐었다. 무슨 일인지 이런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우울하다. 차가운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둘러 객실로 들어왔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잠에 빠졌다.
돔바스호텔에서 백만사의 여인들
돔바스에서 보이는 산간 마을
돔바스에서 보이는 산간 마을
돔바스에서 보이는 산간 마을
돔바스에서 보이는 산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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